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 김보통 작가 인터뷰
웹투니스타 2016.10.05

여름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어느 날, 웹투니스타 팀은 일산에 위치한 김보통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김보통 작가는 2013년 <아만자>로 데뷔해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D.P - 개의 날〉, <내 멋대로 고민상담> 그리고 최근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를 연재 중이다.



Q. 먼저 축하할 일이 있다. <아만자>가 일본의 한 대형출판사에서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만화산업에 대해 받은 인상이 어땠나?
A. 일본은 굉장히 성숙한 만화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만화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다. 문화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특정 연령층이나 장르에 집중되어 있지도 않고, 소설이나 영화처럼 만화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Q. 2013년 <아만자>로 데뷔했다.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면?
A. 젊은 암 환자가 죽는 이야기다. 그 죽음을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는 이야기, 환자가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투병만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험만화의 형식을 빌린 호스피스 만화라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모습을 최대한 명랑하게 그리려고 했다.


Q. 일본에서는 “투병 판타지”라고 소개했다. 반응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일까?
A. 작가인 나도, 레진코믹스도 알지 못한다. 일본도 ‘웹 만화’라는 방식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 있는 중인데도 반응이 좋았다. 일본 기자들의 해석은 위암이 사망원인 1위인 일본에서 암환자가 모험을 하는 ‘투병 판타지’라는 장르가 일본인의 감성에 맞지 않았나 하더라. 또한 한국 작가임을 밝히지 않고 “후쯔(フツ? : ‘보통’의 독음을 가타카나로 표기한 것)”라고 쓴 것도 주효했다는 게 일본 기자들의 해석이었다.

Q.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연재한 〈D.P - 개의 날〉은 ‘이것은 내가 탈영병을 잡는 이야기인 동시에 누군가의 아들을, 형제를, 연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라고 했는데. 군대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작품은 많다. 군대에서 도망친 사람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 이유가 있는가?
A. 직접 겪은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군대를 그리는 방식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굉장히 미화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군대에서 겪었던 상처가 너무 커서 미화가 안 된 거다. 군 생활 대부분을 도망가는 사람을 쫓거나,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하면서 군 생활을 하다 보니까. 거기다 D.P들은 쫓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쫓기는 사람이기도 한 입장이다. 도망친 사람들이 추가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려면 빨리 잡아야 하고, 쫓는 과정에서 접하는 정보들이 안 좋은 면들이 나오니까, 쫓는 사람에게도 트라우마가 많이 남는 일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 군대만화를 그렸으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사실 〈D.P〉도 굉장히 미화한 거라서.

Q.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서 보기 굉장히 힘들고 불편했는데, 본인은 쫓을 때와 부대에 복귀했을 때, 어떤 게 더 힘들었나?
A. 부대의 사람들은 D.P들에게 편하다면서 소위 ‘땡보’라고 말하지만, 쫓는 입장에서는 도망간 사람이 싸움을 잘하는 건 아닐까, 칼을 가진 건 아닐까, 오늘 자살하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을 수없이 한다. 그렇게 지옥 같은 환경에서 탈영병을 잡고 돌아오면 부대에선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진다. 가혹행위에 참여하라고 종용하는 사람, 점점 변해가는 사람을 보는 것 등등.

Q.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 작가 멘탈 관리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내용을 복기하는 것도 힘든 일이니까.
A. 오히려 <아만자>를 그릴 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려야 해서 힘들었다. 〈D.P〉를 그릴 때는 매주 마감을 할 때마다 세 명이 탈영을 했고, 한 명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게 괴로웠다. 그런데도 “요즘 군대는 이렇지 않다. 일부 부대의 이야기다”라는 사람들의 말이 너무나 야속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직시하지 않기 때문에 군대문화가 바뀌지 않는 거다.

Q. <내 멋대로 고민상담>의 경우는 어떤가? 연재를 멈춘 지 1년 정도가 되어 가는데.
A. 연재 준비는 계속하고 있었다. 8월 21일까지 쌓여있는 질문이 6천여 개 정도 된다. 준비를 하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굉장히 다운된다. 만화로 그리는 것들은 굉장히 정제된 질문들 중에서도 답변을 할 수 있을만한 질문들이다. 대부분은 지금 당장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의료시설의 도움이 필요한 질문들이다. 그걸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려다 보니까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고, 지금은 충전기라고 생각한다.


Q. 작품을 만드는데 작가가 너무 많이 소모되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재연재를 기대할 수 있을까?
A. 실제로 연재 준비를 했었다. 오프닝 동영상과 주제가도 준비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GV, 사인회 등 어디서나 방심하고 있을 때 내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다. 아직도 외주가 들어오면 <네 멋대로 고민상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머니도 나에게 묻는다(웃음). 그런데도 못 그리고 있는 이유는 무서워서다. 다시 이 고민과 그걸 두 눈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에게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게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비도 했고, 분명 그릴 것이다.

Q.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는 이제 막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처음에 봤을 땐 모두 남자인 줄 알았을 거다. 일부러 이렇게 연출한 것인가?
A. 그동안 생각해보니 내 만화의 주인공이 모두 남자였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으로 정했다. NC소프트에서 의뢰가 들어와서 게임을 소재로 삼았지만 주제와는 연관이 없다. 결국 소수자의 이야기다. 예를 들어 6화에선 장애인 남성이 나온다.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못생긴 여자가 나오고, 6년째 고시를 실패한 사람이 나온다. 셋 모두 사회적으로 소수자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규노선에 뛰어들지 못하고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Q. 작품을 그리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이번에도 작품을 그리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진지하지 않고 가벼운 템포로 그리곤 있지만, ‘엑스트라들이 모여서 모험을 떠난다’가 메인이 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정말 잘 부탁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Q. 지금까지 연재한 작품이 젊은 암환자, 탈영병과 D.P, 익명의 누군가가 느끼는 고통, 밑바닥 인생, 또는 밑바닥 인생이라고 느끼는 사람 등 불편하다고 볼 수 있는 주제다. 그에 비해 소재는 평범하다고 볼 수 있다. 이걸 통해서 〈D.P〉 마지막에 나오는 “이젠 너도 목격자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가?
A. 방금 말한 마지막 원래 대사가 “이젠 너도 공범이야”였다. 그런데 한겨레 데스크에서 수정요청이 들어와 변경했다. 너무 강하다고 해서. 차기작은 학교에 대한 이야기고, 〈D.P〉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다. 대다수가 겪어야 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 조직을 거쳐 온 사람들이 느낀 불합리함을 지나쳐온 당신들이 다시 그 구조를 돌아 자식들이, 동생들이 똑같은 문제를 겪게 하는 것은 당신의 방관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싶었다.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다. 군 인권센터의 한 분이 내게 “우리는 무력한 개인이다.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나는 사람마다 자기 층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믿는다. 마루야마 겐지라는 일본 작가가 그런 말을 했다. “작가의 책임은 독자들이 고단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도록 독자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저도 그래야 현실을 바꾸고, 덜 고통 받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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