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게임, OTT 기업의 웹툰 시장 참전
웹툰, 우리가 직접 하면 안될까?
이동우 2021.12.20


게임, OTT 기업의 웹툰 시장 참전


웹툰이 ‘원천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말은 꽤나 오래전부터 나온 말이다. 웹툰 IP를 원천 소스로 활용하자는 기조는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부터, 지금의 ‘IP 확장’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콘텐츠 확장이 낳는 효과는 우리가 삶에서 직접 느끼고 있다. 지난 수년간 쏟아져 나온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가 그 증거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부터 백화점까지 모두 찾아볼 수 있는 <유미의 세포들>이나, <오징어게임> 직전에 돌풍을 일으키던 <D.P>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이런 기조는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더 이상 국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에 집중적인 광고를 통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는 픽코마에서 선보인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 단행본 판매량만 2021년 초까지 40만 권을 넘어섰다. 일본에서 발매되는 흑백만화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도 40만 권 판매고를 올렸다는 건, 일본 독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지로 웹툰, 또는 웹툰 단행본이 시야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거, 우리가 직접 하면 안 될까?

이렇게 웹툰이 흥하면서, 자연스럽게 IP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동안 웹툰을 ‘대중적으로 검증된 콘텐츠’에 비교적 낮은 가격이 강점으로 보았던 다른 업계에서 이제는 웹툰 가격이 더 이상 낮지 않고,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콘텐츠로 포지션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2020년 말 공개된 <스위트홈>은 편당 제작비 30억원으로 총 300억원이 투입됐다. 2021년 11월 중순 공개된 <헬바운드>는 연상호 감독이 원안을, 최규석 작가가 웹툰을 만든 작품으로, 티저부터 화려한 VFX 효과가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에서 내년 연말 공개 예정인 강풀 작가의 <무빙>은 역대 최다 제작비인 5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이처럼 수백억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이 크게 늘면서, 웹툰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기업들이 직접 웹툰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애초에 자신들의 원작으로 IP 확장을 하게 되면 더 큰 기대수익과 함께 자신들이 그리는 세계관 구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별개의 콘텐츠가 아니라, ‘연장선에 있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여기에 더해지면서 IP 확장을 통한 세계관 구축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크래프톤, 왓챠, 그리고 데브시스터즈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건 크래프톤이다. 지난 11월 중순 크래프톤은 PUBG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웹툰을 와이랩과 공동개발헤 3작품을 동시에 네이버웹툰에서 공개했다. 아예 “PUBG UNIVERSE”, 즉 펍지 유니버스라는 이름을 달고 출발한 작품인 만큼, 크래프톤의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를 웹드라마를 넘어 웹툰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그동안 게임 업데이트나 신규 게임 런칭에 맞춰 브랜드웹툰을 공개하던 경우와 달리, IP 확장을 거꾸로 웹툰을 통해 일구고자 하는 게임사의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채용 공고에서 ‘5년 이상’ 경력직을 계약직으로 고용 후 1년 근무 시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공고한 부분은 물음표가 남는다.



왓챠 역시 웹툰 PD를 시작으로 시니어, 주니어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를 모집하고 있다. 왓챠는 11월 초 왓챠가 제공하는 영화/드라마 평점 어플리케이션인 ‘왓챠피디아’에 본격적으로 웹툰 주요 플랫폼의 데이터를 모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제 막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만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가 주목된다. 더군다나 왓챠는 지난 4월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제작을 예고한 만큼, 왓챠 오리지널과 연계해 웹툰이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왓챠는 OTT 서비스 중 최초로 웹툰 제작과 영상을 연계하는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게임사 중에 IP 확장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곳은 바로 ‘쿠키런’ 시리즈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가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웹툰 PD 채용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웹툰 콘티 작가와 그림 작가를 모집하며 “신규 프로젝트: 마이쿠키런”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력을 모으고 있다.

단일 IP로 글로벌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 모바일에 익숙한 독자들을 대거 유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메가 IP인 쿠키런의 웹툰 역시 어떤 방식으로 독자들을 찾을지 기대를 모은다. 더군다나 2021년 8월 막 상장한 크래프톤과 비교했을 때, 지난 1월에 비해 10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데브시스터즈는 IP 활용 경력도 길고, 이미 쿠키런, 쿠키런 킹덤 등 다양한 IP활용 능력을 증명한 만큼 더욱 기대감이 크다.


‘잠시 반짝’ 아니길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금 우려가 되는 건, 이들이 웹툰 프로젝트를 장기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게임 개발사 등에서 웹툰 관련 인력을 계약직으로 뽑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더군다나 게임 업체의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웹툰은 한번 연재하면 2~3년 연재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웹툰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수익쉐어 등 웹툰 시장에서 이미 질서로 자리잡힌 부분이 과연 게임회사와 OTT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채널에서 어떻게 해결될지도 의문이다. 웹툰계에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 한 일이지만, 작가들이 긴 시간 플랫폼과 씨름하며 만들고 있는 웹툰계의 규칙이 플랫폼과 자본의 논리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감시가 필요해 보인다.



이전까지 웹툰을 출발점으로 주로 영상화를 통한 IP 확장이 본격적으로 대중과 만났다면, 최근 게임과 OTT 업계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웹툰이 ‘멀티 유즈’나 ‘확장’의 시작점에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다른 콘텐츠들과 동등하게 서로 융합하고, 확장하는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있다. 

이제는 웹툰 시장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레거시와,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활약하던 기업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독자들의 즐거움이라는 웹툰의 가장 큰 가치를 놓치지 않도록 긍정적인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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