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만화수집 한길로, 오민수씨
차대원 2001.03.01

여러분은 스스로 “**매니아”라고 자청하는 40대를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상상해 본 적이 있냐는 물음이 적당할 지도 모른다.
오민수씨는 자칭 타칭 “아저씨 매니아”이다. 매니아라는 이름을 패션으로서, 명찰처럼 달고 다니는 “매니아”가 아니라, 5, 60년대 만화를 구입하기 위해 전국의 고서점을 뒤지고 다니고 주말마다 인사동 좌판을 기웃거리고 있는, “진짜 매니아”이다. 구입이 안되면 빌려서 복사라도 하고, 그게 안되면 표지만이라도 스캔하면서, 이제까지 모은 책은 (자신이 만족스럽다고 인정하는 것만) 1500권. 이정도면 정말 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골동품상처럼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를 다시 읽고 싶다는 일념으로 책을 모으는 개인 소장가 오민수씨와 만났다. 다음은 2001년 2월 9일에 있었던 오민수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현재 몇 권 정도 소장하고 있는가.

복사본, 70년대 이후 만화를 제외하고 약 1500권이다.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 많이 모았었는데, 워낙 집안의 반대가 심해서 모으고는 혼나서 버리고 다시 몰래 모았다가 들켜서 혼나고 버리는 것을 반복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만화를 아예 보지 않고 있다가, 1970년대 중반 군에 입대했다. 미 8군 사진병으로 있으면서 부대 내 도서관에 자주 출입했었는데, 도서관 안에 만화가 따로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만화도 자료로 인식하고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늦기 전에 나도 빨리 내가 좋아했던 만화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제대 후부터 조금씩 모았다.

수집 방법은?

주로 청계천부터 시작해서 인사동, 황학동 등을 돌아다녔다. 나는 주로 5, 60년대 만화만 모았기 때문에 상당히 구하기 힘들었는데, 좌판에서부터 시작해서 골동품 가게까지 전국을 누볐다. 사람들 소개로 개인 수집가를 만나기도 했고, 만화방을 돌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너무나 비싼 경우가 많아서 못산 경우가 더 많다. 고가이고 작품성이 높은 희귀본은 공공 기관에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고는 주로 작가분들을 직접 찾아가 몇 달씩 매달려서 사왔다. 더 늦어버리면 안그래도 부족한 원로 만화가들의 작품이나 원고를 절대 보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말마다 다른 약속은 잡지 않고 만화와 원고를 찾아 다녔다.

당시 작품을 구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무엇보다도 과거에 만화를 너무나 경시하고 억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만화가들은 대부분 동양화가 출신이었고, 그림도 내용도 수준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지금 만화에 비해 훨씬 독자적이었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보는 것을 금지당했던 것처럼 너무나 만화를 억압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자료를 구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작가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찾아가보면 원로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만화가가 아니라 그냥 동양화가일 뿐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동안 얼마나 탄압했으면 선생님들이 그러시겠는가.
물론 자료가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않는 한국 만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은 정리하면서 만화는 정리하지도, 보존하지도 않는 것은 만화를 그만큼 천시한다는 증거이다. 만화도 하나의 자료이자 문화이다.

개인 소장가이면서도 본격적으로 수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라져가는 자료를 빨리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었는데 더 늦을 수는 없다. 지금 만화 학교가 전국에 5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만화사에 대한 교과서도 없다. 작품이 없는데 만화사가 정리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림체의 전수도 필요하다. 회화에서는 화풍의 전수가 있는데 만화에서는 왜 없는가. 스승의 작품을 뛰어넘는 것도 스승의 작품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료로서도 예술로서도 만화는 보존되어야 한다.
나 뿐 아니라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를 보고 싶어하는 내 또래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4, 50대 만화 매니아들을 빨리 모아야 한다. 워낙 만화가 천시받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만화를 멀리했던 것 뿐이지 40대, 50대의 사람들이 만화를 싫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이 봤던, 그들이 좋아했던 옛날 만화를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도 한몫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공개할 계획은 있는가.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나 상설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보다 크게 늘릴 계획은 없다. 연도별 작가별 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중인데, 아직 공개하기에는 미비한 점이 있어서 작품을 더 많이 구한 후에 공개할 계획이다.

부천만화정보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품이 있는데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힘이 많이 든다.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오르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국가나 관공서에서 이런 것을 매입해서 나같은 개인 소장자들이 열람할 수 있을 정도로만 공개해 주어도 대환영이다.
꼭 작품 자체가 아니더라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나오는 만화사 서적도 미비한 점이 많다. 대규모로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정리가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원로 작가들이 너무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타계하신 김종래 선생님은 한국 만화계의 선구자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장례식에 가보고 너무 놀랐다. 후배 만화가들, 심지어 제자들조차 장례식에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돌아가신 후에 사회면에 작은 기사 조각 하나를 내면서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원로 작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들의 만화를 계속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자료의 보존은 시급하다. 김종래 선생은 이름 자체로는 유명하다. 그러나 30대 이하의 만화 독자들 중에서 김종래 선생님의 작품 한편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70년대 이전까지의 그의 작품은 모두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작품 중 몇 편이나 남아 있는가. 원로 만화가들의 고전들을 후배들, 자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도 그들을 대접하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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