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웹툰이 쏘아올린 병맛은 어디쯤 날고 있을까?
김산율 2020.07.10



웹툰이 쏘아올린 병맛은 어디쯤 날고 있을까?

웹툰이 쏘아 올린 병맛의 의미

이말년 <이말년 시리즈>, 조석 <마음의 소리>



김산율(만화평론가)

 

병맛,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왜냐하면 병맛 웹툰이 무엇인지 대답하는 것은 섹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전개는 병맛이다. 





병맛이란 ‘병신 같은 맛’의 축약어이며, 2000년대 인터넷 신조어 ‘병맛’에 만화가 싱크 되면서 대중화되고 상업화 되었다. 연구자들은 병맛을 “형식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독자들은 그 속에서 취향이나 자신들이 공유하고 있는 코드를 발견하는 것”으로 설명하거나 병맛의 기본요소를 “형식적인 완성도의 저열함(대충대충 그림체)과 내용구성상의 어이없음” 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개연성 파괴를 시도하며 예상치 못한 곳곳에 이를 배치한다” 고 기술한다.

 

병맛의 최전성기였던 2010년 병맛 웹툰의 꼭대기 이말년 작가는 인터뷰에서 “기존에 없었던 스타일의 새로운 개그”형태로서 “만화 안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혹은 전혀 개연성 없는 사건 전개나 각종 패러디”라고 병맛 웹툰을 정의했다. 그리고 “병맛은 병맛으로 즐겨야지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하면 더욱 재미없어진다”고 덧붙였다.

 

병맛은 웹툰이 쏘아올린 미상의 발사체다. 발사체는 보통 3단 추진체로 구성된다. 1단은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대기권을 뚫어내는 역할을 2단은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임무를 3단은 위성을 정확하게 도착시키는 사명을 받는다. 


병맛웹툰의 1단 추진체는 이말년, 조석, 귀귀 작가 등의 강력한 병맛 추진력으로 기존 만화체계의 중력을 돌파해 기승전병의 전개로 신종 개그장르를 탄생시켰다. 이후 병맛 코드는 2단 추진체의 임무처럼 개그장르를 넘어 <웃지 않는 개그반/현용민>, <질풍기획/이현민> 등의 서사 웹툰에 차용되며 ‘작가가 약을 빨았다’, ‘약빤 웹툰’ 식으로 진화해 웹툰의 새로운 궤도를 열었다. 마지막 병맛 3단 추진체는 미지의 영역에 안착 할 것으로 보이며 그 공간은 바로 교양만화이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김도윤>,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압듈라>의 사례로 병맛코드에 지식정보를 탑재하면 생각보다 정밀한 교양만화로 재탄생됨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맛웹툰은 작품 외적으로 루저 문화, 인터넷 문화, 비주류 등의 대변자로 사회적 역할도 수행했다. 최근 뉴스에 병맛을 찾아보면 정치, 사회, 문화를 망라해 다양한 분야에서 병맛코드가 소비되고 있다. 패션의 역사에서 전시대의 포멀웨어가 시간이 지나 캐주얼웨어로 변하는 과정처럼 병맛웹툰과 코드는 이제 여느 웹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장센이 되었다.

 

송곳처럼 솟아오른 희대의 병맛웹툰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웹툰 전체에서 병맛웹툰의 질량은 병맛 총량의 법칙이 적용 중이다. 병맛은 상업 웹툰을 넘어 SNS 등 아마추어 작가들의 영역에서 재생산되고 ‘밈(Meme)’과 결합하여 확장되고 있다.

 

이말년도 가고 조석도 가고…….

이말년 작가의 <이말년씨리즈/(2009년~2018년)>와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2006년~2020년)> 두 작품은 ‘병맛웹툰’의 대표작이자 화석이 되었다. 이들의 병맛웹툰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이말년 작가는 본인의 유튜브 ‘침착맨’을 통해 만화에서 표현할 수 없는 입담을 과시 중이다.

 

유튜브에는 병맛코드로 점철된 만화와 영상의 중간 형태 콘텐츠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 병맛웹툰이 기존 만화계 질서에서 고군분투 했다면 지금의 유튜브 병맛만화도 영상시대의 독자흐름과 절묘한 공감을 받아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발사체에 탄두를 담아 쏘면 미사일이 되고 인공위성을 올리면 로켓이 된다. 병맛은 콘텐츠계의 핵탄두이자 만화계의 위성이 된 샘이다. 구글 에릭슈미트 회장은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라고 했다. 병맛 로켓의 문은 아직 열려있다.




