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아는 맛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 설화와 민담 등을 활용한 웹툰
류유희 2020.09.22


설화와 민담을 활용한 웹툰, 
옛날이야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전설, 민담, 설화와 같은 옛날 이야기 즉 문화원형은 스토리텔링의 아주 좋은 재료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구전으로 인해 익숙한 이야기이며 우리나라 문화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고 있어 의미를 파악하기 쉽다. 문화원형이 작품으로 변주되어 등장할 때 익숙함 가운데 찾아볼 수 있는 새로움과 아는 이야기가 시각화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선함은 옛날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다른 재미이다.


웹툰에도 많은 작품들이 다양한 문화원형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각종 신화나 종교 이야기, 설화들이 웹툰으로 탄생하며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공포, 개그 등등 장르적 제한을 갖지 않는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설화를 이용한 웹툰을 몇 가지 소개하며 판타지화 한 작품, 설화가 탄생한 지역을 소개하는 웹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웹툰 등으로 분류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몇 가지 작품에 대한 짧은 소개글이지만 옛날 이야기를 이용한 작품들이 어떤 재미를 추구하여 가치를 갖는지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옛날 이야기를 이용한 판타지
문화원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스토리텔링의 많은 작품들이 판타지로 탄생한다. 문화원형에는 도깨비나 요괴, 귀신, 신비한 현상 등 가상의 설정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원전의 판타지성이 더욱 강조되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신암행어사>는 본래 웹툰이 아닌 출판만화로 2001년 일본 소학관(小学館) 『월간 선데이GX』에 연재되어 국내로 역수입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이후 2017년 와이랩(YLAB)에서 웹툰으로 재편집하여 네이버에 연재했다. 쥬신이라는 나라에 마지막 남은 암행어사 주인공 문수의 모험 이야기를 다양한 전설과 동화를 각색하여 스토리텔링화했다. 하회탈의 얼굴을 한 팬텀솔저라는 유령부대를 부리는 주인공은 동료 춘향, 방자와 함께 여행하는 와중에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호랑이형님’, ‘홍길동’, ‘고려장’, ‘심청’ 등의 고전 소설 및 동화 속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신암행어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이야기들이 우리가 아는 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교훈적이거나 평화롭고, 아름답지 않다. 각색을 통해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이면이 표현되며 인간의 악한 모습을 나타내거나 큰 갈등이 조장된다. 모두 아는 이야기가 잔혹동화로 변주되며 우울하고 어두운 전통 이야기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문화원형을 활용한 판타지 웹툰은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각종 전래동화와 신화, 도깨비 설화 등이 웹툰으로 만들어져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며 익숙한 이야기의 다양성을 표현한다. 이 작품들은 원전의 이야기를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각색하여 현재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의 메시지로 개조된다. 이야기들이 처음 만들어진 시대와 현재의 시대에서 사람들의 사상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판타지화된 작품은 환상의 세계 속에서 사람들의 현실을 더욱 그럴듯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옛날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을 소개하는 웹툰


주호민 작가의 <제비원 이야기>는 경상북도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웹툰이다. <제비원 이야기>의 원형은 경북 안동시의 ‘제비원 전설’로 안동이천동석불상과 얽힌 전설을 스토리텔링화 하여 문화콘텐츠를 통한 지역홍보를 위해 시작되었다. 작가의 후기에는 제비원 이야기와 더불어 안동지역의 민담 중 재미있는 네가지 이야기를 엮어 구성했다고 한다. <신과 함께>를 통해 불교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주호민 작가를 통해 인간의 고뇌와 번민을 다시한번 불교적 관점에서 그려내며 교훈적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

안동은 꾸준히 지역의 민담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지역이다. 안동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또다른 대표 작품 중 하나는 박소희 작가의 <궁 외전: 별신의 밤>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입헌군주제의 대한민국을 바탕으로 하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세자 이신과 세자빈 신채경 부부가 사라진 하회탈 3개를 복원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위해서 안동으로 휴가를 떠난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작품에는 안동의 하회탈과 관련된 ‘허도령 설화’를 이용하여 하회탈과 함께 내려오는 이야기와 안동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소개하며 안동 관광을 위한 여러 가지 정보를 스토리텔링 속에 녹여냈다. 

이와같이 문화원형을 스토리텔링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지역은 이야기를 통해 지역만의 특색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웹툰이라는 재미있는 형식으로 안내한다.

옛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레이션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신화일 것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여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간이 되고자 도전하는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현대를 배경으로 그려낸 작품이 바로 웹툰 <바로잡는 순애보>이다. 곰과 호랑이 부족이 현 시대까지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발랄하게 그려냈다. 

<신과 함께>는 네이버에 연재를 통해 엄청난 인기와 함께 영화로도 제작된 대표적인 설화를 이용한 작품이다. 저승편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반인 김자홍이라는 현재를 살아왔던 캐릭터이다. 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는 우리나라 토착 신들의 이야기는 색다른 세계관을 펼쳐낸다. <신과 함께>의 이야기는 크게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바탕으로 김자홍의 저승 재판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브플롯을 통해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저승과 이승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면서 신들의 능력이 현재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흥미롭게 전개된다. 또한 현재의 죄악과 옛날의 죄악이 다르지 않음을 표현하며 인간에 대한 성찰을 그려낸다.

시즌2인 이승편의 경우 가택신앙을 바탕으로 상상의 가택신들과 실제 있었던 용산참사를 함께 그려내며 환상과 현실을 함께 이야기한다. 신들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끝까지 집을 지켜내는 신들의 모습과 처참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그려진다. <신과 함께> 시즌 세 편에 모두 등장하는 강림도령 역시 '강림도령 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캐릭터이다. 신화편에서는 강림도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저승차사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많은 옛날 이야기들이 웹툰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 인간의 보편적 사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화원형의 이야기들은 비유와 상징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을 담았다. 시대를 초월하며 담아낸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의식들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해도 사람들은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교훈,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옛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웹툰들이 매력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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