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공룡 플랫폼 규제법 드라이브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
조경건 2021.09.14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공룡 플랫폼 규제법 드라이브

 ‘인앱(in-app)결제’ 의무화를 막는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8월 31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앱 마켓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국내에 도입을 예고했던 인앱결제 강제는 무효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글플레이는 10월부터 게임에만 물리던 30%의 수수료를 웹툰·음원 등 유료 콘텐츠와 앱에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애플 앱스토어는 애초부터 이를 강제해왔는데, 구글이 그 뒤를 따르려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수료 갑질’에 제동이 걸렸다.


야당 반대에 방통위-공정위 기싸움…험난했던 본회의行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는 ‘갑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수수료가 폭증해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콘텐츠 종사자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업계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법안 통과를 추진해왔으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과잉규제와 한미간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펼치며 법안 심사에도 불참했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말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법안 때문에 모바일 앱 시장에서 통합된 형태의 결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한미간 디지털 무역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관련업계와 이용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지난 7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이후 미국 상원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통상마찰 우려는 핑곗거리로 전락했다. 지난 8월 12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의 마샤 블랙번(공화당)과 리처드 블루먼솔(민주당) 등 의원 6명은 미국에서 5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앱 마켓 사업자가 개발사에 특정 결제수단(인앱결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오픈 앱 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s Act)을 공동 발의했다. 주 의회들에 이어 연방 의회 차원에서 인앱결제를 막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되면서 통상마찰 우려가 사실상 종식된 것이다. 지난 8월 18일에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장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이 “막강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맞서 법안을 추진하는 한국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갈등도 있었으나, 논란이 된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해결됐다. 공정위는 구글 갑질 방지법이 중복규제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개정안의 일부 조항이 공정위가 관장하는 공정거래법상 반경쟁·반차별 조항과 중복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규제 충돌이 시장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으나, 정작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상은 규제 관할권을 두고 방통위와 기싸움을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공감을 얻었다.

 당초 구글 갑질 방지법은 앱 마켓 주무부처인 방통위에 규제를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방통위 역시 현행법상 ‘앱 마켓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되어 있는 만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방통위에 규제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공정위는 모든 불공정거래의 규제는 공정위가 관장해야 하고, 앱 마켓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라며 대립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은 지난 7월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중복규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규제기관에 방통위를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반발이 나왔다. 공정위가 그동안 구글이 일으킨 각종 ‘갑질’ 논란에는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역시 효율성과 기술적 전문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규제 주체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앱이 유통되기까지 걸리는 5단계(개발→심사→등록 및 노출→거래→이용)를 포괄해 다루기 때문에 하나의 부처가 한꺼번에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진성철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콘텐츠 사업자나 이용자 입장에서 개정안을 분리해 담당하면 불이익이 생겼을 경우 각 기관에 구제를 의뢰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온라인 앱 생태계 상에서의 기술적·전문적인 규제는 어려운 규제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온라인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며 “과방위 판단은 방통위가 (총괄) 하는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복규제 논란은 결국 공정위가 문제 삼은 일부 조항을 개정안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해소됐다. 지난 8월 24일 민주당과 방통위, 공정위는 개정안 제50조1항의 10호와 13호를 빼기로 합의했다. 개정안 중 10호가 금지하는 내용은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 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유도하는 행위’이다. 13호는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 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자 규제는 방통위의 업무이기 때문에 앱마켓 규제를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10호와 13호는 명백한 공정위 소관 규제라 굳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며 “이러한 내용에 방통위와 공정의가 모두 동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상마찰과 중복규제 우려를 모두 해소한 개정안은 8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역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의 단독 처리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어 31일 본회의에서 재석 188명 중 찬성 180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됐다.


세계가 주목한 구글 갑질 방지법…웹툰계 영향은?

 앞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하기로 했다가 '갑질 방지법' 입법 예고에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유예를 신청할 경우 6개월 뒤인 내년 4월로 미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7월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입법을 미루고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꼼수가 무용지물이 됐다. 법안은 이르면 9월 중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을 규제한 세계 첫 법안이라는 점에서 각국의 관심을 끌었다. AP, 로이터, AFP 등 주요 통신사들이 입법 소식을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개정안 통과 당일 입장문을 내고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은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운영사는 한국시장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웹툰 등 콘텐츠의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이미 인앱결제를 강제하던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네이버웹툰 이용권(쿠키) 1개당 가격이 120원으로, 100원인 구글플레이보다 20% 비쌌다. 구글이 애플을 따라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면 구글플레이에서도 쿠키 가격이 상승할 것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런데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되면서 쿠키의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네이버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쿠키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끄는 이익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입장문에서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애플은 일부 앱에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기로 했는데, 웹툰도 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초부터 게임을 제외한 잡지, 신문, 책, 오디오, 음악, 비디오 등 미디어 앱에 대해 인앱결제가 아닌 개별 구독 결제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앱들은 현재 앱 이용료의 15% 혹은 30%를 애플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인앱결제 대상들이다. 애플의 이번 결정은 일본 반독점 당국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합의 내용의 일환이지만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웹툰업계 “국내 플랫폼 불공정 문제도 있다”

 그동안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를 촉구했던 국내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창작자들은 입법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콘텐츠 창작자 단체들은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소회의실에서 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세훈 웹툰협회장은 간담회에서 “국회가 창작자에 대한 고충을 잘 들어줘서 전기통신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창작자들이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병수 한국만화웹툰학회 이사도 “전 세계 최초로 앱 마켓을 규제하게 된 한국이 이제 진짜 선진국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어 굉장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전 세계 최초 법안 통과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며 “구글과 애플은 이번 일로 인해 창작자에게 불만을 품기보다 앞으로 창작 생태계와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혁주 한국웹툰작가협회장은 “국내 플랫폼들이 글로벌에 진출할 때 작가와의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전혜숙 의원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도 수수료를 과도하게 물리는 문제가 있다”며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횡포가 생기는 만큼 국회,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조승래 의원 역시 “국내에서도 플랫폼 관련 공정 이슈가 있기 때문에 국내 플랫폼 사업자도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를 주도한 여당은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갑질 규제에도 나선다. 현재 카카오나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을 제정한 후에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업무 특성상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고 기본적인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웹툰계 종사자들 역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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