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지상최대공모전은 지상최대의 기회를 보장할까
네이버웹툰 공모전 돌아보기
최윤주 2021.07.20



지상최대공모전은 지상최대의 기회를 보장할까


1. 대학 만화 최강자전부터 지상최대 공모전까지



 2012년 시작해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공모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이하 최강자전)은 본래 ‘대학 만화 최강자전’으로 시작했다. 공모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초기의 최강자전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고 첫해에는 만화학과나 애니메이션학과 등 전공 제한이 존재했다. 전공 제한이 없어진 것은 2회차인 2013년부터이며 대학생이라는 조건이 삭제된 것은 2017년부터였다. 이러한 자격요건은 형평성 문제를 잠시 차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의 만화가 지망생을 특정함으로써 신인 발굴이라는 주최 측의 의도를 좀 더 분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짚어볼 만하다. 공모전의 장이 대학 밖으로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폐지된 대학교수와의 멘토멘티 제도 역시 신인 작가를 양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여준다.

 독자 투표를 바탕으로 순위를 가려내는 방식은 대중성을 좇는 동시에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첫해 64,178표였던 결승전 득표수의 합이 지속해서 늘어나 2018년 350,331표를 기록한 결과는 산술적인 지표만으로 공모전의 화제성을 가늠하게 한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신인 작가의 발굴은 본 대회가 애초 목표로 했던 중요한 성취였을 것이다. 웹툰의 흥행과 함께 드라마화로까지 이어진 작품 <내 ID는 강남미인!>의 기맹기 작가나 <알고 있지만>의 정서 작가 등이 그 사례이며, 당초 제시된 조건과 달리 32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다수의 작품이 정식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 존재했다. 정식 연재가 결정됐으나 작가의 사정으로 연재 시작이 무기한 지연되거나 공모전 진출작 이후 차기작을 연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최고점을 찍었던 투표율은 이후 가파르게 하강해 지난 2020년에는 153,626표에 그쳤다. 최강자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 역시 산술적인 지표를 통해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새롭게 시작된 ‘네이버웹툰&웹소설 지상최대 공모전’(이하 지상최대 공모전)이 최강자전 성적 부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공모 형태를 볼 때 일단은 최강자전의 공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최강자전 공고에는 초기와 달리 “정식연재작은 수상작 선정 공고 이후 1년 이내에 연재를 시작해야” 한다는 유의사항이 추가되어 있는데, 지상최대 공모전 역시 처음부터 “수상작은 정식 연재를 전제로 하며, 연재 의사가 없거나 기타 사정으로 연재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최종 선정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기재되어 있다. 실제로 24편의 19년 수상작 모두는 연재를 시작했으며 이미 연재가 종료된 작품도 여럿이다. 수십 개의 수상작 전부를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게끔 하는 것은 참가자 입장에서 분명 기회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강자전에서 빈번히 일어났던 연재 계획 차질이나 우수한 참가자가 타 플랫폼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의도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기성 작가의 참가와 달라진 선정 방식이다. 최강자전과 달리 지상최대 공모전은 기성 작가의 참가를 열어뒀고, 실제로 2019년 수상자의 대부분은 기성 작가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는지 2020년엔 신인 작가의 기회를 위해 장려상의 비중을 늘려 수상작이 24개에서 60개로 늘어난다.) 또한 독자 투표가 아닌 심사위원의 판단을 통한 선정은 작품의 정식 연재가 전제된 만큼 작품의 가치를 보다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수상 특혜로 N 스튜디오를 통한 영상화 제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나 별도로 ‘영상화상’을 마련한 것은 본 공모전이 전보다 본격적으로 상업성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선발된 지상최대 공모전 수상작들의 실제 흥행 성적은 어떨까. 현재 연재 중인 수상작은 50편으로, 이 중 10위 대에 속하는 작품이 4편, 20위 대가 8편, 30위 대 9편, 40위 대 15편, 50위 대 11편, 60위 대 작품이 3편이다. 요일별 연재 작품이 60편 안팎임을 고려했을 때 중하위권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적을 과연 ‘부진하다’고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부진한 것이라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2. TOP 9와 신작 중심으로 살펴보는 네이버웹툰 배급 현황

