기획기사
웹툰작가 지망생은 얼마나 많아졌을까? 대학 만화전공을 중심으로
김병수 2020.06.01



웹툰작가 지망생은 얼마나 많아졌을까?

대학 만화전공을 중심으로


웹툰이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아  웹툰 작가 지망생도 증가

대학 만화 학과 개설증가와 함께  경쟁률 치솟아 

웹툰 업계에서 작가 지망생을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실업자 양산 문제로 귀결 


김병수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웹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웹툰 작가 지망생도 많아지고 있다. 만화교육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하는 추세다. 대학 학과도 ‘웹툰’ 전공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학원이나 아카데미 등 사설 교육 기관을 찾는 것이다. 세 번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K 코믹스 아카데미, 웹툰 캠퍼스, 웹툰 체험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 등 지망생들을 위한 공공기관의 웹툰 교육 과정도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은 홀로 독학하는 방법이다. 최근 유튜브에는 지망생, 입문자를 위한 웹툰 창작 관련 영상이 많이 업로드되고 있어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관련 서적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학 만화 학과 개설 증가와 함께 경쟁률 치솟아

우리나라 대학에 만화 전공이 처음 생긴 것은 1990년 공주대학교(당시 공주전문대)부터다. 올해로 꼭 30년째를 맞았다. 만화가 먼저 발달한 구미 선진국이나 일본은 이미 1950년대부터 만화 관련 대학 전공이 개설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많은 대학 만화전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한국이다.

1990년 공주전문대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말까지 세종대, 상명대, 목원대, 순천대, 조선대 등 4년제와 청강대, 인덕대, 한국영상대 등 2~3년제 대학에 관련 학과들이 대거 생겨났다. 2018년 만화관련 대학 학과 현황과 이번 글을 쓰면서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년 사이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 2018년 당시 만화 학과 , 2020년 현재 신설된 만화 학과 비교



표에 보는 것처럼 대학의 관련 학과가 2년 사이에 10개가 더 늘었다. 위의 집계표는 명칭에 만화 혹은 웹툰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대학만 조사한 것이다. 부산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서울대, 대전대, 창원문성대 등 만화전공 교수가 재직 중이거나 만화나 웹툰 전공을 내부에 따로 두는 애니메이션, 영상 관련 학과의 수치는 계산하지 않았음에도 24개에 달한다. 


학과의 숫자만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경쟁률도 치솟았다. 2015년을 전후하여 만화, 웹툰 관련 학과의 평균 입시 경쟁률이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5~6배까지 폭등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목원대만 하더라도 2015년 이전에는 평균 5~6대1 정도였는데 2017년 입시에는 40 대 1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상명대는 수시 경쟁률 약 34 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2015년 이전 14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 5:1을 곱하면 70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현재 24개 대학 평균 경쟁률 10:1을 곱하면 240이다. 이를 70으로 나누면 3배 이상 입시 지망생이 늘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평균 경쟁률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이고 학과별로 정원이 늘어난 것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입시생 숫자는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입시 학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하면 순수회화, 시각디자인 관련 학원들은 입시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으나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입시생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수험생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웹툰 분야는 당분간 지표를 역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두 가지 전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전국 대부분의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만화(웹툰) 전공 선택 비중은 70~8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웹툰의 인기가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풀이된다.

신생 학과 10곳 가운데 만화 대신 웹툰을 전면에 내세운 대학도 3개 학과에 이를 정도로 ‘웹툰’이 대학에서도 서서히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2021년부터 학과 명칭이 만화애니메이션과에서 웹툰애니메이션과로 바뀌는 목원대의 경우처럼 ‘웹툰’을 전면에 내세우는 학과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화, 웹툰 대학 입시생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웹툰 작가들의 수입이 크게 높아진 것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2013년 이후 레진코믹스와 탑툰 등 유료 웹툰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웹툰 산업의 파이가 커졌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무료 웹툰에서도 미리보기, 다시보기 등 다양한 수익구조를 도입하면서 원고료보다 부가 수입이 몇 배, 몇십 배 높은 사례가 많아졌다. 최상위권 웹툰 작가들의 수입은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여 어지간한 연예인, 프로스포츠 스타 못지않다.

김풍, 기안84, 주호민, 이말련 등 연예인으로 변신하는 웹툰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웹툰작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된 점도 지망생들의 폭발적 증가에 일조했다. 웹툰작가에 대한 초등학생 직업 선호도가 기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설문조사 결과도 3년 전 뉴스였다.

대학에서의 지망생 증가는 자연스럽게 신진들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한국 웹툰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웹툰 업계에서 작가 지망생을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실업자 양산 문제로 귀결


과거 웹툰 에이전시나 플랫폼에서 만화전공 대학생들의 작품을 섭외하려고 대학을 찾으면 대게 졸업예정자가 주대상이었다. 현재는 학년과 관계없이 전체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생들의 데뷔 주기도 짧아졌다. 입시 지망생들의 증가는 대학 관련 전공의 숫자도, 실력도 향상시키면서 학령인구 감소시대에 웹툰 교육계 종사자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한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관련 학과가 폭발적으로 늘고 지망생의 유입이 많아지더라도 업계에서 일정 정도 소화하지 못하면 결국 실업자 양산으로 귀결되거나 관계없는 분야로 진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재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웹툰 지망생의 증가는 반기고 환영할 일이지만 무작정 관련 학과를 늘이고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규모에 맞는 적정한 지망생과 교육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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