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국내 웹툰의 월정액 구독형 시스템, 창작자와 사용자의 윈윈을 향하여
김상희 2020.12.21



국내 웹툰의 월정액 구독형 시스템, 창작자와 사용자의 윈윈을 향하여
리디북스 해외 진출
구독형 구매 시스템에 익숙한 해외 유저들을 의식
월정액 구독형 시스템의 명과 암

김상희(만화평론가)





△ 만타 앱 실행화면 <그림 출처-리디북스 홈페이지>


“리디도 해외로…”. 리디북스가 북미에서 웹툰 서비스 ‘만타(Manta)’를 시작했다는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을 보면 국내 대형 웹툰 플랫폼사의 해외 진출은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보인다. 이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가 라인망가, 픽코마로 일본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북미지역에는 라인웹툰과 레진코믹스, 타파스미디어 등이 서비스 중이다. 수익 면에서도 희소식이 이어졌다. 카카오의 픽코마가 일본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3월에는 하루 거래액이 한화로 약 3억 원이 넘었음을 알렸다. 네이버웹툰도 지난 8월 월간 유료 콘텐츠 거래액이 30억 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유료 콘텐츠 월간 거래액이 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대형 웹툰 플랫폼사의 해외 진출은 그야말로 마지막 블루오션처럼 보이고, 국내 웹툰·웹소설 콘텐츠 서비스의 소리 없는 강자로 떠오르는 리디북스의 북미 진출 소식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 11월 18일 리디북스는 월정액 웹툰 구독 앱 만타의 북미 서비스를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등 해외시장의 본격적 진출 소식을 전했다. 리디북스는 “국내에서 리디셀렉트의 성공적인 안착과 그동안 웹툰 콘텐츠 기획, 제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타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지점은 월정액 구독형으로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코미코나 픽코마, 라인웹툰 등은 앱 구입 과정 속의 인앱결제나 서비스 안에서 코인과 같은 사이버 화폐를 구매해서 작품별로 결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만타 서비스가 월정액 구독형 과금형식을 북미 시장에 시도한다는 의미는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구독형 구매시스템에 익숙한 해외 유저들을 의식한 결과라고 해석된다. “월정액 구독 서비스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에서 채택해 이미 사업 경쟁력을 입증한 방식”이라고 밝힌 만큼 해외 유저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웹툰을 보는 데 구독형이 효과적일까?