 최강자전에서 지상최대 공모전으로의 변화, 그리고 의외의 성적 ‘부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네이버웹툰의 배급 및 흥행 지형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요일별 상위 9개 작품과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나온 신작들의 분포도를 확인해보았다. (요일별 상위 9개 작품은 모바일로 네이버웹툰 앱을 사용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하며 PC의 경우는 제외했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인기순, 여성 인기순, 남성 인기순, 조회순, 업데이트순, 별점순으로 작품을 제공하고 있는데, 인기순부터 조회순까지를 유의미하다고 보았다. 인기순은 일정 기간 열람한 정도이며 조회순은 누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인기순과 남성 인기순은 차이가 꽤 크며, 인기순이나 조회순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네 가지 모두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웹툰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웹툰의 배급 경로 역시 크게 두 가지, ‘개인 작가’와 ‘웹툰 콘텐츠 제작사’로 나뉜다 할 수 있다. 전자는 ‘도전만화’와 ‘베스트도전’이라는 승격 시스템이나 앞서 살폈던 공모전을 통해 데뷔 가능하며, 후자는 에이전시, 스튜디오,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포괄한다.1)  개인 작가가 창작하고 회사는 사업적 측면에만 관여하는 경우, 회사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 철저하게 역할 분담해 집단 창작을 하는 경우 등 그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배급 형태가 개인보다 기업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한곳에 모았다. 배급 양상은 다음과 같다(<표 1> 참조).


 전체 112개 작품 중에서 개인 작가로 분류될 수 있는 경우는 66개로 60% 정도를, 제작사를 통한 배급은 43개로 40% 정도를 차지했다. 제작사 배급의 경우 특히 최근에 이를수록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다수 눈에 띈다. 

 한편 개인 작가의 경우 기성 작가는 두 번째 이상의 작품을 연재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때 주목할 것은 첫 작품을 연재 중인 작가들의 데뷔 경로다. 이들 대부분은 승격 시스템을 통해 데뷔했는데 절대다수가 2019년 이전에 연재를 시작했다. 2010년에 연재를 시작한 <신의 탑>이나 2013년에 시작한 <평범한 8반> 등 상당한 장기 연재작들이 군집에 속한다. 첫 작품임에도 ‘신인’ 작가로 분류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반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그 수가 줄어드는데, 앞선 연도의 여러 작품이 이미 연재를 종료한 것을 고려할 때 이는 확연한 감소라 할 수 있다. ‘확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최근 3년이라 했지만 사실 2019년 작품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웹툰 요일별 TOP 9 작품 중 2020, 2021년 연재를 시작한 승격 시스템 출신의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모전을 통한 데뷔작은 그보다도 현격히 적다. 최강자전 출신 작품 중에서는 2018년 우승작인 <칼가는 사이>와 2019년 참가해 도중에 기권 처리됐으나 정식 연재를 시작한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두 작품뿐이다. 지상최대 공모전 역시 두 작품인데, 여성 인기작에 <신비>와 <소녀재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중 <신비>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경험이 있는 기성 작가의 작품이다.

 신작의 경우에는 어떤 양상을 보일까? 2021년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은 총 42편이다. 이중 마블 코믹스의 번역작과 스튜디오 소속의 기성 작가 후속작을 포함한 기업을 통한 배급이 17편, SBA 서울애니메이션 제작지원작 등을 제외한 개인 작가의 작품이 22편이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면 기성 작가 작품이 13편, 승격 시스템 작품이 3편, 지상최대 공모전 출전 작품이 신인 5편, 기성 1편으로 6편이다(<표 2> 참조).


 단순히 한 달간의 신작만을 놓고 일반화하는 것은 성급할 테지만, 상위 9개 작품 분포와의 유사성을 고려한다면 간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작 역시 기업 배급이 40%에 달한다는 사실, 기성 작가와 비교해 현저히 적은 신인 작가의 비율, 눈에 띄게 적은 승격 시스템 출신의 작품들이 앞서 살핀 Top 9 작품들과 무척 흡사하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최강자전의 약세, 기성 작가 중심으로 수상작이 구성됐던 지상최대 공모전, 이미 이름이 알려진 기성 작가나 제작사 중심으로 구성된 상위권 층, 작동을 멈추다시피 한 승격 시스템. 이 일련의 지표들이 가리키는 자리는 신인 작가에게 명백히 높아진 네이버웹툰 데뷔의 문턱이다. 현재 네이버웹툰 작품들은 눈에 띄게 기업화와 고령화를 거치고 있다.


