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Cheer Up! 웹툰 새싹들에게
박은영 기자_무비스트 2020.11.03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바퀴, 한진서, 로즈옹, 이동건, 마고 작가의 사진(커리컬쳐)과 대표 작품 이미지



“혹시 사기 아닐까?”, “드디어 나의 천재성이 빛을 보나??”
레진에서 일상툰 <바퀴멘터리>를 연재 중인 박바퀴 작가가 연재 제안 전화를 받은 순간 떠오른 생각이다.

2020년 현재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가 말해주듯 웹툰 산업은 짧은 시간 내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웹툰 작가 또한 인기 직업군으로 떠올랐다. OSMU와 크로스오버에 따른 원천 IP 소유자로서의 위상, 연예인급의 유명세, 톱 작가의 억대 수입 규모 등은 모두 웹툰 작가를 선망하게 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비전공자라도 오케이, 사이드허슬도 가능, 인스타 등 SNS를 통한 손쉬운 접근과 제로에 가까운 초기 투자 비용 등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작’ 이후다. 데뷔와 정식 연재로 이어지는 것은 바늘구멍 통과하기 같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데뷔를 준비 중인 예비작가와 막 첫발을 내디딘 신인작가를 위해 선배들이 살아있는 경험을 들려줬다. <바퀴멘터리> 박바퀴 작가(레진코믹스), <취향저격 그녀> 로즈옹 작가(다음웹툰), <빈껍데기 공작부인> 한진서 작가(카카오페이지), <환골탈태> 마고 작가(카카오페이지) 그리고 10년 차 선배이자 <유미의 세포들>로 누구보다 친숙한 이동건 작가(네이버웹툰)가 인터뷰에 응해줬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작가들께 감사드린다.



|  나, 작가 해도 될까

△ 박바퀴 작가 <바퀴멘터리>, 레진코믹스


에이전시, 공모전, 도전 만화 게시, SNS 업로드 등 웹툰 작가 데뷔 경로는 다양하다. 인터뷰에 응한 작가 중 마고 작가는 퇴사 후 SNS에 인기 게임의 팬 아트를 업로드하다가, 한진서 작가는 데뷔 기회가 몇 차례 무산되면서 전직 고려 중에 제안받았다. 로즈옹 작가는 4년가량 아마추어 공간에서 활동 후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그를 눈여겨 본 PD로부터 뒤늦게 연락 받은 경우다. 이동건 작가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도전만화 코너’에서 인기를 얻은 후 연재 기회를 얻었다. 위 사례를 보면 어떤 형태로든 꾸준하게 작업을 한 것이 정식 연재의 기회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연재를 시작한 후 레진에서 2년째 연재하고 있는 박바퀴 작가도 비슷한 경우다. 홀로 데뷔를 준비하다 보면 때때로 의심과 확인의 순간에 맞닥뜨리곤 한다. 스스로의 ‘자질’과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월~금 주 5일, 화당 10컷 내외의 짧은 일상툰 <바퀴멘터리>로 마치 일기를 들려주듯 친근하게 독자와 소통하는 박바퀴 작가는 웹툰작가에 있어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연재력’을 꼽는다.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130화까지 업로드했을 때 레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그는 “PD님이 계속 지켜봤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와 대중적인 매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하셨겠지만, 결정적으로 저의 꾸준함을 높이 샀던 것 같아요. 마감을 펑크내지 않는 것, 즉 연재를 이어갈 수 있는 끈기와 꾸준함이 웹툰 작가에겐 필수예요. 매주 일정량의 원고를 균일한 퀄리티로 내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이거든요.” 그림 실력을 쌓고 스토리를 재미있게 짜고 연출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웹툰 작가에 있어 필요한 자질은 무엇보다 ‘연재력’이라는 것이다. 이어 말한다. “약속한 시각에 업로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작가의 생명력을 길게 하고 인기를 높이는 가장 큰 힘이자 원동력인 거죠.” 이를 위해 자기 통찰은 필수다. 한마디로 루틴화된 창작 활동을 견딜 기질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유미의 세포들>을 6년 넘게 연재한 이동건 작가는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 콘텐츠를 즐겨야 해요. 저는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취미라 취미 생활 중에 아주 많은 인풋을 받아요. 그 인풋이 웹툰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고요.” 성실함과 작업을 즐기는 것이 성공으로 이끄는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다. 


