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애용이로 보는 웹툰 ‘캐릭터’ 흥행
최서윤 2020.11.04


애용이로 보는 웹툰 ‘캐릭터’ 흥행
부가 수입 창출 및 웹툰 유료 결제 유입 통로로서의 '캐릭터'

최서윤 기자


네이버 웹툰 고양이 캐릭터의 ‘냥대산맥’을 꼽아보자. 애용이가 빠지는 일은 드물 것이라 예상한다. 꼽는 사람이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을 본 적 있다면 말이다. 설령 몰랐던 사람이라도, 이제라도 애용이를 알게 된다면 ‘1픽’하지 않을 수 없을 걸?



<좀비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이정환과 그의 딸 이수아는 심각해진 좀비 사태를 피해 정환모 밤순의 집으로 이동하다가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다. 정환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수아가 좀비에 물린 것이다. 하지만 정환은 좀비가 된 수아를 포기하지 않고, 그가 번역한 책 <야생동물 길들이기>를 참고하며 수아와 더불어 우당탕탕 일상을 살아간다. 작품은 이들의 일상을 주로 웃음으로 그리지만, 동시에 차곡차곡 불안 요소와 비극을 암시하는 복선을 쌓아 가는데, 이 균형이 절묘하다. 여기에는 애용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애용은 정환의 식구이다. 애용의 아기 고양이 시절, 밤순이 마당에서 밤새 우는 애용을 집에 들인 것이 식구가 된 계기다. 이때, 밤순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미’로 들린다며 이름을 '김미'로 지으려는 것을 알게 된 애용은 다급하게 자신의 이름은 '애용'이라고 주장하는데, 애용의 절박한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 뒤로도 애용은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인간들을 빈번히 만난다. 멋대로 ‘나비’라고 부르는 군인에게 "내 이름 애용! 김애용!"이라고 토로하지만 군인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결코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런 이종 간의 오해는 <좀비딸>의 테마이자 웃음을 만들어내는 자원이다.
웃음은 어디서 오는가?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그것이 직관적으로 이해될 때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좀비딸>의 이윤창 작가는 다음 순간을 상상하며 긴장한 독자의 맥이 탁 풀리게끔 하는 연출의 귀재다. 할머니 좀비가 무서운 기세로 정환의 팔을 물지만 틀니여서 산다든지, 정환이 좀비가 된 수아를 보고 글썽이면서도 수아의 후드 티셔츠로 가차 없이 얼굴을 봉인한다든지의 급전환이 대표적인 예다.

애용의 존재는 이와 같은 연출을 더욱 수월하게 한다. 좀비를 발견하면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인들이 좀비가 된 수아가 있는 집을 샅샅이 뒤지는 긴장 고조의 순간, 애용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연출을 보자. 애용이 군인에게 ‘나비’로 불리며 억울해하는 일은 분위기를 급격히 전환하고 긴장을 빠르게 완화한다. 어찌 보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하지만 원래 고양이의 행동이 예측불가 아니던가. 애용이 고양이라는 사실은 이런 연출을 정당화한다.

덕분에 애용은 온갖 중요 국면에서 활약한다. 그리고 이는 온갖 생생한 감정 표현을 이끌어냈다. 애용의 경멸, 실망, 놀람, 환희 등의 표정은 ‘짤’로 만들어졌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어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됐고, ‘애용! 김애용!티콘’은 2019년 출시되자마자 이모티콘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웹툰이 텀블벅에서 진행한 ‘귀염뽀짝 애용이쿠션과 애용껄룩 키링’ 크라우드 펀딩 또한 목표금액의 453% 모금을 달성하는 등 실물 굿즈의 인기도 대단하다.

웹툰 IP활용에 대해 많은 작가와 플랫폼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작가의 경우, 계속 ‘마감하는’ 일상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할 수 있기에 절실하다. 연재 기간 동안 자신의 건강을 갈아 넣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작가 생활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휴식 동안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느냐다. 캐릭터 산업이 주목 받는 배경이다. 부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고, 이모티콘이나 굿즈로 완결된 웹툰의 유료 결제 유입이 증가하는 선순환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애용의 인기는 분석 대상이 된다. 무엇이 애용을 사랑 받는 캐릭터로 만들었을까? 애용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모티콘을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 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모티콘은 대중적일 필요가 있다. 캐릭터 이모티콘을 썼는데 사람들이 그 캐릭터를 아무도 모르는데다, 사용자를 ‘씹덕’ 취급하면 서러울 테니까. 고양이는 21세기 ‘최애’ 반려동물로 부상했고, 실제로 고양이를 모시고 살지 않더라도 남의 고양이 사진에 ‘좋아요’를 남발하는 ‘랜선집사’가 한 가득이다. 고양이 이모티콘은 웬만하면 중간은 갈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양이라도 너무 귀여운 척 하는 이모티콘은 사용하기 부담스럽다. 애용은 귀엽지만, 귀여움만을 강조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적당히 무심하고 세속적인 애용의 성격이 반영됐다. 무심한 애용이 이따금씩 보여주는 극적인 감정표현은 반전매력을 형성하며, 애용을 더욱 귀엽게 느끼게 한다. 또한 ‘고양이답게’ 성깔 있지만 밤순과 떼껄룩 등 자기보다 강한 자 앞에서는 비굴한 애용의 개성은 ‘사회생활’ 해야 하는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애용티콘’을 통해 감정표현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애용의 개성은 이윤창 작가의 세심한 관찰과 고양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상상력으로부터 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작가후기에서 <좀비딸>의 모티브가 된 것이 기르던 고양이였다며 6년차 집사임을 밝혔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물려고만 하는데 나는 이 녀석이 왜 이리 사랑스러울까’ 라는 고민에서 ‘시도 때도 없이 물려고 하는 좀비가 된 딸’을 사랑하는 정환의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자기가 잘 알며 애정을 가진 대상으로부터 캐릭터를 빚었다는 점. 캐릭터 개발 중인 이들이 참고할만한 지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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