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도서정가제와 구글방지법, 그리고 웹툰
2021년의 정책 이슈, 도서정가제와 구글방지법
남경화 2021.12.23


도서정가제와 구글방지법, 그리고 웹툰


2021년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꼽으라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 그중에서도 웹툰 원작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처럼 웹툰은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의 정책적 뒷받침은 미진한 편이다.

웹툰은 2000년대 들어와 생겨났다. 초기에는 인터넷 문화와 뒤섞여 구분하기 어려웠고, 2010년대 들어와서야 유료화가 되면서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초를 닦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 중 일부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2010년대 후반 들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렇게 변화가 빠르다 보니, 웹툰 산업의 특성에 대한 연구도 이제 막 시작해 걸음마 단계를 걷고 있다. 정책적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한편으론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2021년 정책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도서정가제와 구글갑질방지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슈가 어떻게 진행됐고,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향후 필요한 정책적 뒷받침을 살펴보도록 하자.


‘웹툰-웹소설=책’ 이라는 출판계의 주장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을 중심으로 한 출판계의 주장은 ‘웹툰과 웹소설은 곧 책’이라는 주장이다. 출협은 웹툰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면 중소 플랫폼을 살리고, 작가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분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공문을 기점으로 불붙은 도서정가제 논쟁은 ‘도서정가제 폐지 청와대 청원’이 동의 20만 명을 넘으며 절정에 달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당시 현업에 있던 플랫폼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불만을 표했다. 애초에 원 단위 표시가 아니라 쿠키나 코인 등 디지털 재화를 판매하고, 그 재화로 결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들은 ‘원화 표시’를 이미 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면 중소 플랫폼들이 전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슬라이딩 방식(결제 금액에 따라 지급하는 재화의 양을 늘리는 방식)’의 결제 모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에서 매출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인 프로모션 역시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다. 프로모션을 통해 작품의 일부, 또는 전체를 대폭 할인하고, 독자들의 참여율과 결제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매출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런 프로모션 역시 10% 할인이라는 벽에 막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업계를 지배했다. 출판계의 말과 달리, 중소 플랫폼들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진 것이다.


문체부의 공개토론회와 4개월간의 혼란

2020년 7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웹툰 플랫폼 관계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는 이미 재검토 시한이 넉 달밖에 남지 않았고, 민관협의체에 웹툰이 포함되었으나 코로나19로 제대로 회의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민관협의체에 참여한 웹툰계 위원들은 출판계 주도로 이미 십여 차례 회의를 진행해 왔고, 웹툰과 웹소설계는 중간에 참여하게 되어 제대로 의견을 낼 수도 없었던 상황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개최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 현장(출처=웹툰인사이트)

현장에서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우리(문체부)도 자존심이 있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다소 격앙되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체부는 ‘소비자 후생’을 이유로 민관협의체 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출판계와 큰 마찰을 빚었다. 문체부 안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①도서 할인율 최대 15%(10% 할인, 5% 혜택) 유지, ②도서 가격 재정가 기한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하며, ③웹소설·웹툰 등 전자출판물로 분류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가격 표시 의무를 다소 완화하는 선에서 개정안을 내놨다. 20만 명이 동의한 폐지 청원이나 웹툰, 웹소설계에서 요구한 내용이 반영되지 못하고 다음 일몰기한까지 유예된 셈이다.


도서정가제, 일몰기한까지 2년, ‘타임어택’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도서정가제는 매 3년마다 일몰기한이 다가와 연장할지, 폐기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은 다시 잠잠해진 분위기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선 꾸준히 정책 담당 부서와 입법부와 소통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은 물론 웹툰계가 흥하면서 도서정가제 논의는 수면 아래로 잠시 물러났다.

하지만, 그동안 출판계는 계속해서 웹툰과 웹소설이 출판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행본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웹소설 시장은 물론, 1조원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하는 웹툰까지 ‘출판계’에 복속시키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면서 웹소설을 ‘그동안 한국에 없었던 고급 중간 문학(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79177)’이라고 평가하거나, 도서전에 ‘웹툰’으로 연재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컨퍼런스와 세미나 개최를 통해 출판계가 웹툰과 웹소설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하지만 만화계에는 아직 제대로 된 통계자료나 아카이빙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웹툰이 출판만화와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논의할 기구조차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총괄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물론, 별도의 만화진흥기구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발 벗고 나서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2년 뒤, 2019년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구글갑질방지법 전세계 최초 통과

한편, 2020년에는 구글이 모든 콘텐츠 결제에 인앱결제 의무화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콘텐츠 업계가 합심해 반발했고, 올해 2월부터는 국회가 본격적으로 구글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역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플랫폼들의 수수료 징수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논의가 진행됐다. 이에 구글은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를 중심으로 한 ITI 코리아를 설립,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8월 31일, 결국 구글갑질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전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는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의 꼼수, 막을 방법 없나

모든 상황이 잘 풀릴 것 같아 보였지만, 구글은 꼼수를 준비했다. 구글은 지난 2021년 11월 4일 앱 개발사가 외부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앱마켓 정책 변경계획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여기서 외부결제는 모두 허용되지만, 외부결제를 사용할 때 구글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인앱결제보다 4% 포인트 낮은 6~26%로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인앱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모두 빼앗긴 셈이다. 구글처럼 별다른 대안이 없거나, 애플처럼 다른 대안 자체가 허용이 안 되는 플랫폼에서 30%에 달하는 수수료가 과하다고 법을 바꾸었더니, ‘인앱결제 의무화’는 포기하되 수수료는 여전히 징수하겠다는 구글의 태도에 콘텐츠 업계는 또다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문제는 이미 법안이 바뀌었고, 한국에서는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며 정치적 아젠다에 힘을 모을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데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는 입장이고, 새롭게 개정한 구글갑질방지법을 그때그때 맞춰서 손보기도 어렵다. 결국 시행령 등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을 동원해야 하지만, 이미 법안이 통과되면서 동력을 잃은 셈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구글의 수수료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출판계가 구글과 손잡고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비공개 논의를 계속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도서정가제 논의와 연결되기 쉽다. 웹툰과 웹소설을 구글에서 ‘전자책’으로 규정하거나, 전자’책’으로 규정한 것에는 수수료를 할인하는 등의 정책이 발표된다면 웹툰과 웹소설은 수수료를 내거나, 수수료를 덜 떼이기 위해 ‘책’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남아있다.

결국 남은 2년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웹툰계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는 셈이다. 2021년의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주어지는 정책에 맞춰 따라가는 업계에서 정책 아젠다에 직접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산업계로 발전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웹툰계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시간은 멈춰서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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