*참고자료

<병맛 만화는 왜 대세가 됐을까?> 정용인 주간경향 (2010.3.23)

<웹툰에 나타난 세대의 감성 구조 : 잉여에서 병맛까지> 김수환 탈경계인문학 제4권 2호(2011.6)

<병맛 만화의 서사구조에 관한 연구 : 개연성 파괴를 통한 재생성을 중심으로> 홍난지, 박진우 한국애니메이션학회지 2014년 10권 3호 

<병맛 만화, 루저들의 코딱지를 후벼주는 맛> 김미영 한겨례21(2010.4.08)

기획기사
장르와 세계관의 융합
이재민
2020.08.13
웹툰에서 장르는 어떻게 합쳐지고 있을까? 진짜 재밌는 융복합 장르 이야기
당신의 욕망, 당신의 빛 - 웹툰 <스위트홈> 단평
박탐유
2020.08.04
욕망을 드러내면 괴물이 되는 세계 소외된 소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웹툰 속 슈퍼히어로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산율
2020.07.30
서구 히어로는 성인, 웹툰 히어로는 학생 多 웹툰 속 히어로는 비장함보다 유쾌함으로 승부 히어로의 힘과 역할은 '양심'에서 나올 것
공포의 여름, 좀비물의 약진
류유희
2020.07.21
종회무진. 영화, 드라마 그리고 웹툰을 넘나드는 좀비물
국내 웹툰 결제 환경의 변화
하희철
2020.07.21
핀테크의 성장과 함께 변화를 맞이한 국내 웹툰 결제 환경
북유럽 신화, 마블 그리고 <오딘>
김성훈
2020.07.20
북유럽 신화, 마블, 웹툰 속 오딘의 외형과 성격 변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콘텐츠 소비 : 웹툰, 대리 경험부터 실전 운동까지
이모션D
2020.07.16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포츠 웹툰, 대리 경험부터 실전 운동까지, 방구석에서 즐기자!
웹툰으로 '사이드 허슬'이 가능할까? 만화 그리는 약사
이가은
2020.07.13
약사들의 일상을 담은 약사툰
웹툰이 쏘아올린 병맛은 어디쯤 날고 있을까?
김산율
2020.07.10
웹툰이 쏘아 올린 병맛의 의미
검은머리 미남에서 벗어난 로맨스 웹툰의 남주인공들
이모션D
2020.07.07
로맨스 장르 속 남자 주인공의 특징과 오해. <치즈 인더 트랩>, <우리사이느은>을 중심으로
2019 부천만화대상 <곱게 자란 자식> 역사의 밀물이 빠진 후
김산율
2020.07.03
한국적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치밀성은 독보적. 70년전 인물의 재현과 고유성으로 보아 리얼리즘 웹툰의 대표작. <곱게 자란 자식>은 만화로서 문학의 성취를 이루어 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된 웹툰작가, 웹툰 작가들의 직업 파생에 관하여
류유희
2020.07.02
순정만화를 둘러싼 여성 서사 논쟁
조경숙
2020.07.02
8-90년대 순정만화는 여성서사인가?, 왜 지금 순정만화를 여성서사라고 지칭해야 하는가?, 논쟁은 모호하게 소비되던 여성서사의 의미를 구체화 하는 계기로 작용
회귀에서 힘숨찐까지 최근 웹툰계 인기 키워드
이지성
2020.06.29
회귀에서 힘숨찐까지 최근 웹툰계 키워드의 의미와 특징에 대하여
당신은 어떤 연애를 하고 있습니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
박탐유
2020.06.26
당신은 어떤 연애를 하고 있습니까? 꼬마비 작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내가 회사를 다니며 웹툰을 그리는 이유
박탐유
2020.06.26
회사원의 뒤늦은 고백. 실은... 웹툰 작가 지망생이에요.
매체 변환 시 작가의 고민과 대응 방법에 대하여
김재훈
2020.06.24
2차 콘텐츠를 둘러싼 원작 고증, 팬들의 갑론을박. 작가와 독자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2차 콘텐츠를 다룰 매체 이해 필요. 디즈니는 자사 IP를 서로 다른 매체에 잘 활용한 우수 사례
정부지원금 받고 웹툰 그리기 - 한국 웹툰의 경쟁력, 작가 지원 프로그램
강태진
2020.06.23
정부 주도 작가지원 사업, 웹툰 작가들의 '공백기'를 연착륙 시키는 방안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 5개 기관이 웹툰 작가 지원 프로그램 기획 실행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경우 매년 1, 2월에 지원사업 설명회 개최
브랜드 웹툰의 등장은 언제부터? 브랜드 웹툰의 의외의 홍보 효과
하희철
2020.06.16
홍보용 인터넷 만화로 시작된 브랜드 웹툰, 뛰어난 몰입도와 거부감의 최소화가 브랜드 웹툰의 장점, 높은 진입장벽의 브랜드 웹툰
웹툰 광고 수익 모델 이해하기
하희철
2020.06.16
새로운 광고 모델, 웹툰. 네이버 웹툰의 5가지 광고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