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문화적 감수성과 작품수용 – 왜 어떤 작품들은 해외에서 인기가 없을까?
이재민 2020.11.10



문화적 감수성과 작품수용 – 왜 어떤 작품들은 해외에서 인기가 없을까?
문화가 원하는 장르적 문법 존재
문화적 요소를 뛰어넘는 작품 필요

이재민(웹툰인사이트 에디터)


핵폭탄 두개로 엔딩을 맞았던 작품이 있다. 바로 <노블레스>다. 당시 엔딩을 두고 우리나라 독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해외에서도 동시 연재를 하고 있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댓글 반응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해외 반응을 보고 나는 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좋은 작품 감사하다”는 인사로 가득 찬 해외 반응을 보면서, 문화의 상대성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글로벌 시대라곤 하지만, 문화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장르적 표현의 범위나 한계는 명확하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거대한 문화적 성벽 안에서 우리의 문화적 특징을 만들어내고, 다른 나라도 각자의 문화적 관습에 따라 문화적 특징을 만든다. 이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사람들은 거기에 빠져들게 된다. 장르적 문법에 익숙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익숙한 것을 찾는다.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장르적 문법, 문화적 배경을 넘어서는 것을 만나거나 작품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이게 말이 되냐”고 묻게 된다. 더군다나 문화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 다른 곳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또 다른 곳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우리에겐 낯섦을 넘어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9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틴맘>이 대표적이다. 10대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그린 작품인 <틴맘>은 태국에서 연재된 작품으로, 현지에서 드라마화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한국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비판에 휩싸였다. 물론 태국에서도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비판도 많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10대 청소년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혼자 기르기로 결정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한국에선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상황들이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 사고방식과 맞지 않았던 작품인데다, 한국에서 여성-청소년의 인권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도중이었기 때문에 반발이 더욱 컸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위상이 이전과는 달리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면서, ‘로컬라이징’에 대한 논의를 열어젖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굉장히 인기가 있지만 북미 웹툰 플랫폼에서 중위권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민송아 작가의 <이두나!>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과 ‘하숙’이라는 개념, 그리고 한국의 대학생활이라는 문화적 요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없지만, 미국의 독자들에겐 ‘하숙’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어쩌면 “이게 말이 되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류기운, 문정후 콤비의 <고수> 역시 무협이라는 문화적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은 주인공 강룡의 분노와 문파의 관계를 ‘학습’해야 한다. 여기에 <용비불패>의 서사까지 더해지면 해외 독자들은 거의 이해 불가능한 장벽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이런 예를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블이나 DC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MCU 등장 이후였다. <아이언맨> 1편이 극장가를 찾은 2008년 전까지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수퍼맨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히어로는 손에 꼽았다. 하지만 이젠 ‘MCU 덕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게 문화가 가진 폭발력이다.

문화적 장치는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과장하거나 대상화하기 쉽다. 최근 디즈니의 <뮬란>의 실사화 사례가 받는 비판처럼 오리엔탈리즘이 대표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로어 올림푸스>의 사례가 꽤나 충격적이다. 동시에 <여신강림>이나 <외모지상주의>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도 중요하지만, MCU와 같은 폭발력을 가지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있다. 물론 문화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서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다양성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사례를 알고 있다. BTS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순간의 인기보다 지속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웹툰도 지금부터 이 부분을 살펴야 한다. 문화적 요소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는 일은, 독자로서 더 바랄 것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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