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인디/언더 만화 - 개념정의
Capcold 2001.05.01

- Independence [명사] 1. 독립, 자주, 자립, 독립심 2. 독립해서 지낼만한 수입.
- Underground [형용사] 2. 지하에 숨은, 비밀의; 지하조직의, 반체제의; 3. 전위적인, 실험적인

한국만화에서 인디/언더라는 개념은, 주류 흐름의 대안을 제시해주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는 당초에 표방했던 취지들과는 달리, 실재로 항상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인디, 즉 독립이라는 개념은, 주류의 제도에 의해서 확고하게 구축된 문화산업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문화산업에서 강세가 문화에서 산업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대한 반발로서, 주류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산업의 논리가 자신들의 작품세계에 끼어드는 모습에 대한 반발이다. 인디라는 개념은 폭넓게 보면, 산업화된 전문 제작사의 자본투자가 없는 모든 형태의 자비출판이다. 즉, 실제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들이 직접 출판과 유통 등의 제작적인 측면까지 직접 담당한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주류적인 것으로 충족 안되는 부분을 스스로 나서서 충족해보려 하는 움직임이 바로 한국에서의 인디만화의 흐름이다.

언더라는 개념은 그것보다는 좀 더 결과중심적이다. 언더는 주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취향이나 규모이기 때문에 실제로 주류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인디 만화가들이 언더그라운드 씬에 주로 몰려있기 때문에 인디와 언더는 적어도 한국의 만화계에 있어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러한 큰 범주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아마투어 동호회들도 인디/언더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하나의 중요한 전제는 바로 표현욕구의 자의식인데, 자신들이 주류에서 비켜나있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의도성이 있어야 한다. 즉, 취향으로서 즐기는 것에 그치는 것을 인디로 모두 포괄하기 보다는, 주류에서 산업적 이유 때문에 일부러 건드리지 않고 있는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도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만화에서 인디는 크게 2개의 큰 맥을 따라서 흘러왔다. 첫 번째 맥은 소위 순정만화라고 불리우는 취향의 작가/작품군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80년대에도 굳건하게 만화라는 표현양식의 주요 유통망으로 자리잡아있는 대본소라는 체제에서, 주로 남성적 취향들의 대량 생산품들이 주류를 잡고 있었다. 이때 85년, 아홉번째 신화라는 잡지가 창간되는데, 이 잡지는 순정 만화가들끼리 만들어낸 비정기 비매품 무크지다. 3호까지 출간된 이 무크지의 주목할만한 점은 즉 순정만화 작가들만이 참여하여 순정만화만을 실은 잡지로서, 현재의 순정만화잡지의 대선배격이다. 하지만 그보다 인디/언더라는 점에서 주목할 점은, "...그것이 작가들의 자비로 직접 만들어졌고, 그 유통방식 역시 전면적으로 작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동작가들의 대본소용 서적 맨 뒷페이지에 그것이 만들어졌고 비매품임을 알리면서 보고싶은 독자는 참여작가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면 선별하여 우편발송할 것임을 내용으로 하는 광고가 실린다."(정경아/원종우: 한국인디만화의 과거...그리고) 이후로 이 계통의 자신의 표현영역을 구축하기 위하여 자비로 출판을 하는 흐름은 동호회 등의 만화 커뮤니티의 결성으로 이어지며 현재의 다양한 동호회 문화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디적 성향의 만화활동은 파트타임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인디만화를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것은 이들보다는, 보다 본격적인 full-time 인디만화활동을 하는 일련의 집단들이다. 두 번째 큰 줄기는 90년대 만화문화의 양정팽창에 힘입어, 대본소체제에서 잡지시스템으로의 전환, 그리고 그 주변에서 벌어진 기성 가들의 독립적인 시도들이 커다란 축을 이루는 그 외곽에서이루어졌다. 네모라미, 화끈, 한겨레 아카데미(일부), 히스테리 등이 대표적인데, 인디/언더 만화 담론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도 이들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만화는 주류 상업만화와는 다른 관점에서의 다양한 표현들을 시도하였고, 그것은 일반 독자들에게 때로는 난독증으로, 때로는 신선함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기존의 대형 만화출판사를 통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출판/유통경로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앞서 이야기한 아홉번째 신화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인디/언더로서의 성향을 집단이라는 개념으로서 본격적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표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각 집단은 그 성원들간의 성향에 있어서의 통일성이라든지, 운영 방식, 표방하는 바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형 출판사의 정기잡지와 대본소로 이루어진 주류 상업 만화 시스템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아마투어의 한계를 넘어선 만화활동을 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국 인디만화의 중심적인 맥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항상 여러 가지 난제들을 안고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익모델이었다. 상업적 재미에 의한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을 애초에 반대하고 나선 이들인 만큼, 지금까지 항상 "의지로 물질적 조건을 극복하는" 노력을 보여야만 했다. 결국 대부분의 인디 만화 잡지/무크지들이 종이잡지와 웹을 오가며(아무리 좋은 말로 이유를 단다고 해도, 종이잡지에서 웹진으로의 전환이라는 것은 물질적 조건 때문이다) 수차례의 창간, 휴간, 재발간을 반복한다. 또한 작가 개인들 또한 여러 현실적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한국 인디만화계에는 새로운 돌파구의 필요성이 항시 재기되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작가, 유통, 독자 , 담론 생산 등 만화와 관련된 모든 단위들이 자신들의 몫을 해주지 않으면 결코 생겨날 수 없는 것이다. 인디/언더만화가 진정으로 자신들이 해야할 역할, 즉 시스템에 복속되지 않는 작가주의와 다양성의 보존과 개발을 해낼 수 있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먼 것이 2001년 현재, 한국 인디만화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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