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공룡 플랫폼 규제 시동…‘갑질’ 제동 걸어야
구글 인앱결제 논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의 독점 의제로 이어져
조경건 2021.10.15


공룡 플랫폼 규제 시동…‘갑질’ 제동 걸어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갑질’을 벌이려 한 구글이 ‘갑질방지법’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구글이 시동을 건 대형 플랫폼 규제 드라이브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구글플레이는 지난해 9월 29일 게임 앱에만 강제하던 '인앱(in-app) 결제'를 다른 유료 콘텐츠와 앱에도 확대 적용하고 30%의 수수료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앱은 유예기간을 2021년 9월 30일까지로 하고, 새로 등록되는 신규 앱은 2021년 1월 20일부터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난데없는 수수료 폭증에 업계는 물론 소비자 단체도 반발했지만, 구글은 강행 기조를 유지하며 보여주기식 미봉책들만 내놨다. 우선 구글은 지난해 11월 23일 신규 콘텐츠 앱도 기존 앱과 마찬가지로 2021년 9월 30일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올해 3월 15일에는 ‘매출 연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3500만 원)’까지는 수수료를 15%만 받고, 그 초과분에 대해선 30%를 적용하는 안을 7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웹툰, 웹소설 플랫폼 중 연간 매출이 100만 달러 미만인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글은 6월 들어서는 한 달 동안 인앱 결제로 비게임 콘텐츠를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결제액에서 수수료 15%를 깎아주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물밑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에는 웹툰, 웹소설, e북, 비디오, 오디오 등 디지털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15%로 할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30%로 예고한 수수료에 비해 낮을 뿐, 입앤 결제를 강제하지 않던 기존에 비하면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는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논의됐으나, 국민의힘이 통상마찰과 중복규제를 이유로 반대해 난항을 겪었다. 결국 과방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7월 안건조정위를 꾸리고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위기를 감지한 구글은 같은 달 19일 돌연 인앱 결제 강제 시점을 6개월 연장해 2022년 3월 31일까지 미룰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튿날 여당 단독으로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고, 한 달여 뒤인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일주일 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구글 갑질방지법은 9월 14일부터 공포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구글이 인앱 결제 강제 방침을 밝힌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로써 구글은 이미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던 게임 분야 수익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앱 결제를 강제하던 애플 역시 같은 처지가 됐다.


구글이 쏘아 올린 플랫폼 독점 의제

여당은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형 플랫폼에도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다. 쇼핑, 금융, 모빌리티, 대리운전, 미용실 등 마구잡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소 입점업체에 갑질을 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 9월 7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서면 축사를 통해 “혁신 기업을 자부하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에 규제를 걸겠다는 공식 예고였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10여 개나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경우 대형 플랫폼들에 계약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불공정행위를 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0월 국정감사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공룡 플랫폼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김범수 의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지적을 받고 “송구스럽다”며 “일부는 이미 철수를 시작했고 일부는 지분 매각에 대한 얘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며 바짝 엎드렸다.

공룡 플랫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차원의 압박도 받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와 소비자 피해 사례를 언급하며 집중 감시를 예고했다. 금융위도 금융 플랫폼의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 등이 판매 대리·중개업 등록이 필요한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수 차례 통지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불복하면 불법 미등록 영업으로 취급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갑자기 등장해 대표성 달라는 출판계… 웹툰계 직접 대응 필요 목소리

이런 흐름을 타고 그동안 도서정가제로 웹툰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던 출판계가 웹툰과 웹소설계의 대표성을 띄기 위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로 온라인상에 발행되는 웹툰과 웹소설은 물성을 가진 책과 다른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수익구조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계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불공정계약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출판계는 지난 1월 자체적인 ‘표준계약서’에 계약기간 10년, 오디오북을 포함한 2차적 저작물 묶음 계약이 포함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체부에 제기한 문체부 표준계약서의 무효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소위 ‘부수 속이기’ 논란에도 “일부 출판사의 일탈일 뿐, 출판계와는 무관하다”고 말해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들이 만든 문제에는 반성이 없으면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콘텐츠가 점차 디지털화되고, 플랫폼 산업 기반으로 움직이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정책적, 제도적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에서 웹툰계 주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성 있는 단체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까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웹툰산업협회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균형있는 제도 발전을 위해 작가단체 역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속 떼먹겠다는 것이냐”…국감서 비판한 대형 플랫폼 역할

국정감사에선 대형 플랫폼들을 겨냥한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10월 1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상대로 실시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웹툰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플랫폼과 제작자간 계약과 수수료 정책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에 출석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의 답변 태도는 일부 의원의 분노를 샀다. 이들 대표들은 플랫폼사가 웹툰 제작자로부터 걷어가는 수수료율과 수익배분 방식 등에 대한 질의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오늘 카카오, 네이버 대표님들의 이야기는 현장의 실질적인 이야기하고 괴리된 책임회피성, 책임을 CP나 이런 데로 돌리는 발언으로 일관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불쾌하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금 작가들은 못 살겠다, 죽겠다고 난리인데 대기업 플랫폼사 대표가 국회에서 하는 말이 ‘그 정도 떼어가는 것,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우리는 계속 떼먹겠다는 말씀’ 아니냐. 만약에 발언에 허위가 있다면 여야합의로 고발하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기민한 공룡들…감시도 예민해야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9월 13일 금융감독원 공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계열사가 117개에 달한다. 해외 계열사 41곳까지 합하면 총 158개사다. 2016년 상반기만 해도 총 78개(국내 49개·해외 29개) 계열사를 신고했는데, 5년 만에 몸집을 두 배로 불린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상반기 기준 계열사가 총 45개로 비교적 적어 보이지만,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핀테크와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며 카카오 못지않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대우, 신세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 금융·유통·연예 각 분야 핵심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교환하는 등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공룡 플랫폼들이 성장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여온 점을 고려하면, 규제 주체 역시 이들을 예민하게 감시해야 한다.

때마침 발의된 구글 갑질방지법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법안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것에 더해 정부가 앱 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앱 마켓 전반에 대한 실태점검을 할 수 있고, 사업자의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지하면 검토 후 사실조사에 들어간다. 또한 학계와 법조계, 유관기관 전문가 등으로 제도점검반과 점검조사반을 구성해 사업자와 개발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시행령 등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업자들에게는 개정안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세부 일정 등 이행 계획을 받을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역시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이와 같은 실태조사 근거를 담아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시장 성격을 감안하면, 정기적인 실태조사는 물론 상시로 업계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까지 마련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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