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안개 무덤> : 한국형 오컬트 웹툰의 미래
이모션D 2020.08.23


외래종 '오컬트'...사람들은 '귀신', '무당'이 더 익숙 
안개무덤, 한국형 오컬트 웹툰의 매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컬트(Occult)란 '비밀'을 뜻하는 라틴어로, 신비적·초자연적 현상을 탐구하는 믿음을 뜻합니다. 현실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과학과 이성과 상식을 넘어선 지점에 '오컬트'는 존재하지요.

한국은 '오컬트 전통'이 없었습니다. '오컬트'라는 말부터가 외래어고, 외래 종교인 기독교와 유대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과는 거리가 있었죠. 서양의 '악마', '마녀'보다는 '귀신'이나 '무당'이 친숙한 것이 한국이거든요.

그래서 '오컬트 장르'는 한국에서 비주류였습니다. 아는 사람만 알고, 즐기는 사람이나 즐기지 '대중'들에게는 낯선 장르였었죠. 그렇게 '매니악'한 영역에 있던 '오컬트 장르'가 대중에게 알려진 데는 <검은 사제들>의 공로가 컸습니다. 가톨릭의 구마 의식을 기본으로 가져가면서도 '무당'과 '굿'도 등장시킨 <검은 사제들>은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포문을 영화라는 대중 매체 안에 담아주었습니다.

웹툰이라는 대중 매체에도 '한국형 오컬트'가 새록새록 싹트고 있습니다. 2019년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영상화상을 수상한 <안개 무덤>(김태영)은 오컬트 웹툰의 매력과 가능성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안개 무덤>은 사진에 들러붙는 벌레들의 이미지에서 시작합니다. 귀인장 여관에서 사망자가 발견되고, 스멀스멀 기어드는 벌레들 사이로 안개도 흘러나옵니다. 루미놀 반응으로 발광하는 혈흔들도 안개처럼 흩뿌려 있는 이 이상한 사건 현장. 형사들은 사건을 추적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윤곽이 잡히긴커녕, 기이한 현상들이 연이어 일어납니다.


담당 형사 문대영은 탐문 조사를 하던 와중 신내림을 받은 여자에게 "문대영은 벌레가 살기 좋은 집. 벌레를 만나면 문대영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불길한 예언을 듣습니다. 벌레가 살기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요. "드럽게 안 치우는 데 썩을 거 많은 집", "주변에 풀도 좀 있고, 햇볕도 안 들어서 눅눅한 오래된 집", 바꿔 말하면,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이 아닌 그곳은 "무덤"(4화)을 연상시킵니다.

이렇듯 벌레와 습기는 죽음의 이미지로 이어지며 인물들의 삶을 위협해 옵니다. 타자의 문제였던 '실종'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형사들 스스로의 현실이 됩니다. 서서히 스며들며 윤곽을 흐려놓는 '안개'처럼, 광기와 미신은 분명해 보였던 현실에 흐릿한 의문점들을 번지게 합니다. 철저하게 현실을 조사하는 현대적인 형사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들과 대비되어 <안개 무덤>의 미스테리함은 더욱 신비하고 기묘한 것이 됩니다.

<안개 무덤>은 오컬트적 신비주의를 토속신앙의 색채로 담아냈습니다. ‘개벽’을 향한 비틀린 믿음은 ‘후천개벽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고, 거대한 ‘부적’부터 시작해서, ‘염매(사람을 가위눌리게 하는 귀신)’, ‘주구(민속 원시 종교에서 사람을 불행에서 건지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힘을 지닌 물건)’, ‘비다라(고대 불전에 나오는 일종의 청부 살인자)’ 등 언급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소재들로 풍성합니다. 토속신앙에 대한 깊이감 있는 묘사 덕분에 <안개 무덤>은 더욱 몰입감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오컬트적인 재미’까지 부여합니다.

한국형 오컬트에 매력을 느끼셨다면 <미래의 골동품 가게>(구아진)라는 웹툰도 함께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안개 무덤>의 주인공 ‘문대영’이 차가운 도시의 형사라면, <미래의 골동품 가게>의 주인공 ‘도미래’는 섬마을에 사는 소녀입니다. 순박한 섬 소녀같이 보여도, 영적 세계 기준에서는 어마어마한 능력과 잠재력을 지닌 ‘미래’는 악귀에 빠진 친구를 위해 해결사로 나섭니다. 악귀들과 맞서 싸우는 미래의 활약은 흡사 ‘능력자 배틀’을 연상시킬 만큼 박진감이 넘칩니다. 남다른 영력을 타고났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위와 섞이지 못하는 ‘미래’를 응원해주고 싶은, 성장물의 따스함까지 갖춘 작품입니다.

<안개 무덤>과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둘 다 미완결이라 기다리기가 애가 탄다면, <소라의 눈>(썸머)이라는 완결작도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아들을 가진 한 남자는 아들을 살리고자 안개산을 찾습니다. 귀신에게 너무 사랑을 받아서 문제인 ‘정하’와 그를 치유하기 위해 안개산의 산사에서 내려온 ‘소라’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통렬한 터치로 마음을 울립니다. 한국형 오컬트답게 ‘악귀’들이 나오는데, 죽은 자들의 원한을 쫓아낼 수 있는 것은 산 사람들의 진심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장마철이 길어지는 올여름, 눅눅한 기분에 기묘한 감성을 더하고 싶을 때는, 오싹하면서도 매력적인 한국형 오컬트 웹툰을 읽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자료
pgm 지식엔진연구소, <오컬티즘>, 시사상식사전.
박시앙, <남들보다 좀 더 많은 걸 보는 ‘소라의 눈’>, 웹툰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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