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스틸레인, 한반도 테마파크에 어서오세요
김민태 2020.08.26



스틸레인, 한반도 테마파크에 어서오세요

김민태(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 교수)

동북아 관계를 바탕으로 통일, 평화, 민족 번영의 꿈을 그리다


웹툰 <스틸레인>은 테마파크다. 테마파크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한데 모은 꿈과 환상의 세계이다. 오늘의 걱정과 염려는 이곳에서 잠시 잊고 지금을 만끽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 덕에 씀씀이도 커지고 일상에서 하지 못할 분장도 하게 되고 기념사진의 나도 좀 더 밝게 표현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받은 에너지는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

웹툰 <스틸레인>은 안티(anti) 테마파크다.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이곳은 민족의 공멸과 전쟁의 공포, 우리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토대로 한다. 한반도 정세를 테마로 전쟁, 핵무기, 열강, 음모 등을 형상화한 어트랙션들로 구성되며 입장객은 우리 국민 모두이다.

<스틸레인1>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를 테마로 제2차 한국전쟁 발발 위기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역할극이 펼쳐진다. <스틸레인2:강철비>는 ‘북한 1호가 위중한 상태로 비밀리에 남한에 넘어온 상황’을 테마로 극한으로 치닫는 남북 대치상황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북쪽 철우, 남쪽 철우의 버디 드라마다. <스틸레인3:정상회담>은 ‘남한과 미국의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최고 존엄이 동해 잠수함 속에 납치된 상황’을 테마로 남북한 문제를 넘어 동북아 전쟁 위기 속 일본과 중국의 야욕을 그려낸다.


테마파크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면 기념품샵이다. 누구에겐 테마파크 관람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추억을 남길 공간이 되고, 누구에겐 어린 자식이 또 무엇을 잡아들지 몰라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어서 지나가길 원하는 시간이 된다. 영화 <강철비>는 마치 기념품샵처럼 다가온다. <스틸레인2>는 2017년 10월에 연재를 시작해 그해 12월 영화 <강철비>가 개봉했다. 445만 명이 관람한 흥행 영화가 됐고, 작품 연재는 2018년 6월에 끝이 난다. <스틸레인3>은 2019년 9월에 연재를 시작해 2020년 7월 연재종료와 함께 <강철비2:정상회담>으로 개봉했다. 즉 웹툰과 영화가 테마파크와 기념품샵처럼 윈-윈하는 기획인 것이다.

웹툰과 영화가 유기적인 관계로 움직이는 성공 사례는 <스틸레인> 시리즈가 유일하다. <신과 함께>를 비롯해 웹툰 원작의 영화개봉은 연재종료 후라는 관점에서 결이 다른 성공이다. 웹툰을 열고 이어서 영화를 여는 ‘윈도우 효과(Window effect)’의 기간이 가장 짧은 기획으로 그 힘은 웹툰 작가이자 영화연출자 양우석 감독에서 찾을 수 있다.


양우석 감독은 2007년<브이/제피가루>, 2008년<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팀풍경>, 2011년<스틸레인1/제피가루>의 웹툰 원작자로서 먼저 활동했다. 공교롭게 양우석 작가는 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관람객 천만 명을 돌파한 흥행 감독이 된 후 <강철비1>, <강철비2>의 연출을 직접 함으로서 본인이 그린 세계를 직접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작품의 원작자가 직접 영화를 연출한 경우는 정연식 작가의 <더파이브>도 있다.

웹툰의 장르 중 희소한 분야가 있다면 전쟁, 밀리터리 작품이다. 웹툰의 중심독자보다 조금 높은 연령층, 남성 독자 중심의 한계에서 스틸레인 시리즈는 한반도 정세라는 소재로 독자들을 당사자들로 만들어 대중화를 이뤄냈다. 육, 해, 공군의 무기 체계와 군사 운용방식 고증은 마니아들의 시선을 충족하긴 어렵지만, 일반 독자라면 충분한 몰입을 유도해 긴장감이 느껴진다.

<스틸레인>시리즈 세 편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땅굴의 존재이다. 1, 2편의 땅굴이 남북한 소통창구로 이용됐다면 3편에는 동해의 심해에서 서로의 공존을 꿈꾼다. 즉 지면과 수면 아래의 공간에서 작품의 문제 해결을 이루어지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어쩌면 현재의 정치, 군사, 외교 상황에서 납북한의 유일하고 독립적 소통은 땅굴 속에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

2020년 8월 KBS의‘통일의식 여론조사’결과 북한 정권에 반감을 느끼는 국민이 전체 74%를 차지했고,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는 15%에 불과했다.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되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60%가‘없다’라고 답했다. 이제 우리의 소원이 통일인 시대는 지났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평화로운 공존은 통일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할 과제이다. <스틸레인>이라는 한반도 테마파크에서 통일, 평화, 민족 번영의 꿈을 간접체험 해보는 것은 재미있고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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