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하이텔 애니동 시삽 선정우
편집부 2001.07.01

한국에서 처음으로 VTX로서의 통신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 비록 지금은 "인터넷 새나라"를 표방하고 있지만-하이텔(IP 주소 : home.hitel.net)이다. 그 하이텔이 웹을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포털들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커뮤니티이다. 현재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만개의 커뮤니티의 회원들이야말로 하이텔이 "먹고 살 수 있게끔"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원천이다. 하이텔 내의 만화 관련 동호회중 가장 오래된 역사와 가장 많은 회원을 자랑하는 하이텔 애니메이트(hitel Animate)동호회(이하 애니동)는 하이텔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아주 유명한 커뮤니티이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 혹은 가시적인 회원수도 이기지 못하는 것들은 있기 마련. 파란 화면(혹은 단말기의 검은 화면)을 뒤로 하고 점차 웹을 기반으로 바뀌어가는 하이텔, 그리고 웹 커뮤니티로 옮겨가고 있는 회원들, 무엇보다도 이러한 물질적 조건으로 인해 변화해가는 커뮤니티의 성격과 문화를 어떻게 재빠르게 감지해내고 동호회원들을 묶어낼 것인가. 혹은 동호회가 망하지 않게 할 것인가. 이것은 비단 애니동의 문제가 아니라 VTX를 기반으로 하는 통신 동호회들에게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지난 3월의 선거로 애니동의 12대 시삽(11번째 시삽 : 중임이 한번 있었음)에 당선된 선정우(하이텔 ID : mirugi)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일시 5월 30일


애니동의 시작에 대해 알려달라.

시작은 1989년이었다. 그당시는 하이텔이 아니라 케텔(ketel)이었는데, 동호회라는 서비스 자체가 없었다. 게시판이 몇 개 존재하였는데, 지금의 컨텐츠 하위항목처럼 나뉘어져서 영화나 스포츠 등의 주제게시판이 있었다. 그 안에 토론의 광장이라는 항목이 있었고, 여기에 주제별 게시판을 만들 수가 있었다. 만화관련 제목을 만들어서 게시판을 열면 보통 토론이 1, 2개월동안 지속되고는 했다. 동호회 서비스가 시작된 후에는 문화/예술 관련 분야에서는 최초로 애니동이 만들어졌다.

그때가 1989년인가.

그렇다. 나는 그당시에는 케텔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른다. 1990년에 처음 가입을 하였다.

당시의 초창기 멤버가 지금 많이 남아있는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아주 많다고 볼 수는 없어도 꽤 남아있다. 그러나 많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10년 이상 전에 활동하던 사람이라는 것은, 지금 30대 중후반이라는 이야기이다. 각자의 생활이 걸려있으니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 이제까지 당선된 시삽중 가장 나이가 많으니. 보통 자기 시간이 많은 대학생들이 많이 시삽으로 뽑히는데, 하이텔의 경우 시삽이 미성년자일 경우 성인 회원의 보증이 필요하고, 기타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주로 성인들이 시삽을 한다. 직장인보다는 대학생들이 시간을 내기가 편하니까 그들이 주로 하는 편이다.

애니동 회원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가.

주로 고등학생, 대학생이다. 20대 중후반인 분들도 많고, 30대인 분들도 적지 않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의외로 적은 편이다.

정확히 몇 번째 시삽인가.

12번째 시삽이지만 11대 시삽이다. 초기에 한분이 재선에 당선되셨기 때문이다. 임기가 1년이고 애니동이 12년째이니까 내가 11대 시삽인 셈이다.

탄핵받은 시삽은 있는가.

초기에 있었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탄핵이 아니었지만 사실상 회원들이 쫓아낸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 후에도 내부에서 알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역대 시삽들은 임기는 다 마쳤다.

현재 회원은 몇 명인가.

30,0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 수는 10,000명 남짓이다.

활동량은 어떠한가. 조회수는 어떤가.

잡담란 같은 경우 평균적으로 300에서 500정도 조회수가 나온다. 전문 게시판의 경우 지속적으로 들어와서 정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적으면 1,000에서 많은 경우 8,00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제일 높은 조회수가 아마 8,000이 넘었던 것 같다.

이벤트 시디의 제작은 언제 그만두었는가. 이벤트 시디와 관련해서 잡음은 없는가.

