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렇게 작가가 된다. : <모두의 연애> 민조킹 작가
송경원 2017.04.26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그림이 책으로 나왔다. 야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민조킹은 얼마 전 <모두의 연애>라는 책을 정식으로 출간했다.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그려낸 이 책은 표현방식에도 가감이 없다. 이른 바 ‘생활밀착형 어른들의 로맨스’를 그려나가는 독특한 그림체에는 연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신선한 시선이 녹아 있다. 정식 출간은 처음이지만 민조킹 작가는 이미 2권의 독립출판물을 낸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저변을 넓혀나가는 중이다. 최근엔 웹툰이라는 새로운 분야에도 발을 디디기 위해 준비 중이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에서 결국 전업작가의 길을 발견한 민조킹 작가를 만나 작가가 된 과정에 대해 물었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도 마음이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더 중요한 건 작가가 된 이후다. 모두가 작가를 말하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는 호흡으로 그 길을 가는 이는 많지 않다. 솔직한 시선과 섬세한 터치로 공감을 자아내는 생활밀착형 작가를 지향하는 민조킹에게 물었다. 지속가능한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Q. ‘야한 그림 그리는 민조킹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시던데.
A.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잊지 마시라고. (웃음) 그림 그리는 민조킹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림 그리는 지 설명하자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경계를 짓고 싶진 않아서 보통은 그림 그린다고만 합니다. 본명은 김민조입니다. 영어식으로 하면 민조-킴인데 친구들은 민조킹이라고 불러요. 아이디 만들 때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썼습니다. 이름도 그렇고 주로 성적으로 개방된 표현들을 자주 하니까 남자일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더군요. 여자라는 걸 알고 나면 놀라기도 하시고. (웃음) 매우 만족스러운 이름이라 생각하고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Q. 데뷔 과정도, 주로 다루는 주제도 매우 이색적입니다.
A. 처음 그림으로 유명해진 게 SNS에서 야한 그림을 그리면서입니다. 여자 중에 이런 주제로 그림 그리시는 분이 제가 알기론 아직까진 보지 못해서, 이 분야에서는 나름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자랑스럽다고 해도 좋겠네요. 미술 전공이라고 알고 계신분도 있는데 호텔경영 전공했습니다.(웃음) 취미로 다시 그림을 1년 정도 배운 다음에 혼자 그렸던 것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일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책도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Q. 원래 다른 직장을 다니시다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신 건가요.
A. 네, 직장은 4년 정도 다녔습니다. 이 쪽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고 작년 2월 정도에 그만 둔후 프리랜서로 전향한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이전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책도 냈어요. 주변에선 고정수입이 있으면서 작업을 하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조언도 들었지만 의뢰가 많아지다보니 병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작년에 6월 즈음에 결혼 준비를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직을 할지 아니면 전업 작가가 될지 중대한 선택의 기로였다. 그 즈음 출판사로부터 <모두의 연애> 의뢰가 들어와서 그걸 계기로 제대로 준비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Q.  결국 <모두의 연애>라는 단행본을 정식 출판 하셨습니다.
A.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아직까지는?(웃음) 저 같은 경우 남편이 직장이 있어서 안정적인 유지가 되지만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프리랜서라는 게 수입이 워낙 들쭉날쭉 하니까요. 앞으로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스스로에게 투자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책 작업, 음반 작업 같은 외주도 있고 개인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개인전을 가지는 게 목표라서 가능한 주제나 의도를 분명히 하고 그리려 해요. 모아서 보여줄 만한 그림들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Q. 취미가 직업이 된 셈인데 그림을 보곤 당연히 전공자일거라고 생각했어요.
A. 그래요? 미술 전공을 하신 분들이 보면 기본기가 없는 게 티가 난다고들 하세요. 그래서 더 자유롭고, 틀에 박히지 않는 것 같다고도 해주시고요. 사실 전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약간의 콤플렉스가 있어요.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학원을 다니고 배우기도 하는데, 결국에는 제가 혼자 해오던 게 있어서 저만의 방식이 구축된 부분이 있고 그 안에서 다듬어가고 싶어요. 약간 러프한 느낌? 한 번에 빠르게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추구하는 방향이라면 거칠지만 세련된 그림이랄까요. 대중적으로 어필이 되는 그림들도 주로 그런 쪽인 것 같아요.

Q. 정해진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그림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신 셈인데, 불안하진 않으세요?
A. 의도하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서 불안을 느낄 틈도 없었어요. 먼 미래에는 어떨지 몰라도 다행히 아직까진 일이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식의 걱정은 없습니다. (웃음) 그 보다는 내 스타일을 어떻게 확립해서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더 이상 내 그림에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에 대한 불안감은 있죠. 다행히 하고 싶은 것들, 보여주고 싶은 주제는 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편이라서 걱정보다는 꾸준히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훨씬 큽니다. 매일 매일 마감에 대한 고민은 많은데, 장기적인 계획은 항상 변수가 있더라고요. 안절부절 하진 않아요. 그런 걸 잘 못하기도 하고. (웃음)

Q. 아무래도 주제나 분야가 눈길을 끕니다. 야한 그림을 주제로 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A. 좋아하니까요! (웃음) 그게 전부입니다. 원래 관심이 많은 분야이고요, 친구들과 수다도 자주 떨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를 그린다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죠. 사람들은 ‘야그림’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섹슈얼 일러스트? 초반에는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봐주시지 않아서 반대로 굉장히 수위 높고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았어요. 그 반응이 즐거워서 계속 그려나가기 시작했죠.

