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시나리오 작가가 된 웹툰작가, 웹툰 작가들의 직업 파생에 관하여
류유희 2020.07.02



웹툰에서 영상으로, 원작 재현을 위해 나선 웹툰작가들


프랭크 밀러 <씬시티>, 광진 <이태원 클라쓰>

작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원작자



류유희




다양한 매체들이 만화에 러브콜을 보낸다. 만화 속에는 완성된 스토리와 캐릭터는 물론, 충성적인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가 함께 준비되어 있다.

 

수많은 만화가 영화가 되는 할리우드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 그는 <로보캅2>(1990)의 영화화 후 할리우드 근처에서는 밥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로보캅2>와 <로보캅3>(1993)의 각본에 참여하며 자기 작품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자 했으나 완성된 작품은 그의 의지대로 구현되지 못했고 그를 절망에 빠트렸다. 이후 할리우드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한 프랭크 밀러는 스스로 필생의 역작이라 여기는 <씬시티>(2005)의 영화화를 허락한다.



△ 프랭크 밀러 <씬시티>


프랭크 밀러를 설득하고 공동감독을 제안한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의 인터뷰에 따르면 <씬시티>를 영화로 만들 때,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을 것이며 그의 원작을 완벽히 재현할 것을 몇 번이고 다짐했다고 한다. 프랭크는 로버트와 함께 연출에 깊이 관여하며 공동감독으로써 이전에 느꼈던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며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원작 만화의 비주얼을 성공적으로 재현했으며 작품의 강렬한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만화 원작의 영상화하면 국내 시장도 뒤지지 않는다. 한 해에 수백 편의 웹툰이 만들어지고, 판권이 팔려나가며 개봉하는 영화나 드라마 중 웹툰원작 타이틀이 붙는 작품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영상이 된 작품들은 원작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제목과 아이디어만, 원작의 일부 플롯만 차용하여 영상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화를 그대로 실사 영상으로 제작하며 표현의 한계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프랭크 밀러가 그랬듯 자신의 작품이 제작시스템으로 인해 변한 모습에 실망한 작가도, 팬들도 있을 것이다.

 

나의 작품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던 프랭크와 같이 원작에 대한 장점과 디테일한 표현을 살리기 위해 나선 작가가 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조광진)작가이다.

웹툰 작가가 드라마 작가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제작 시스템이 다르고, 콘텐츠의 형태와 방영 플랫폼, 만나는 시청자들까지 결국은 처음 만나는 세상이다. 광진 작가의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2017년 연재를 시작하여 누적 조회수가 2억 뷰 이상, 역대 다음웹툰 유료매출 1위의 인기작이었다. 작품에 대한 인기와 작가의 명성에 대한 부담감을 안았을 그가 감독의 집필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드라마를 통해 작품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원작에서 풀지 못한 이야기와 인물들의 뒷이야기 그들의 관계를 또다른 시점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 광진 <이태원 클라쓰>


작가가 직접 쓴 드라마는 원작과 이미지나 대사들이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원작의 맛을 살렸다. 캐릭터의 비주얼 또한 원작과 거의 똑같이 스타일링되어 말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 캐릭터들이 탄생했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원작 웹툰의 팬들은 ‘인생웹툰’이 그대로 영상으로 나타난 것에 열광했다. 드라마 속 명대사 ‘술맛이 어떠냐.. 오늘 하루가 인상적이었다는 거다’..는 곧 유행어가 되었고, 작가가 직접 쓴 대사이자 시인 ‘나는 다이아’ 또한 감동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자신의 작품을 직접 영화화한 정연식 작가의 사례도 흥미롭다.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다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웹툰 <달빛구두>의 영화화에 실패하였으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으로 2011년 어려운 상황을 견디며 <더 파이브>를 연재했다. 인기리에 연재된 작품은 강우석 감독의 눈에 띄어 2013년 영화 <더 파이브>로 재탄생했다. 물론 감독은 정연식 작가이다. <더 파이브>의 원작은 웹툰이지만 사실 영화가 먼저다. 그는 영화제작을 위해 웹툰을 연재했고 이것은 이미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작업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들고 쫓아다니지 말고 그들이 오게 하자'는 작가의 생각은 무모하기도 했지만, 창작자가 직접 만들고 변주한 이야기는웹툰과 영화에서 모두 사랑받았다.



△ 정연식 <더 파이브>


‘원작’이라는 것은 신비하다. 누가 그 원작을 요리하느냐에 따라 작품은 계속 변화한다. 원작자들이 영상화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거나 각색한 소설 작가들이 많고, 지금도 그들의 작품이 스스로의 손에서 종종 영상화되고 있다. 본인의 영역을 벗어난 그들에 대한 불편한 시각 또한 존재하나, 자신들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의 외도는 시청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이야기에 대한 소구도 높아졌다. 하나의 이야기는 표현의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어떤 작품으로든 탄생할 수 있다. TV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전통적 콘텐츠를 넘어서 OTT, 다양한 숏폼 플랫폼에도 등장할 수 있다. 탄탄한 원작의 절대적 이해자인 그들의 역할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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