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네이버웹툰의 자동채색과 어도비의 ‘코믹 블라스트’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게 될까
이동우 2021.11.15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MZ세대에게 익숙한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블리츠 크랭크를 클릭하면 나오는 대사다. 깡통로봇처럼 생긴 캐릭터가 저런 말을 하면 그냥 웃기게 들릴 따름이지만, 2021년 11월에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이게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결을 벌인, 시대의 대국이 언제인지 기억하는가? 생각보다 이 시기를 명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바둑 종목에서 인류가 공식적으로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인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였다. 그 중에서도 헤드라인에 ‘인간이 이겼다’고 마치내 적을 수 있었던 제 4국은 2016년 3월 14일에 펼쳐졌다. 이 글이 실리는 시기로부터 5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 인류에게 '인공지능'이 각인 된 대국.

그 뒤로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대중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역시 당시보단 높아졌다. 바둑과 같은 고차원적인 일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일처리는 매우 효율적이라는 점, 그리고 인류가 고차원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에 인공지능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까지.


이미 대학생들이 하는 과제에, 우리가 검색하는 맛집에,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광고에, 그리고 각종 OTT 서비스에서 나를 잠 못들게 하는 매력적인 콘텐츠와, 다음날이면 도착해 있는 택배 시스템까지. 인공지능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우리 삶 깊은 곳에 당도했다.


 인공지능과 창작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꿈꾸는 로봇>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2004)에서는 델 스프너 형사(윌 스미스 분)가 “로봇이 교향곡을 만들 수 있나? 로봇이 텅 빈 캔버스를 역사에 남을 명작으로 꾸밀 수 있어?”라고 다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로봇은 인간인 스프너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 장면은 영미권에서 밈(Meme)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 "인공지능이 교향곡이나 명작을 만들 수 있나?" "너는?"

그만큼 창작은 어렵고, 고차원적인 활동이다. 2020년 10월에는 언어 생성 모델 인공지능인 GPT-3이 작성한 각본을 기반으로 한 단편영화 <상품판매원>이 유튜브에 공개되기도 했다. 문법은 맞지만, 문맥은 어설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각본을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3분 40초 분량의 단편 중 3분 분량을 인공지능이 작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16년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인간이 80%가량 참여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2019년 데즈카 오사무 30주기를 기념해 만들어진 <파이돈> 역시 20여명의 인간 스태프가 참여해 제작해 인공지능이 일부 참여하고, 완성은 인간이 해야 한다는 한계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 창작 아닌 제작이라면 어떨까


하지만 제작은 어떨까?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조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창작이 아니라,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 고도화하는 제작에서는 인공지능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창작에 필요한 아이디어에서 연결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찾아내는 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의 인공지능 개발 업체들은 인공지능이 창작자의 작품 제작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판례를 살피는 지난한 작업을 인공지능에게 맡겨 법무보조원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대형 로펌에서 인공지능 변호사를 인간 변호사의 보조로 채용해 화제가 됐다. 또한 2020년에는 판사를 보조해 데이터분석을 통해 재범확률을 계산하는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을 돕기도 했다.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인공지능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웹툰과 만화 창작자들이 사용하는 창작툴인 클립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셀시스에서는 ‘인공지능 채색’을 2019년 내놓았다. 아직까지는 크게 사용율이 높지는 않지만, 창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올거라는 기대가 점점 높아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 어도비에서 공개한 "코믹 블라스트" 시연장면


포토샵 등 다양한 창작도구를 제공하는 어도비(Adobe)는 2020년 신규 서비스 공개 행사인 어도비 맥스(Adobe Max)에서 새롭게 공개할 만화 전문 창작도구인 “코믹 블라스트”를 공개했다. 코믹 블라스트는 MS 워드에서 작성한 메모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콘티를 작성하고, 말풍선을 채우거나 칸 구성을 해주는 등 창작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콘티 단계를 크게 도와줄 것으로 보이는 기능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분기점 만들기, 웹페이지에서 창작자가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분기점 생성은 물론 2D 이미지에 움직임 자동 삽입, 3D 스캔한 얼굴을 자동으로 2D 변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렌더링하는 기능, 실시간 클라우드 기반 협업 등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이 다수 포함됐다. 

 


2021년에는 이런 기술들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그동안 ‘미래’라고만 생각했던 기술의 현실판이 등장했다. 바로 네이버웹툰의 ‘웹툰 AI 페인터’다. 웹툰 AI 페인터의 등장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일부 제작사들은 ‘지금이라도 바로 밑색 작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그동안에는 게임 제작에 주로 쓰이던 3D 렌더링 프로그램인 유니티 기반의 렌더링 프로그램이 만화에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유니티는 지속적으로 콘텐츠 제작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외에도 한국에서 인공지능 제작도구 개발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세이브 더 AI 캣’ 프로젝트는 스토리 제작과 콘티 단계까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보자 이런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 시대를 끝내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걸까? 이 고민에 앞서, 우리는 다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의 대결은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후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인간 바둑기사들의 변화였다. 처음에는 알파고의 승리에 충격을 받은 바둑기사들이 바둑계를 떠나거나, 큰 상실감에 먹먹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심기일전한 바둑 기사들은 알파고 이전이었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수를 두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였고, 이후 AI바둑과 맞바둑을 두면서 인공지능을 마치 바둑 코치처럼 사용하고 있다.


“인간 시대의 끝”은 도래할까? 어쩌면, 우리가 보고 있는 바둑기사들의 현재가 인류의 미래가 아닐까.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고민하기보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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