97년 말이다. 문제가 있을 여지가 있을 때 그만두었기에 문제가 생길일이 없었다. 97년 이전에는 저작권을 가진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아예 들어오지 않았기에 저작권을 따지기가 애매한 상황이었기에 만들 수 있었지만, 그 후에는 저작권 문제가 심해지고 단속도 강화되어서 아예 그만두었다. 특히 애니동은 노출빈도도 지명도도 높기 때문에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상당히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애니동은 만화관련 동호회치고는 자료실이 깨끗한 편인데, 하이텔의 간섭은 어떠한가.

1화물은 아예 올리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리고 애니동에서 자체적으로 자기검열을 강화하였기에 하이텔에서 규제하는 것은 없다. 지적받은 적도 있기는 했지만, 자체적인 한도를 정해서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물론 대본 같은 것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문제를 삼으면 그때 삭제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크게 손을 대고 있지 않다. 자료실 건에 관해서는 문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상영회도 요즘엔 하지 않는데.

내가 지금의 아이디로 가입한 것은 1995년이다. 그래서 그 전의 상영회 문화는 잘 알지 못한다. 어쨌든, 애니동은 상영회도 제일 먼저 없앴다. 저작권 문제는 물론이고, 자막을 넣을 경우 화면 변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된다. 그냥 보기만 해도 물론 까다롭고, 요즘에는 동영상이 보편화 되어 있기에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영회를 개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만화 관련 동호회의 생존과 자기확대는 이벤트 시디의 제작이나 상영회, 자료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애니동의 경우 전혀 그러한 확대전략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지명도와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워낙 많은 기존 회원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기획자, 기자,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가입해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만화세계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모여 있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자기 확대가 가능한게 아닐까 한다. 물론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회원수가 줄고 있다. 꼭 애니동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숫자가 주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애니동은 상당히 오래된 동호회라서, 신입 회원들이 진입 장벽을 느낄 수도 있을텐데.

기본적으로 하이텔에서 요금을 받는 것 부터가 진입장벽이다. 그것이 제일 크다. 그리고 PC 통신 동호회 중에서도, 만화관련 동호회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동호회기 때문에, 당연히 진입장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생성된 문화와 분위기는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신입 회원들과 기존 회원들이 잘 조화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오프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늘 그렇겠지만 많이 활동하는 사람 30, 아주 오래된 회원 몇 명, 별로 활동 안하는 사람 2~30, 나머지는 처음 와보는 사람. 이벤트가 없는 모임이라서 요즘에는 기존의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는 편이다. 동호회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서 이벤트성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현재 고민중이다.

어떠한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는가.

이제는 상영회가 필요없어진 시대이다. 더 이상 상영회와 같은 동호회 문화에 기댈 수는 없다. 상영회만큼 효과적인 이벤트를 찾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영회 역시 10년전에 카페의 TV를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10여년간 발전하고 보완되어 온 문화이기 때문에, 다른 문화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영회 문화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절대로 아니다. 다만, 그것이 10년 이상 된 문화이고 없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대안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상영회가 없어지고 나서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MT등 만화와 관계 없는 이벤트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만화 관련 이벤트의 개발은 아무래도 힘들다. 계속 고민하고 있다. 만화 퀴즈 대회라든지, 독자투표를 통한 만화 선발이라든지.

임기가 1년인데 시간은 충분한가?

한번 시도해보면 다음 시삽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내가 뭘 완성해야 할 필요는 없고, 다음 시삽이 받아서 다른 시도를 해보고, 또 다른 시도를 해보고, 이런 식으로 4, 5년이 지나면 뭔가 다른 대안이 생길 것이다. 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시도를 열심히 하다 보면 나머지는 뒤의 시삽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동호회 문화의 변화는 없는가. 회원 수의 감소는 차치하고.

있다. 기존 회원은 아무래도 VTX 모드 사용자가 많은 반면, 신입 회원은 거의 100 웹상에서 접속한다. 접속환경이 다른데 이 두 사용자 집단간의 이질감이 없을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이 둘은 나뉘어질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하이텔 자체가 완벽하게 웹으로 전환을 하지 못하였으니까. 그러나 신이 아닌 이상 그때 바뀌는 것을 지금 예측할 수는 없다. 나는 남은 임기 동안 애니동이 안 망하게 잘 굴러가도록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10, 20년 후에는 통신 커뮤니티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미래일에는 신경을 쓰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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