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천재 의사는 언제나 매력적이지 <의룡> &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이재민 2020.12.17

전문직종 만화에 대한 고찰 
-  천재 의사는 언제나 매력적이지 <의룡> &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이재민(웹툰 전문 기자)


전문직 만화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엄청난 노력과 실력이 겸비되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 때문에 서사물에서 전문직은 매력적이지만, 전문분야라는 벽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일반인에겐 아득한 분야지만, 일반인에게 와 닿은 전문직, 그중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의사는 언제나 어렵지만, 매력적인 소재다.

 


 천재 의사, 치명적인 매력 : <의룡>과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의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다른 의사들을 뛰어넘는 아득한 천재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동네 의사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긴 하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수술방에서 심전도 소리가 삐- 삐- 하고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용히 ‘석션’, ‘메스’라고 말하는 천재 의사의 카리스마를 압도하긴 어렵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된 나가이 아키라(2004년 사망) 원안, 노기자카 타로 작화, 요시누마미에의 의료감수로 만들어진 <의룡>의 주인공 아사다 류타로(朝田龍太郞)와 현직 의사인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의 백강혁 역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

 

아사다 류타로와 백강혁 모두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경력을 쌓은 의사로 알려져 있다. 압도적 실력으로 대형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작품으로, 둘 다 수술 실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의사가 원안을 맡았다는 점이 공통점인데, <의룡>의 원안을 맡은 나가이 아키라는 작품이 연재되던 도중인 2004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천재 의사’라는 설정은 사실 메디컬 드라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소설 원작의 드라마로 대성공해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된 <하얀 거탑>의 장준혁, 미국의 <하우스>의 그레고리 하우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실, 의료물에서 의사들이 ‘천재’인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 전개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의료만화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정보량을 담고 있고, 세세한 설명보다 주인공이 쉽게 해내면서 핵심만 설명하는 것이 독자들을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정확하고 확실한 설명을 논문을 보는 게 낫지, 재밌는 만화를 손에 들진 않았을 테니까.

 



  슬픈 과거를 가진 아웃사이더


<의룡>의 아사다 류타로와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의 백강혁 모두 엄청난 실력을 갖춘 천재 의사다. 심지어 잘생긴(!) 천재 의사다. 모든 걸 다 가진 이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사회성이다. 백강혁은 처음 등장부터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던 항문 전공 의사 양재원에게 “난 쓸만한 사람만 이름으로 불러. 그러니까 넌 ‘항문’이다. 알았어?”라고 말한다. 거기에 장관이 와 있는 자신의 취임식 자리에서 ‘여기 하는 꼴 보니 개판이다’라는 말을 취임사로 남기는 대단한 패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사다 류타로 역시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필사적일 정도로 생명을 구하는데 매달리고, 정에 목말라하면서도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걸 커버한다는 점이 두 주인공의 공통점이다.

 

또한 두 사람이 외과 의사가 된 이유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의룡>은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지기에 자세히 묘사되진 않지만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트라우마 때문인지 달달한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 등 의외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백강혁 역시 환경미화원이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셔서 외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두 작품이 다루고 있는 비중은 다르지만, 대형 병원이라는 전문가들의 내부 집단에서의 알력싸움과 정치도 비슷한 점이다. 다만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에서는 백강혁의 패기(?)가 돋보이는 사이드 스토리지만, <의룡>에서는 후반부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축이라는 점이 다르다.

 

‘괴팍한 천재’라는 설정은 극을 흥미롭게 끌고가기 위한 장치들이고, 독자들은 그 장치에 흠뻑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작품을 감상한다. 손만 대면 사람을 살리는 천재 외과의사가 살가운 성격에 흠 없는 사람이라면 친구로선 좋겠지만 내가 감상하는 작품의 주인공으론 부족하다.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 주는 장치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괴팍한 성격은 주인공의 매력을 더한다. 두 작품 외에도 장준혁이나 그레고리 하우스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삭막한 수술방에서 환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그 때문에 매력적이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우리는 백강혁과 아사다 류타로라는 캐릭터의 삶에 빠져들었다가 나오는 대리 체험을 통해 잠시나마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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