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우두커니 어른이 되어 간다.
김산율 2020.09.20



2020 부천만화대상 대상작 '우두커니',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다

김산율(만화평론가)



인생의 생로병사는 우리 모두 거처 가는 과정이지만 부모님과의 이별, 특히 이별 과정에서 겪는 사연들에 깊음 슬픔이 남겨진다. ‘치매’라는 질병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의 사연이길 바라지만 누군가의 현실일 수밖에 없는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웹툰이 있다. 


삼십대 중반의 부부 승아와 영우, 아흔 살 고령의 승아 아버지가 한 집에 살고 있다. 치매가 시작된 후 아버지의 성격과 말투 행동이 달라졌다. 아버지의 사랑이 무한한 햇살처럼 따스하게 내리쬐던 생활이 과거였다면 고장 난 형광등 불빛처럼 깜박이는 아버지의 현재에 승아와 영우는 혼란을 겪는다. 그럼에도 착한 딸 승아와 현명한 사위 영우는 관련 서적을 읽고 의료지식을 공부하며 치매를 받아들이는 삶을 시작한다.

상황은 녹녹치 않다. “폭우 속에서도 고목처럼 꼿꼿하게 서계시던 아버지는 가느다란 빗줄기에도 힘없이 흩어지는 작은 꽃잎이 되어버렸다.”치매라는 질병을 표현한 악의적 수사들은 승아를 시험한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몸은 마르고, 마음은 무거워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아버지에 대한 나의 사랑이란 게 고작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라는 결과지를 받는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르도토스는 인간이 겪는 불행 중 최악에 대해 말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매우 잘 아는데도 상황을 바꿀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1)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 아서 클라인만 조차 “간병은 지독하게 외롭고 지리멸렬한 싸움이다.”라고 고백한다. 다행은 승아의 이런 상황을“너만큼 힘들까 걱정 마”라고 보듬어 주는 남편의 존재가 함께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응당 만화 독자라면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과 고난, 주변의 방해를 극복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하는 것이 보편적 관행이다. 이 작품의 독자들은 아버지의 변화에 주인공이 상처받지 않고 하루하루 아무 일 없길 적극적으로 바란다.

웹툰은 댓글로 작품과 독자가 소통하고, 독자와 독자가 작품 속 정보를 공유한다. 작품 아래 댓글을 살펴보면 ‘아버지의 치매 증상을 짜증으로 대한 것의 후회’, ‘치매를 돌보는 자신과 너무 흡사한 상황에 대한 공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그리움’등이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승아와 영우의 상황을 이해하는 독자들이 주인공을 위로하면서 쓴 댓글이 모이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면서 위안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치매증상 발현, 그것을 인지한 가족들, 두려움과 현실 부정, 질병의 수용과 타협, 치료와 요양 과정은 작가의 실제 경험이다. 특히 아버지의 치매증상을 질병으로 국한해 인식하도록 정화하게 묘사함으로서 아버지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돌봐야할 환자로 위치시킨다. 작가의 진정성 있고 격정적이지 않은 서사와 일관된 정서는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치매를 대하는 우리의 매뉴얼 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결국 이야기는 모두가 가고 싶지 않고 슬플 수밖에 없는 결말로 어쩔 수 없이 향한다.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승아와 영우에게 새 생명이 찾아오고, 아버지는 “경사 났구나.”라는 해맑은 미소를 남기고 치매가 그렇듯이 과거로 침잠해간다. 그렇게 승아와 영우, 아버지의 시간은 서로 교차하면서 작품은 마무리 된다.

세상의 전부였고, 나의 일부가 희미해져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진리가 있다. 생선은 눈알이 맛있고, 고기는 뼈에 붙은 살이 맛있고, 짜장면을 싫어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배가 부르다는 부모님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승아는“아빠에게 받은 걸 내 아이에게 모두 줄 수 있다면, 나는 분명…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다짐하며 그렇게 엄마가 된다.

승아와 영우는 2020년 부천만화대상 대상 수상작품 심우도 작가의 <우두커니>에 등장인물이다.


1) 조선일보 ‘이미도의 무비 식도락’ 20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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