멜론과 넷플릭스, 월정액 구독형 시스템의 명과 암

월정액으로 과금하는 콘텐츠 구매 시스템은 국내에서 이미 멜론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실행하고 있다. 불법 mp3 다운로드의 대혼란기를 거쳐서 현재는 매월 1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이용권을 구매하면 얼마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과 문화적 인식이 정착됐다. 그중 2004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멜론은 지금까지 국내 최대 음원 보유 서비스를 자랑하며 한때 음원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매 시스템이 창작자인 뮤지션이나 음반제작자들에게 적절한 사용료로 돌아가는지 문제시됐다. 무제한으로 음원을 다운받고 스트리밍할 수 있는 이용권 판매와 각 사이트별로 제한적이되 무료에 가까운 할인 이벤트를 남발함으로써 사용자들은 구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동시에 음원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무제한 음원 스트리밍 이용권과 더불어 각 사이트의 이벤트성 할인율을 이용할 경우, 이용 패턴에 따라 스트리밍 1회당 음원 단가가 달라져서 점유율이 높은 특정곡만 배분율이 높은 금액을 받아야만 했다. 이렇게 왜곡된 사용 환경과 불공정한 음원 사용료 배분이란 비판에 따라 2019년에 시행된 개정안은 mp3 파일 다운로드 가격을 인상하고 각 사이트 별 묶음상품과 결합상품에 제공한 할인율을 폐지했다. 이러한 정산방식은 음원 서비스 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음원 단가의 급격한 인상은 곧 사이트사의 이용료가 올라가고 사용자의 부담이 되어 유튜브의 부상과 함께 국내 음악시장 확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에 넷플릭스의 구독형 시스템은 멜론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1998년 미국에서 우편으로 DVD 대여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디지털 영상을 배급하는 플랫폼의 선구자이자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매월 1만 원대 가격으로 최대 4명이 동시 접속해서 가입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몰아보기’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 4월, 여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조사결과, 국내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시장 점유율의 36%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인기요인은 오리지널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자체제작 시스템으로 이뤄진 방대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좋아하면 울리는〉, 〈보건교사 안은영〉과 같이 국내 인기 웹툰과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바 있다. 이처럼 자사가 서비스되는 국가에서 로컬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전 세계로 스트리밍하는 보급망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소재와 스토리를 영상화해서 수많은 영상 제작 관계자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수업〉과 〈킹덤〉처럼 국내에서 선뜻 제작하기 어려운 소재를 드라마화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해외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해서 국내의 영상 관련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양질의 영상콘텐츠 서비스를 장려하는 선순환을 실현한다. 영화주간지 《씨네21》의 말처럼 “넷플릭스 행을 문의하려는 한국영화의 줄이 넷플릭스 코리아가 위치한 종각에서 종로5가까지 이어졌다”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행과 시청률만을 위해서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구태의연한 영화와 드라마가 아니라, 개인적 취향과 흥미를 충족하는 영상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원하는 시간에 즐기는 MZ세대 사용자의 문화적 소비패턴과 찰떡궁합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거대 자본으로 형성된 넷플릭스라는 공룡에 국내 OTT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2021년 픽사와 마블 스튜디오라는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계획이 알려지면서 강력한 해외 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자본과 콘텐츠의 쓰나미를 국내 플랫폼들이 어떻게 헤쳐갈지 벌써 걱정 일색이다.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 국내 웹툰에 적용한다면?

만약 매월 일정한 금액을 내고 국내의 거의 모든 웹툰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에 등장한다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만화가가 받아야 하는 정당한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정산하고 관계자들과 배분하여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합의일 것이다. 《지금,만화》 8호에서 이문영 파란미디어 편집주간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웹툰, 웹소설 시장이 레드오션임에도 꾸준하게 창작자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조회 수와 댓글을 통해서 “단돈 1원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세계를 수립했기 때문”이다. 웹툰 창작자들의 창작환경은 음원 창작자들과 매우 유사하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와 같은 국내 양대 웹툰 플랫폼에서 인기있는 창작자나 스튜디오, 흥행이 검증된 제작자가 아닌 오로지 창작물만을 가지고서 신인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너무나 많은 게 현실이다. 플랫폼사의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작품 노출,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 주기적으로 사용자와의 접점을 맞추지 못하면 순식간에 독자와 조회 수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인작가들에게 수익 배분이 불분명한 구독 시스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월정액 구독 시스템으로 유저층을 확대해서 수익을 늘린 플랫폼사가 공격적인 제작 투자를 단행해야 웹툰 업계의 선순환을 완성할 수 있다. 

이처럼 월정액 구독 서비스 수익으로 다양성을 갖춘 비주류 작품을 제작해서 콘텐츠 보유력을 확보한다면 개인적 취향과 흥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골라서 소비하는 요즘 세대의 문화적 패턴을 적중시킴으로써 국내 웹툰 시장의 건강한 다양성을 획득하고 국내 웹툰 산업의 확장 가능성이 지금보다 더 활짝 열릴 것이다.





참고문헌

배선영, ‘유료음원시장의 빛과 그늘④’ 멜론에 결제되는 내 돈은 어떻게 흘러갈까, 〈미디어SR〉, 2018. 07. 05(https://www.medias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958)

임경업, 음원 저작권료 인상, 유튜브·애플만 콧노래 부른다, 《조선일보》, 2018. 06. 22(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1/2018062104483.html)

이유미, ‘혼돈의 음원시장’ 스트리밍 요금, 누가 가져갈까, 〈비즈니스와치〉, 2020.03.05.(http://news.bizwatch.co.kr/article/mobile/2020/03/05/0017) 

코리 바커, 마이크 비아트로스키, 《넷플릭스의 시대》 (넷플릭스는 어떻게 플랫폼 제국이 되었나?), 팬덤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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