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인공지능(A.I) 시대, 웹툰 창작자들이 맞서게 될 다섯 가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웹툰 창작자들이 생각해봐야 할 것
김민태 (한국영상대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 만화평론가) 2021.12.13


인공지능(A.I) 시대, 웹툰 창작자들이 맞서게 될 다섯 가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인간의 창의력과 직관, 인공지능의 계산에 기반을 둔 냉철한 분석이 대결한 첫 사례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하사비스 대표는 승리를 자신하며 “이번 대결로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 이런 기술을 발전시킨 인간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주지하듯 알파고가 4번 이겼고, 이세돌 9단이 1번 이겼다.



△ 4국 이세돌 9단을 승리로 이끈 백78수 - 2016.3.13 (출처=YTN 뉴스)

대결 이후 사람들은 인공지능 기술에 오인이 있었음을 자각했다. 실체를 확인해보니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터미네이터이나 사회 안정을 해치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의 도구로 인식하게 됐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사회 전 분야에서 적용하고 이용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웹툰 창작과 제작의 영역에서도 큰 혁신과 변화를 이끌 것이고 그 속에서 기회를 얻는 영역과 도태되는 영역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결국 거대 자본의 산물이고 자본은 이윤만 생각하는 기계다. 지금의 창작자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서 자신이 어떤 영역에 설 것인가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웹툰 창작자들이 고민해봐야 할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첫째, 노동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선보인 오토드로잉 기술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고 상용화될 것이며 상업화까지 포석을 둔 사업전략이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건 노동이라고 하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밑색, 기초 명암, 식자, 엑스트라 컷 등이 그렇다. 상당 부분 창작자가 직접 하지 않고 이미 처리된 상태에서 창작자의 역량이 투사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는 사전 작업들이다. 현재도 상당 부분이 팀으로 일하면서 해당 부분을 보조 작가들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부터 서서히 인공지능 툴로 대체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우리들은 인공지능 다음 단계에서 창의력이 발휘되는 제작 및 창작 분야로 올라서야 한다. 


둘째, 결국 완성은 작가의 몫이다

시키지 않으면 안 하는 일과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이 결국 경계로 나뉘게 된다. 수동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인공지능의 영역이 되고, 능동적으로 해야 할 일은 창작자의 몫이 될 것이다. 더불어 더 좋은 작품이 되도록 만드는 의지는 온전히 창작자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 선 하나를 더 그을까? 말까?, 이 컷을 넣을까? 말까?, 이렇게 그릴까? 저렇게 그릴까? 의 고민이 범작을 명작으로 만든다. 공산품을 제조하듯 만든 콘텐츠에는 생명력이 깃들기 어렵다. 이제 창작자는 인공지능의 벌어준 노동의 효율과 절약된 시간을 창조적으로 사용하는 데 투여해야 하는 과제를 받아 든 것이다.


셋째, 제조된 시장과 창조된 시장이 분리되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콘텐츠와 작가가 창작해낸 콘텐츠의 분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자연스레 인공지능 콘텐츠는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하게 유통될 것이고 가격경쟁으로 사람이 창작해낸 시장을 위협하며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에 웹툰 구매 비용이 비싸다고 느꼈던 이용자들이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사람이 만든 웹툰에 흥미가 생겨 이용해봤는데 역시 인공지능이 만든 것과 다름을 느끼고 작가 창작 콘텐츠 유통시장의 유저로 확장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웹툰 창작자는 인공지능 웹툰 콘텐츠 창작의 관리자 영역에서 활동하거나, 현재보다 고도화된 웹툰 창작 시장에 존속할 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인공에는 향기가 없지만 필요는 있다

조화(造花)는 아무리 정교해도 향기가 없다. 그래서 생화보다 못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병원처럼 조화의 ‘향기 없음’이 필요한 곳도 존재한다. 어쩌면 모든 세상을 생화를 채우는 것이 과잉일 수도 있다. 즉 웹툰의 창조적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웹툰 영역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해 폼, 서식 등으로 제작 보조해주는 서비스가 많아진 것처럼 기초적인 정보, 공지, 교육, 안내 목적 등이라면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웹툰 제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즉, 작가의 창의적 에너지가 농축된 작품이냐 단지 웹툰 이미지가 필요한 콘텐츠냐로 구분된다. 즉 이제 웹툰 비전문가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웹툰을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는 의미이다. 


다섯째, 창작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만화는 사람이 상상력을 동원해 해독하는 이미지 콘텐츠로 이해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조를 모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계로 해석 할 수 있다. 이때 인공지능은 가공할 추론과 계산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아 콘텐츠를 산출해 낸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인공지능 콘텐츠가 나올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사람이 열광하고 팬덤이 생길까? 이유와 고민이 없는 창작, 창작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대상, 그리고 장면과 감정에 대해 서로 교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 지점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웹툰 창작의 노동 분야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이유 없는 창작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꺾었던 대국 동영상이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 으로 발행된 뒤 경매에 나와 가상화폐 60이더리움(18일 오후 기준 약 2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 2021.5.18. 연합뉴스

인공지능은 우연도 없고 실수도 없다. 철저한 승률 계산에 따른 진행이 있을 뿐이다. 다시 이세돌 9단의 알파고 승리 대국 백 78수를 돌아보면 인공지능이라면 원초적으로 둘 수 없는 포석이고 그 수가 승리의 원인이 됐다. 결국 이기기 위한 계산이 아닌 새로운 바둑을 만드는 건 사람이고 그것을 실제 둬보는 용기, 의지, 결단, 행동은 사람의 산물이다. 즉 중요한 건 창의력이고 창조적인 생각이며 창조행위의 실천이다. 



△ 영화 <아이로봇> 영상 재편집

영화 <아이 로봇>에서 윌 스미스의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화 중 지금도 회자되는 대목이 있다. 


윌 스미스 :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 로봇이 빈 캔버스를 채워서 명화로 바꿀 수 있어?

인공지능 로봇 : 너는 할 수 있어?


뭔가를 만드는 건 사람의 본능이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도구로서 만들어진 것이고, ‘도구의 도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람의 손은 망치보다 단단할 수 없으며, 발은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도구는 이용하는 것이지 경쟁의 대상도 아니고 경외의 대상도 아니다. 쇠를 녹여 망치를 만드는 생각과 수만 개의 부품을 조합해 자동차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사람다운 사고이자 의미이다.

엘빈 토플러가 말했다. “미래는 언제나 너무 빨리 잘못된 순서로 온다.” 결국 답은 미리 준비해 순서로부터 열외 되는 공간을 확보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순서에 놓인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는 노력과 행동이 인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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