| 신경 쓰지 마, 남들이  얼마 벌든

△ 로즈옹 작가 <취향저격 그녀>, 다음웹툰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수입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웹툰작가실태조사 보고서’(이하 2019 웹툰작가실태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 동안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들의 50.1%가 1년 총수입이 3천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하면 수억에서 수십억도 벌 수 있다지만, 그것은 톱 클래스 작가군에 해당되는 사항일 뿐 현실은 마냥 핑크빛이 아니다. 다음웹툰에서 3년째 연재 주인 <취향저격 그녀>로 큰 인기에 이어 단행본 출간은 물론 웹툰 OST 발표로 2차 창작 영역을 음원시장으로 넓히고 있는 로즈옹 작가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보자. “확실히 제 나이대 친구들이 버는 것보다 많이 벌고 있습니다. 처음 받았던 금액도 좋은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보다 더 컸으니까요. 그렇게 받을 수 있었던 건 첫 번째로 고료제 덕분이고 두 번째는 플랫폼이 커다란 곳이라 유입이 많아서, 세 번째는 대중적인 장르이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정식으로 데뷔하면 어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나 수입이 곧 수익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2019 웹툰작가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4%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효율성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점차 어시스턴트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어시스턴트 급여뿐 아니라 작가는 창작활동에 드는 비용 즉 작업실 사용료, 필요한 프로그램 구매와 교체 비용 등을 별도의 지원 없이 자체 해결해야 한다.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아 월세 비용이 없다 보니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어시스턴트를 고용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께서 돈을 모으려면 집에 있는 게 낫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만약 후배작가님들도 여건이 된다면 집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해드리고 싶네요.” 

이어진 로즈옹 작가의 이야기는 창작활동을 길게 이어가고 싶은 작가라면 염두에 둬야 할 핵심을 담고 있다. “작가로 데뷔하게 되면 주변에서 수익에 대한 얘기가 종종 들려올 거예요. 누가 이만큼 벌었다더라, 어디서는 얼마만큼 준다더라, 어느 장르가 잘 벌린다더라. 저도 데뷔하니 수입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특히 톱급 작가님들의 수익을 더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아마추어 시절 때는 그런 것들이 꿈을 향하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한때는 비교수단으로 작용해서 연재하는 동안 힘들기도 했어요. ‘누가 얼마 번다더라’같은 얘기에 휩쓸리지 않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다른 작가가 얼마를 벌든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꿋꿋하게 가길!