Q. 꾸준히 그렸던 그림들을 모아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과 <연애고자>을 내셨습니다. SNS에서 시작해 독립 출판까지 이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댓글 중에 본인이 출판 쪽에 있는데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그 분이 컨텐츠가 흥미롭다며 독립출판쪽의 아트북 페어라는 행사에 책을 만들어서 나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셨죠. 무형이었던 작업들을 유형으로 옮기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했습니다. 신청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라 서사 형태로 정리 하진 못하고 그 동안의 내용을 그냥 엮은 말도 안 되는 책이었어요. 이 가격에 누가 이걸 사나 싶을 정도로요. (웃음) 물론 그런 반응도 있었지만 의외로 막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스스로는 아쉬움이 많은 책이지만 이게 된다는 걸 확인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아무 것도 모를 땐 이걸 다 팔면 꽤 남겠다 싶었는데 다 파는데 1년 걸렸어요. 물론 그것도 이 분야에선 꽤 좋은 성적입니다. (웃음)


Q. 세 번째 그림책 <모두의 연애>는 정식으로 출판사와 함께 하셨습니다. 많이 다르던가요.
A. 두 번째 책 <연애고자>를 만들 땐 직장을 다니던 때라 물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회사 끝나곤 계속 그 작업에 매달려야 할 정도였죠. 책을 만드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포장, 입고 등등 여러 작업들을 혼자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 땐 힘은 들어도 일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반면 <모두의 연애>는 출판사와 함께 하는 작업이다보니 일을 하고 있다는 책임감이 들었죠. 편집자님과 의견을 나누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기다 보니 내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정식출판은 이번이 처음이라 수위 조절을 한 건데 원래 기존의 팬들은 약하다고 하시고 반대로 처음 접하신 분들은 이런 책이 있나 하고 놀라기도 하십니다. 그런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책이 일반 서점에 깔리는 일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할 수 있게 해주시니까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Q. <모두의 연애>는 답 없는 연애를 하는 청춘들의 초상화 같기도 하고 짓궂은 농담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공감툰인데 훨씬 날카롭고 솔직하달까요.
A.  특별히 어떤 장르나 형태를 의식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그저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여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귀엽고 유치하지만 솔직한? <모두의 연애>는 처음으로 제 책이 일반 서점에 깔리는 일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할 수 있게 해주시니까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도 했는데 놀랍게도 적지 않은 액수가 모였죠. 그것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이 정도로 많이 계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작가가 독자의 마음을 직접 실감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잖아요. SNS를 할 땐 크고 작은 피드백이 많지만 작업이 전문화 될수록 아무래도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연애>는 제가 작가로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들었죠. 제대로, 꾸준히, 오래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전업 작가가 됐다는 걸 실감할 땐 언제인가요.
A. 지금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함께 웹툰을 진행하고 있어요. 원래 단행본 계약을 할 생각이었는데 위즈덤하우스에서 웹툰 플랫폼을 새로 만드는 중이라서 그 쪽으로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인도의 고전 <카마수트라>를 주제로 한 웹툰입니다. 이전까지의 작업이 주변으로부터 듣고 겪은 경험담을 모은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원전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짜나가야 하는 작업이지요. 웹툰 자체가 처음이지만 굳이 비유하면 공감툰에서 스토리툰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매 회 다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을 하되 <카마수트라> 내용을 접목을 시키려 합니다. 최소 8회분까진 세이브 원고를 쌓아두려고 해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림을 그릴 때와는 또 다른 감각으로 본격적인 전업작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웹툰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한다는 두근거림도 있지만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프리랜서에겐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에요.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돈을 벌고 싶습니다! (웃음)

Q. 웹툰은 처음이신데, 작가님은 아무래도 그림에 방점을 찍은 작업들을 해오셨습니다. 아예 스토리 작가와 함께 하시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나요.
A.  아예 상상이 안 돼요. 스토리 작가와 함께 하기엔 제 그림이 그렇게 전문적이지 않아서요. (웃음) 사실 제 생각, 느낌을 글과 그림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헤매고 있는 중이지만 배우는 즐거움이 있어요. 쉽진 않지만 남편의 도움이 있어서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잘 안 풀린다 싶을 땐 격려도 해주고, 조금 풀어진다 싶을 땐 날카로운 조언도 해주죠. 믿어주는 사람,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게 프리랜서, 혹은 작가라는 모호한 일을 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Q. 그림체가 굉장히 독특한데, 웹툰이란 플랫폼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합니다.
A. 단번에 그려내는 스케치 느낌을 살리려 합니다. 주로 연필 콘테로 그려서 스캔을 하죠. 웹툰 작업은 디지털로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아직 종이에 그리는 게 편하더라고요. 이중으로 공이 들지만 타블렛으로 그려보니 그 질감을 살리기 힘들어서요. 그게 작가로서의 제 개성과 인장이기도 하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인상적인 웹툰이었으면 좋겠어요. 결과는 웹툰이 공개되면 직접 확인해주세요. (웃음)

Q. 작가라고 하면 막연히 동경하게 되지만 사실 어려움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A. 예전에 어떤 강의에서 ‘한국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주제로 허세 넘치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웃음) 최근에는 점점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지닌 분들도 작품을 파는 게 쉽지 않거든요. 작가라고 하면 멋져 보이지만 그게 수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팔고 사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도 않고,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없다고 할까요. 전업을 하면서 좀 더 정확하게 보이는 현실들이 있어요. 너를 홍보해 줄테니 무보수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분들도 있고요. 현실적으로 희망적인 환경이라곤 할 수 없죠. 그 와중에 저는 많은 기회를 얻은 편이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막연히 동경하기보다는 현실이 이렇다는 걸 정확히 인식하고 걸음을 딛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라도 개인전시를 가지는 게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남편과의 신혼생활에 대한 책을 내고 싶기도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웹툰‘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도 잘 버는 작가? 최대한 오래 그림을 그리고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는,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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