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웹툰으로 '사이드 허슬'이 가능할까? 초보기간제교사의 교사툰
gyosa_19 2020.09.16



기간제 교사 정보를 나눠주고 싶어 시작 
웹툰이 다양한 선생님들과 소통 창구 되기도
기간제 교사가 된지 이제 2년차에 접어든 신출내기라 사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그런 제가 교사로서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우선 어떻게 하면 기간제 교사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임용 고시 준비 방법이나 합격 후기는 넘쳐나지만, 기간제 교사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만화라는 방법으로 제가 가진 정보를 저와 비슷한 분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올리니까 해쉬태그를 이용해서 독자 타겟을 설정할 수 있으니까 좋더라구요. 기간제 교사, 교사, 학교스타그램, 교직, 등등을 빼곡하게 해쉬태그에 달아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행히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잘 전달되었는지 댓글이나 DM으로 기간제 교사에 대해 더 물어보시거나, 면접이나 수업시연을 앞두고 있으시다면서 응원을 받아 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럴 때면 예능에서 강호동이 울먹이며 ‘제가 뭐라꼬예’ 라고 했던 말이 절로 나오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리고 제 계정을 팔로우 해주시고 댓글로 공감을 표현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그림을 올리는 날은 거의 하루 종일 반응을 확인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행복해요. 이런 것들이 기간제 교사에 대해서나, 학교 생활에 대해서나 다양하게 10컷 안에 녹여내려고 노력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학교 교사라고 하면 다른 공무원들처럼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교사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이 아닌 직장인들처럼,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량도 많고 매일 3-4개씩 있는 수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다, 담임을 맡은 경우에는 퇴근 이후에도 학생들이나 학부모들과의 상담도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이전에 학교 근무 경력이 없어서 집에서 멀리 있는 학교에 겨우 합격이 돼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경우에는 출퇴근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학교들이 또 거의 산 위에 있지 않습니까? 설상가상으로 면허까지 없는 저는 매일 새벽 5시 15분에 일어나서 버스 3대를 환승해서 출근을 합니다. 덕분에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거의 기절해서 보내게 됩니다. 1주일에 한 회(10컷)씩은 꼭 업로드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시간을 내기가 참 쉽지가 않아요. 주변에서 제가 만화 그리는 걸 아는 친구들이 업로드가 왜 이렇게 늦냐고 항의가 많은데,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기간제 교사라는 본업 때문에 만화를 그리는 데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것도 힘든 점입니다. 직장에서 겪는 상사의 ‘갑질’ 이나 ‘진상 고객’ 에 대한 표현은 자유로운 것 같은데, 교직 사회가 워낙 좁고 좀 보수적이라 그런지 제 만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현하는 독자 분들이 꽤 있었어요. 제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기간제 교사’ 라는 신분을 대대적으로 드러냈던 건, 많은 분들에게 관련 정보를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반 교사가 아닌 계약직 교사라서 겪게 되는 일들을 고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였거든요. 그래서 보통 학교에서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을 만화에 담는데, 어떤 분들은 DM까지 보내셔서 동료 교사들을 겨냥하는 식의 표현은 삼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구요. 항의하시는 건 아니었고, 제 만화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걱정을 오래 하시다가 조심스레 말씀을 꺼내주신 거여서 제가 오히려 독자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나 싶어 죄송하더라구요. 또 그분들이 모두 실제 교직에 계신 분들이어서 학교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거였어요. 그래서 그 독자분들이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저는 교사라고 해서 다른 직장처럼 ‘갑질’을 겪지 않는 것도 아닌데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을 표현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만화에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가 어디인지, 어느 지역에 있는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습니다. 저 외의 인물들은 성별이나 겉모습도 각색하는 편이구요! 저는 만화를 어떤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수단이 아니라, 교사들이 학교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다행인 건 제 만화를 보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교사가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자세히 알게 되어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겁니다. 선생님들이 참 힘드시겠다는 학부모님이나 학생분들의 댓글도 큰 응원이 됩니다!

학교에서 제가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니, 정작 제 동료 교사들에게는 제가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알리지 못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알리면 팔로워 수를 더 올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동료 교사가 제 만화에 대해 얘기하면 얼마나 아찔할지 상상하곤 하는데, 그래도 그만큼 제 만화를 아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분명 기쁜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본업이 기간제 교사이고, 직업에 대해 만화를 그리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재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너무 많은 일이 터져서, ‘와 이거 만화로 그려야겠다. 저번에 그리려고 했던 그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거든요(다시 한번, 그런데도 불구하고 업로드가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학교엔 약 60여 명의 선생님들과 600여 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아침부터 오후까지의 일과를 함께 하다 보니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생기겠습니까? 그리고 학교에 있으면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행사들도 많습니다. 시험기간에, 수학여행에, 학예회에...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상당수가 취소되었긴 했지만 말이죠. 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최초로 ‘온라인 수업’ 이란 게 도입되다 보니, 코로나와 관련해서도 만화에서 할 얘기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선생님들이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지 궁금해하는 학부모님들이나 일반인분들도 만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셨구요. 넘쳐나는 소재들 가운데 제가 아닌 타인의 신상이 드러나거나, 제가 일하는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경우만 제외시키면 되기 때문에, 만화를 꾸준히 그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만화를 통해 제가 오히려 정보를 얻거나 힘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선생님들과의 교류가 많아졌고, 그 덕분에 업무나 수업 준비에 있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만화나 그림을 그리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표현 방법을 참고하게 되는 것도 많았구요! 보통 다른 교사들을 만나게 될 기회는 외부 연수를 직접 신청하는 경우밖에 없는데, 만화를 그리면서 더 넓은 지역에 있는 다양한 학교급 및 교과 선생님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한번은 팔로워 수가 어마어마한 인기 선생님이 제 만화를 우연히 보시고 DM을 주셔서 본인의 계정에 공유해도 되겠냐고 물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흔쾌히 허락했더니, 그 날 하루 동안 팔로워 수가 거의 200명 가까이 증가했어요. 인플루언서의 위력을 실감하는 계기였을 뿐 아니라, 동료 교사를 도와주는 분들의 따뜻함을 몸소 체험하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본업을 가진 분들이 따로 시간을 또 내어서 만화를 그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것입니다. 체력적으로도, 여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재를 선정하고, 그 내용을 다시 10컷 내외로 다듬는 과정에서 자신의 일상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저처럼 같은 직업을 가진 분들과 교류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또 직접 만든 창작물을 통해 독자층이 생기고, 그 독자들과 직접 대화도 나누고 격려를 받게 됐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아마 여러분도 똑같이 핸드폰을 붙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응을 보게 될 겁니다.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우시면, 저처럼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그보다 더 간격을 두더라도 꾸준히 조금씩 올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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