| 쫄지 마, 꼼꼼히 확인하고 할 말 있으면 해


△ 마고 작가 <환골탈태>, 카카오페이지/ 한진서 작가 <빈껍데기 공작부인>, 카카오페이지


누구나 ‘처음’은 있다. 어떤 경로를 거쳐 데뷔했든지 간에 ‘첫’ 계약을 하게 된다. 2019년 웹툰작가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작가의 40.9%가 계약 전 계약 내용 전반에 관해 비동의했고, 계약 체결 시 계약서 내용에 대해 수정 요구(최근 3년 내)를 한 경험이 39.3%에 달한다. 즉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에 응한 거로 유추할 수 있다.카카오페이지에서 마계를 배경으로 해골 주인공이 인간 아기를 육아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본격 마계 육아물 <환골탈태>를 연재 중인 마고 작가는 “사회초년생에겐 어려울 수도 있지만, 되도록 금액에 관한 질문은 제대로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또 “첫 작품을 연재하시는 작가라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실수가 생기기 마련일 것 같아요. 그때 곁에 노련하신 PD가 있다면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도 PD님들이 많이 이끌어주셔서 업계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따로 SNS 이벤트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인일 땐, 작품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에이전시에서 밀어주시는 만큼 스스로도 힘이 나서 더 의욕 넘치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에이전시나 웹툰 PD의 도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강력한 소환력을 지녔으나 아버지와 약혼자의 가스라이팅으로 주눅들어 있던 주인공이 틀을 깨고 나가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 판타지 소환물 <빈껍데기 공작부인>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중인 한진서 작가는 “신인 작가들이 계약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매우 많지만, 최우선은 소통이 원활한 회사를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다양한 곳과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걸 추천합니다”라고 의견을 보탰다. 다시 말해, 처음이라고 너무 휘둘리지 말라는 것! 데뷔를 앞둔 입장에서 꼼꼼히 따지는 행위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처음이 중요하다. 불안한 마음에 조급한 감정에 사로잡혀 불합리한 타협을 한다면 결국 두고두고 후회로 남게 된다. 작가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이 원활한 플랫폼을 찾는 것이 돌아가는 것 같아도 결국 지름길일 수 있다. 


| 왜 그랬을까, 지나고 나야 보이는 것들

△ 동건 작가의 대표 캐릭터 ‘유미’와 세포들이 살아온 공간


돌이켜 보면 ‘왜 그랬을까’라는 시행착오가 없는 사람은 없다. 데뷔 시기로 돌아간다면 권하고 싶은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은 무엇일까. 작가들께 물어봤다. 박바퀴 작가는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정치색을 살짝 드러낸 적이 있어요. 게시판이 저를 비난하는 댓글과 옹호하는 댓글로 난장판이 되더니 결국 잘잘못과 상관없이 싸움판이 돼버리더군요.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밝히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논쟁거리가 될 만한 먹이를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독자가 생각보다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좋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합니다. 특히 저같이 개그 일상툰을 연재하는 경우라면 우울한 감정보다는 웃음을 전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웹툰작가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하기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진서 작가는 “부정적인 고민을 너무 하지 말 것”, 로즈옹 작가는 “체력을 아껴둬라”고 짧고 강하게 조언했다. 

공연, 전시, 굿즈 등으로 대중에게 인기 높은 <유미의 세포들>을 2015년 4월부터 연재한 이동건 작가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지나치게 몸을 혹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데뷔 당시는 실력도 부족하고 웹툰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서투르다 보니 말 그대로 몸으로 때우는 시기였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원고를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거든요. ‘워크’만큼이나 ‘라이프’도 중요하니까요.”라면서 워라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고 작가와 로즈옹 작가는 작업에 있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팁을 전수해줬다. 마고 작가는 “본격적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면,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작업 공정을 미리 세워두는 걸 꼭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식자작업용 포토샵파일을 미리 만들어 두고 사용해 시간을 절약합니다. 말풍선용 캐릭터 표정을 비워놓고 그때그때 표정만 그리는 방법도 있어요. 연재에 들어가면 시간이 부족해 다양한 시도가 어려우니 되도록 미리 만들어 둬야 해요.” 로즈옹 작가는 “그 당시 연재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어려웠던 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메모해 놓기를 강추합니다. 늦게나마 메모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콘티가 막히거나 심적으로 어려울 때가 있으면 과거에는 어떻게 했는지 참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걸 가장 머리가 말랑하고 의욕 넘쳤을 때 적어놨다면 더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매우 커요.” 요약하자면, 아이디어 적기와 자기만의 작업 도구 만들기 정도이다.


만화영상진흥원이 발표한 ‘2020 상반기 웹툰 총결산’ 카드뉴스에 따르면 현재 연재 중인 작가는 총 2,256명이며 이중 2020년 상반기 연재를 시작한 신인 웹툰 작가 수는 총 479명이다. 479명 중 한 명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매진하고 있는 예비작가에게 응원을 전한다. 꾸준히,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워라밸을 챙기며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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