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돈 없어서 우울하다고? 이런 인생 웹툰은 어때!
박탐유 2020.10.22


가장 행복한 것은 죽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미다스 왕이 자신의 시종 실레누스에게 물었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고?”
“왕이시여,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이 있다면, 그건 곧 죽어버리는 것이나이다.”

맞는 말이다, 아예 태어나지 않았다면 삶이 주는 무게를 견딜 필요도, 인생이 짊어져야 할 고통도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통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죽는 것이며, 그 죽음이야말로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일 수 있다.


13번의 부활, <이제 곧 죽습니다>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네이버‧2019~2020)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만 하다 나이만 먹은 주인공이 빌딩 옥상에 올라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최이재는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 취업준비만 하다 얼마 안 되는 종자돈은 암호화폐 투기로 날리고, 6년이나 사귀던 여자친구는 딴 남자랑 결혼해 버린다. 

뭐 이정도 되면 막장 인생이긴 하다. 희망이 없지 않은가. 우울해질 테고 죽고 싶어지는 건 당연지사. 잠시 엄마를 떠올려본다. 혼자서 아들 하나 키워내면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래도 더 이상 살기 싫은걸 어떡해. 최이재는 뛰어내린다.

이쯤 되면 이건 자살 조장 만화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곧이어 낯선 여자가, 아니 ‘죽음’이라 불리는 존재가 여자로 위장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죽음’은 최이재에게 앞으로 13번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만약 그 과정 중에 하나의 삶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그 삶을 그대로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생각할 틈도 없이 최이재를 한 성공한 사업가의 마지막 삶으로 밀어 넣은 ‘죽음’. ‘죽음’이 말한대도 사업가는 죽고, 그 다음으로 빙의한 조폭도 죽고, 학폭을 당하는 중학생으로 부활해서도 죽는다. 그렇게 앞으로 최이재는 진짜 13번의 죽음을 반복할 것인가?


이전 생의 업보=다음 생의 덤?
몇 번의 죽음을 거친 후 최이재는 생각한다. 이전 생에서 축적한 돈을 다음 생에서 쓰면서 산다면? 어차피 구질구질해서 자살했던 것인데, 이번 기회에 팔자를 고쳐 잘 살아보면 어떨까? 자기 뒷바라지만 하다 고생만 죽도록 한 엄마에게 거액의 돈을 가져다준다면, 내가 죽음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엄마만큼은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타임리프물의 시간관이 지켜진다. 시간여행으로 과거에 간다 해도 시간여행자는 과거의 사실에 개입할 수 없다. 

백만장자 유튜버 김구찬으로 부활한 최이재는 죽기 전 김구찬의 돈을 모두 현금화해 산속에 묻는다. 몇 번의 죽음을 반복한 끝에 엄마 집에 돈가방을 갖다놓는 데 성공한 최이재. 그러나 엄마는 정직하게도 이를 경찰에 신고해 버린다. 최이재가 죽는 걸 반복하다보니 이 돈가방으로 엄마는 오히려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하지 말았어야 할 사건 개입으로 인해 일은 더 꼬이기만 할 뿐, 돈을 소유할 수는 없다. 죽음을 반복하는 인물은 각각의 주체일 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주체일 수는 없다.

러시안 룰렛, 인생은 뽑기
부모가 나를 낳기 위해 일일이 유전자를 고르고 고른 게 아니다. 정자와 난자의 우연한 만남이 나라는 사람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정말 나는 우연하게,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운 좋게도 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 기적이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러시안 룰렛과 같다. ‘죽음’이 쏜 생의 총알을 맞고 최이재로 부활한 최이재. 탄생은 완벽한 기적이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아도 남겨진 사람에게 그 죽음은 감내해야 할 고통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13번의 죽음, 그리고 14번째 부활을 맞이하면서 느낀다. 죽음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으며, 삶만큼 무겁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아쉽다면 <노선도>로 달래자
<이제 곧 죽습니다>가 완결돼 아쉬운 독자가 있다면 네이버 수요웹툰 <노선도>를 보길 추천한다, 올해 5월에 시작해 현재 연재 중인데,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도 암호화폐 투자에 실패하고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된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목매 자살하던 도중 줄이 끊어지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는데, 그 앞에 의문의 돈가방이 놓여지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들고, 연일 실업자 숫자를 갱신하는 요즘 웹툰 속 주인공과 같은 마음을 가진 독자가 있다면 우선 우울한 감정을 내려놓고 웹툰을 따라가보자. 다행히도 당신은 아직 범죄자의 타깃이 되지 않았다는 걸 안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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