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당신은 어떤 연애를 하고 있습니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
박탐유 2020.06.26



당신은 어떤 연애를 하고 있습니까?

꼬마비 작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박탐유

 

 

 

“나의 호기심을 풀기 위해 호감을 보였다”(8화)

 

딱히 사랑에 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왠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말을 걸어보고, 같이 밥도 먹고, 길을 걸어도 본다. 함께 있다 보면 좋아져서 계속 만나게 되고, 계속 만나 보니 편해져서 오래 만나게 된다.

이런 연애 해본 적 있지 않은가?

웹툰 <데우스 엑스 마키나>(꼬마비, 네이버, 2019)의 주인공은 ‘기사단’이라는 종교 모임에서 고녀를 처음 알게 된다. 인터섹스, 즉 *간성 인간인 고녀에게 호기심을 느낀 주인공은 가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암수 두 가지 형질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일. 생식 능력이 없으며 발생 중에 성 결정 유전자 작동의 잘못으로 생긴다


그러면 나와 고녀는 사귀는 관계일까?

‘기사단’ 멤버인 순례자가 “두 분이 친하신가 봐요?”라고 물었을 때 고녀는 그의 질문을 둘이 무슨 관계인지 물어보는 것으로 이해한다. 반면에 주인공은 문자 그대로 친분의 정도를 물어보는 것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고녀는 순례자의 질문을 통해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로부터 도망칠 구실을 찾는다. 기사단 단장이 고녀 손을 만지는데도 화가 나거나 서운한 대신 오히려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한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끼고, 주인공은 방황하게 된다.

고녀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호기심을 갖는 부류에 익숙하다. 첫사랑이었던 반장도 호기심 때문에 자신에게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고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이 상대를 더 좋아하면 되니까. 어쩌면 이런 고녀의 돌직구 같은 성격 덕분에 ‘신의 은총’을 받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장이 단원 전체를 몰살시키려 하는 순간 고녀는 거침없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신의 은총을 받아 성녀가 된다.



△ <데우스 엑스 마키나> 속 고녀와 주인공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는 종교가 수세기 동안 가졌던 고민을 아무렇지 않게 툭 꺼내놓는다. 순교라는 개념도 그렇다. 단장은 단원 모두를 강제로 순교시켜 은총을 받고자 했다. 성스러운 존재를 꿈꾸다가 종교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생명을 가벼이 여기고 말았다. 결국 단장은 성자 대신 철창신세를 지는 죄인이 되고 만다. 이에 반해 고녀는 선행을 행하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부축해 건널목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아쉽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는 억지로 신을 위해 바치는 죽음이 아니라 ‘가장 낮은 데로 임한’ 고녀의 선행에서 기인한 죽음이다. 순교란 성스러워야 한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별명인 ‘달팽이’처럼 고녀의 인간 조건은 끊임없이 기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에 속했다. 인터섹스라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미워하거나 자신의 삶을 자책하지 않았다.

커서 주간지 기자가 된 반장은 주인공을 찾아와 고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듣고 싶어 한다. 이미 고녀는 죽고 없으므로 직접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대답 대신 자신이 어떻게 차기 단장이 되었는지를 말한다. 고녀가 죽고 난 후 그(그녀)를 모방하며 버티고 있노라고 말이다. 기사단의 엠블럼인 동그라미 표식은 고녀가 기도할 때 쓰던 부적 같은 것이며, 머리에는 고녀가 생전에 여자로 분장할 때 쓰던 가발을 쓰고 있으며, 신을 영접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실은 꿈에서 본 게 전부라는 걸 털어놓는다. 주인공은 고녀와 진지한 관계를 맺기보다는 도망치고 말았으면서 정작 고녀가 죽자 고녀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처하게 된다.

 

“고녀는 자기가 선택한 성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서……”(25화)

 

그러면 주인공은? 주인공은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

해답은 웹툰 제목에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 쓰이는 기계장치의 신을 뜻한다. 즉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신을 모방한 기계장치이다.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고녀의 모습을 따라하고, 고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설교를 하면서 신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을 뿐이다. 주인공은 자유로운 고녀를 흉내 내며 자유로운 척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회(30화)에는 ‘신의 선택’ 이후 죽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모두가 머리에 빨간 동그라미 표식을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들이다. 주인공 머리 위에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컷에서 주인공은 고녀라 추정되는 사람과 포옹 한다.


웹툰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묻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전지전능한 게 아닐까? 그렇듯 자유롭고 전지전능한 게 신이라면 고녀가 바로 꼬마비 작가가 생각하는 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원본인 고녀를 끊임없이 베끼고 따라하는 복사본으로서 살아온 주인공은 결국 신이 도래한 ‘신의 시간’에 고녀에게 선택받았다. 주인공과 고녀의 관계는 바로 신의 형상을 모사한 인간과 신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 장치라 할 수 있다. 고녀가 주인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었듯 신도 우리 인간을 심판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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