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웹툰 소재 파헤치기 ⑪ 선녀와 나무꾼
신보라 2021.01.11



웹툰 소재 파헤치기 ⑪ 선녀와 나무꾼
- 선녀와 나무꾼의 새로운 변주 웹툰 <계룡선녀전>

신보라  







 <선녀와 나무꾼>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 분포를 보이는 고전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다. 선녀가 나무꾼에 의해 날개옷을 잃고 지상에 머물다가 다시 천상계로 돌아간다는 이 이야기에, 작가 돌베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만약 선녀가 날개옷을 못 찾았다면” 어느 선녀가 인간세계에서 죽은 남편이 환생하기를 기다리며 699년을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웹툰 <계룡선녀전>이다.




<선녀와 나무꾼>은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소재가 선녀와 날개옷, 천상계 등 환상적인 설정이 대부분이어서 지금까지는 대중매체의 창작 재료로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 등장한 웹툰은 설화의 원형성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해 왔다. 웹툰은 비교적 환상성을 표현하기 용이한 장르이기 때문에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계룡선녀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재구성한 웹툰 <계룡선녀전>은 설화의 기본 설정을 따르면서도 몇 가지를 변형시켰다. 나무꾼은 사슴에게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사슴은 날개옷을 훔쳐 달아나고, 나무꾼과 남겨진 선녀는 서로에게 반해 결혼한다. 나무꾼이 사슴에 의해 사고를 당하여 죽고, 선녀는 자녀들과 지상에 남는다.








이처럼 <계룡선녀전>은 설화의 선녀·나무꾼·사슴이라는 주요인물의 설정을 가져와 상당히 변형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먼저, 금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설화에 비해 그 의미가 약화되었다. 웹툰의 선녀도 설화와 같이 선녀로서 주어진 금기가 있었으나 나무꾼을 보자 타의가 아닌 자의로 금기를 어기며, 웹툰의 나무꾼은 날개옷을 훔치지 않았으므로 선녀와의 관계에서 금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선녀가 날개옷이 있어야만 선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동일하지만, 선녀·나무꾼·사슴의 관계가 변형되면서 본래의 금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선녀는 나무꾼이 갑작스럽게 죽자 두 아이들과 지상에 살면서 남편이 환생하기를 기다리겠다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 날개옷 분실로 인해 되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설화에서 금기가 해왔던 ‘신성혼의 완성과 유지의 기능’을 내러티브의 강화를 통해 획득하고 있다.








웹툰은 설화의 선녀·나무꾼·사슴의 관계를 전생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설정하여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지상과 천상이라는 이원적 세계관을 넘어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전생과 이생의 삶, 천상세계에서의 사건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세계관을 확장한 것이다. 




<계룡선녀전>은 총 네 번의 삶을 구현하고 있다. 

제1생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제물로 바쳐진 고아 소녀와 이 소녀를 살리기 위해 죽을 끓여 달려가는 추한 외모를 가진 노파의 이야기이다. 이 세계는 자연재해와 가난으로 인해 사람들 간의 신뢰가 깨졌고, 위기의 극복을 위해 신에게 인간 제물을 바친다는 고대신앙제의가 행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떠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정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노파의 행동을 통해 드러내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2생은 고아 소녀와 노파가 구원받아 선계(仙界)에서 북두성군을 모시는 선인으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이다. 고아 소녀는 ‘거문성’으로, 노파는 ‘파군성’으로 봉해지고, 이 둘 사이에 새로운 인물인 ‘탐랑성’이 등장하면서 연모의 감정이 시작된다. 선계는 북두성군을 상위의 신으로 모시며, 그 아래 일곱 선인은 각각 뛰어난 도술을 부릴 수 있고 선계와 인간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선인은 인간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선인의 몸에 검은 반점이 생긴다. 또 인간세계에서의 1년은 선계에서의 하루라는 시간으로 설정하였다.

제3생은선계의 규율을 어긴 거문성이 벌을 받아 사슴으로, 거문성과 함께 죄를 받게 된 파군성이 평범한 나무꾼으로 환생한 인간계의삶이다. 사슴과 나무꾼이 인간계 선녀탕에 목욕하러 온 탐랑성을 만나면서 드디어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앞서 나열한 <선녀와 나무꾼> 설화의 전개는 주인공들의 제3생에 해당한다. 

제4생은 나무꾼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 699년이 지난 현재의 이야기로, 선녀 선옥남을 중심으로 거문성/사슴은 정이현이라는 교수로, 파군성/나무꾼은 김금이라는 대학원생으로 환생한다. 세 주인공은 세 번의 전생을 거친 후 현재의 삶을 통해 비로소 갈등이 해소되고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웹툰의 내러티브는 현재인 제4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앞선 세 번의 삶이 현재를 중심으로 교차하면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계룡선녀전>은 설화의 내러티브를 확장하여, 세 존재의 화해를 통해 신과 인간, 또는 그 외 이질적인 존재들의 완전한 합일을 꿈꾸고 있다. 삼생에 걸쳐 갈등을 형성하였던 세 인물은 제4생을 통해 화해에 이른다. 이러한 합일은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과 인간이라는 이질적인 존재의 공존 가능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계룡선녀전>은 <선녀와 나무꾼>의 원형을 확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설화의 원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모든 존재의 합일을 꿈꾸는 상상력으로 설화에서보다 신성성을 강화하고 신과 인간의 긍정적 화해를 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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