3. 플랫폼의 기업화와 고령화 속 위협받는 개인 작가들을 위해선

 하지만 유의할 것은 그렇다고 해서 기성 작가의 흥행이 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움비처럼>, <씬커> 등을 연재한 작가 권혁주의 수기2)는 작품활동을 10년 이상 해온 기성 작가조차 대형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려준다. 과중한 노동량과 낮은 작품 노출 가능성으로 요약될 이 고충은 무한 경쟁 구도로 치닫는 웹툰 시장에서 앞서 살핀 기업화, 고령화 문제가 개인 작가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보여준다. 어시스턴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분량을 줄이자 독자들로부터 비난을 들었던 작가의 경험에는 현재 웹툰이 개인 창작자로서 감당할 수 있는 범주를 한참 벗어난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러한 한계가 제작사 작품들과 경쟁할 때 어떻게 약점이 될 수밖에 없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웹툰 초기와 비교해 훨씬 높은 밀도와 긴 분량이 상품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창작자가 장기 연재의 형태로 그 요구에 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대형 자본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작업이 가능한 기업은 너무도 안정적으로 그 일을 해낸다.

 물론 제작사를 통해 배급되는 웹툰이 반드시 양‘질’의 작품이란 보장은 없다. 현재 제작사를 통해 배급되는 작품의 상당수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저작권의 비용을 지불하고 미리보기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 제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 제작에 비해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3)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상업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가능한 한 무난한 형태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로 현재 연재되는 웹소설 원작의 웹툰 대부분은 그 소재와 재현 양상이 천편일률적인 편이다. 이에 대한 독자 반응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더 큰 비중으로 제작사 배급이 이뤄지는 것은 네이버웹툰이 물량 확대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는 한 달에 한 번의 빈도로 신작이 유입되었으나 최근에는 매주 신작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요일별 연재니 사실상 매일 신작이 늘어난다. 앞서 인용한 수기에서 작가가 지적한 대로 2017년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던 작품 수는 전체 200여 개 정도였으나 현재는 하루에 60개 안팎의 작품이 제공된다. 엄청난 양의 작품이 엄청난 속도로 쏟아지는 것이다. 지상최대 공모전이 한 해 두 번이나 진행되며 각각의 회차에서 30편이나 되는 수상작을 뽑아낸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 놓여 있다.

언급했듯이 현재 네이버웹툰은 (남/여) 인기순, 조회순, 업데이트순, 별점순으로 제공되지만 네 개의 기준이 사실상 성적순인 동시에 기본값이 인기순으로 설정된 만큼 나머지 두 개 기준을 활용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너무 많이, 빠르게 제공돼 무엇을 선택할지 주저되는 상황에서 독자는 단연 아는 맛을 고를 것이다. 장르를 알거나 작가를 알거나. 특별한 것 없는 웹툰들이 선택받는 것은 바로 특별한 것 없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작품이라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이미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고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아는 맛’조차, 너무 많아 결국 순위가 갈리고 계층이 형성된다. 앞서 언급한 지상최대 공모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성 작가라는 점뿐만 아니라 그들의 데뷔와 활동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다음, 네이트, 코미코, 레진코믹스 등에서 활발히, 종횡무진 활동하던 작가들이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모두 네이버로 유입되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등에서 인기리에 연재하던 작가들조차 최근 네이버로 영입됐다. 댓글창은 환영의 인사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자리에서 ‘인기순’, ‘조회순’으로 제공된다면 결국 누군가는 상위권으로 가는 동시에 하위권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상최대 공모전의 성적이 ‘부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한 평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네이버웹툰으로의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하위권을 부진하다고 평하기에는 너무 쟁쟁한 작품들이 과밀하게 놓여 있다. 하지만 지나칠 문제도 아니다. 공모전을 통해 작품성도 입증됐고 이미 형성된 팬층도 존재하는 기성 작가조차 하위권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그 배치 자체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 모색해야 하는 것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이 소행성들을 더 많은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하고 제공하는 방법 아닐까. 사실 순위의 함정4)이나 큐레이션의 필요성5)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되었는데, 이제는 정말 임계점에 다다른 듯하다. 한편 신인 작가의 진입을 위한 더 많은 경로 또한 모색되어야 한다. 횡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종적 다양성이 확보될 때 진정 다양한 작품들을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만화 산업백서』, 62쪽.
2) 권혁주, ‘어떻게든 혼자 그려야 한다 : 플랫폼 거대화 속 개인 창작자의 미래’, 디지털만화규장각. http://dml.komacon.kr/webzine/column/28175
3)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만화 산업백서』, 32쪽. 
4) 위근우, 「웹툰 내 장르 다양성은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 『지금, 만화』 3, 2019, 한국컨텐츠진흥원.
5) 박인하, 「웹툰의 장르 획일화라는 착시, 그리고 큐레이션의 필요성」, 『지금, 만화』 3, 2019, 한국컨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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