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만화여! 꿈을 꿔라!
고유성 2000.12.01

만화여! 꿈을꿔라!
(만화가 고유성이 되돌아본 2000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은 이루어질수 없을수도 있지만 그래서 꿈입니다.

지금은 21세기로 들어갔다는 2000년이지만 곧 진짜 21세기인 2001년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무엇이 중요하냐하면 물질주의,상업주의가 판을쳤던 세기에서 문화의 세기...고풍스런 서양문화가 아닌 국적이 확실한 대중문화...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대중예술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아 그중에서도 만화라는 천박하고 유치하게 여겼던 출판물이 뒤늦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세기(올해까지 포함해서)에는 전반적으로 모든 대중예술이 요주의 감시대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만화는 여러가지 사회적 제약으로 빈민 혹은 천민층의 오락물로 여겨지거나 어린이, 속칭 코찔찔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었고 고고한 사람들의 멸시속에 사회악의 하나에 속하게 만들정도로 심한 정신적 압박을 당한것도 사실입니다.

다른것들도 다 비슷한 처지였었는데 만화만 특별히 탄압당했다고 하느냐라고 얘기할지도 모르지만 우민화 정책중 유일하게 만화만이 뒷공작 즉,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 로 매도당했기에 만화가의 한사람으로서 몹시 자존심이 상해서 하는 넋두리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관찰로 살펴보건대 만화만이 유일하게 대중예술,상업예술의 선두에서서 아무런 뒷공작을 받지않아도 독자생존이 가능했던데에 미운털이 박혔고 지난 세기들의 모든 권위주의와 조직적,도식적 사고방식에 심각한 타격을 줄수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에 더더욱 심한 감시와 압박을 받았으리라 봅니다.

즉, 대중(국민)의 심리를 잘 반영할수있는 개인적 작업이 만화이기에 대민관리에 혈안이 되있던 사람들의 약점을 너무나도 가볍게 폭로해버릴수 있는 용서할수없는 재미가 있는게 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성인대중을 상대로 정치적 발언을 했던 신문사설만화가 심심치않게 필화를 당했었 다는 사실이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는것입니다.

또한 만화는 만화가 개인의 작업일수밖에 없으므로...대량제작됐던 시중의 만화들은 시대적 상황의 모순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주기 바랍니다...간단히 보내버릴수도 있다는 조직의 사고방식에 만만하게 당할수밖에 없다는 약점도 주지할수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 모든 탄압요인이 사라졌다고들 하는데 뭐 그렇다치고...아니라고 우겨도 이미 다 지나간일을 따지려느냐고 눈을 부라리면 힘도 빽도없는 만화가 개인으로써는 수십 년을 숨도 못쉬고 찌그러져 있었는데 조금 숨통이 트인것에 만족할수밖에 없지만...느닷없이 개방 바람이 불어서 그나마 조직에 적응했던 방식이 일시에 무너져버린것 또한 큰 문제라 할수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사회 전체가 개방과 개혁의 둑이 터지는 바람에 허우적 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만화는 유독 직격탄을 맞아 고사직전에 놓여있다고 보는바입니다.

본인이 전부터 한 얘기중에 개방은 되야하고 개방이되면 공멸한다라는 것이 있었는데 대부분 아리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이렇습니다.

출판물 만화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상업매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 만화를 위한다면 조직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재상태로는 외국작품 번역물이나 시중에 나도는 즉, 순수 국산창작만화의 멸종이라는 당연한 결말로 치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진정한 국산만화(이 단어가 왜 이리 구차스러운지 모르겠지만)는 모두 사라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더 확실한것은 자체적으로 만들어지는 즉, 우리의 문화적 배경에 바탕을 둔 순수 국산만화없이는 국산애니메이션도 국산캐릭터도 기타등등도 존재하지 못한다는...세계화라는 허울좋은 단어는 잊어버리는게 좋습니다...만화산업(그런것이 우리나라에 존재했는지는 의문이지만)의 붕괴로 나타나고 문자그대로 백년하청이 될것입니다.

그럼 지금 나오는 만화들은 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현재상태로써는 그것은 망가나 코믹에 뿌리를 두고있는 우리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않는 남(외국)의 작품들의 끄나불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와 문화적,체질적으로 죽어도 맞지않는 부분이 상당수 있기때문에 독자들이 한동안은 호기심에서 접하더라도 곧 싫증을 내게되므로 추종작과 원작(만화에 한해서라고 구 지 못박으면) 모두 한국내에서는 공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사실은 외국의 것과 같은 스타일,모티브로 제작된 국내 작품이 외국에서 인정받든 말든...인정 받을수 있을지 의문이지만...그런건 국내 작가(창작자)들이 신경쓸바가 못된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동안의 노우하우를 갖고있고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 전혀 다른 외국의 작품을 추종한다 고해서 그것이 언제고 자기것이 되리라는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은 발상입니다.

실제로 어물쩍 개방된 외국만화가 잠시 붐을 탄후 현재 시중에서 그 공멸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있는것을 목격하지만 당사자(만화계와 그종사자)들은 전혀 이유를 모르거나 원인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대처할 방법을 찾지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지만 어차피 만화란 개인적인 작업이라 만화를 만드는 혹 은 만들려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사고방식이 변화되지 않는한 우리(한국)만화라는것은 부활하기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누구도 그들 하나하나의 사고방식을 개조시킬수 없으며 한국적 만화가 지상에서 사라지든 말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것이 대중예술의 속성이므로 지킬수 있는 사람들이 지켜야만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갈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제 지나간 오욕의 세월...잘못 인식되고 비난받았던...을 정리하는 작업이 하나.둘 이루어지고 있으니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에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되리라 다들 확신하고 있으며 그 문화에는 각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이 확실하게 요구되고 있으므로 대중적 창작작업(미래 문화산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만화가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합니다.

사고방식의 변환, 개혁이 시급하며 지금까지 고리타분한 엽전이라고 호도되왔던 우리의 문화(대중 문화)를 현대화,미래화하는 작업이 만화에서 빨리 시도되야합니다.

만화는 결코 산업이 아니며...산업이 되서도 안되지만...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독자생존 할 수있는 개인의 창작작업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타고난 탁월한 재주를 갖고있음을 익히 아는 본인으로써는 우리 만화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으므로 진정 한국만화를 밀어줄 마음을 갖고있는 후원자들만 등장한다면 어렵지 않게 외국의 작품들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만화산업은 한국에서는 시작 되기도전에 이미 물 건너간 방식이므로 앞으로 만화만으로 상 업적 성공을하기 바란다면(특히 외국작품의 유사품으로) 큰 오판이며 여러 가지 부가적 가치를 창출해줄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해지리라 봅니다.

그것은 5000년 한국인(서민 대중)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만화적으로) 만화가들이 등장해야 가능한 일이므로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지난 세기까지 통용되왔던 만화에 대한 개념이 모두 바뀌어야 즉, 만화가(만화가가 되려는 사람들) 개개인이 자아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한국만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사수해야하는 막중한 사명감을 가져 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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