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이 이뤄진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굿바이 사돈> 교교박작가 인터뷰
송경원 2019.01.06



꿈을 이뤘다.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할 법한 문장이지만 인생은 계속 된다. 하나의 꿈을 이루어도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마법 같은 해피엔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꿈을 이룬다는 건 다음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출발선에 섰다는 말이기도 하다. 2017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다음 웹툰이 진행한 ‘Daum 온라인 만화 공모대전 5’의 대상 수상자 교교박 작가는 2018년 9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자신의 첫 작품 <굿바이 사돈>의 연재를 시작했다.
<굿바이 사돈>은 사돈 사이가 된 원수지간 남녀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 각각 언니와 형의 결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교교박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게 즐거워 만화가를 꿈꿨고 순정만화를 좋아해 순정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던 교교박 작가 입장에선 그야말로 꿈이 현실이 된 셈이다. 하지만 교교박 작가는 시기가 문제였을 뿐 언젠가 자신이 만화가가 될 것이라는 걸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만화가가 될 수 있는 시대지만 누구나 만화가가 되는 건 아니다. 오직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독자도 즐겁게 만들 수 있다. 즐거움에는 선배도, 후배도, 신인도, 기성작가도 구분이 없다. 그렇기에 교교박 작가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Q. 늦었지만 2017년 ‘Daum 온라인 만화 공모대전 5’의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어떻게 공모대전을 알게 되고 도전하게 되었나.
A. Daum 뿐 아니라 다른 사이트의 공모전도 꾸준히 도전 해왔다. 2017년 당시엔 어시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작가님이 Daum에서 연재하고 계셨고 이번에 공모전을 하는데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해주셨다. 근데 사실 Daum 공모전엔 4회 때도 도전했었고 예선에서 떨어졌다.(웃음) 5회 때 다시 심기일전해서 지원해서 당선되었다. 지지해주신 분들은 물론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Q. 경연 프로그램처럼 공모전도 독자들의 반응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꽤 긴 기간 진행된다. 그저 긴장된다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심경일 것 같은데.
A. 지금도 긴장 중이다.(웃음) 접수하면서도 당선될 수 있을까 불안했다. 예선명단에 내 이름이 떠 있어서 잠시 안도하고 다시 쭉 긴장 모드다.(웃음) 예선을 통과한 후 2화, 3화를 더 준비하는데 만화영상진흥원 쪽 분들과 Daum의 여러 PD님들께 물심양면 도움을 받았다. 그 땐 생계를 위해 어시스트 일도 병행하고 있던 터라 쉽지 않았지만 밤새 작업하면서도 늘 가슴 벅차있었던 것 같다. 투표기간에는 공모전 페이지를 거의 안 들어갔다. 결과만 보자고 기다렸는데 독자투표가 2등이었다. 진심이 통했구나 싶어 안도했는데 나중에 대상이라고 알려주시는 거다. 전혀상 못했다. 왜냐면 지금까지 로맨스 장르가 이런 공모전 등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우수상이라도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대상이라니 솔직히 더 현실감이 없어 얼떨떨했다.


Q. <굿바이 사돈>은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로맨스, 판타지, 좀 더 큰 분류로는 순정만화라고 볼 수 있다. 말씀처럼 웹툰 중에 상대적으론 많지 않는 장르인데 순정물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A.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 전략적으로 접근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주로 순정만화, 특히 출판만화를 보면서 자랐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박은아 작가님<다정다감>, 원수연 작가님의 <풀 하우스> 등 유명한 작품부터 마니악한 것까지 두루두루 봤다. 그 때 나를 설레게 했던 만화들이 대부분 순정만화였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그런 작품들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내 만화를 보면서 이런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막연한 바람이었다.

Q. 순정만화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A. 가장 큰 매력은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만화처럼 살고 만화처럼 사랑할 수 없는 게 사실이지 않나. 하지만 때론 사랑이란 감정 그 자체를 바라보고 느끼고 싶은 때가 있다. 순정만화는 그런 부분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 같다. 다만 막상 내가 작가가 되고 나니까 달라진 것들이 보이더라. 만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상상을 할 때는 설레는데 막상 그림을 그리는 입장이 되면 객관화가 되는 입장이다. 이게 과연 재미있을까, 내가 느끼고 전달하는 감정이 잘 표현이 될까를 매 순간 고민한다. 환상이 사라져버렸다.(웃음)


Q. 본래 꿈이 만화가였나.
A. 그렇다. 한번도 다른 직업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했고 주위에서 잘 그린다고 하니까 당연히 나는 그림을 그리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는 두루뭉술하게 그림 그리건 화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중고등학교, 대학교 들어가면서 점차 만화가라는 형태로 길이 구체화 되었다. 대학교는 애니매이션과로 진학했지만 만화가를 하겠다는 목표가 흔들린 적은 없다. 졸업 후 작가님들의 어시스트로 들어가 옆에서 배우면서 준비를 했다.

Q. 이른 나이에 꿈을 이루셨다.(웃음) 꿈이 한 번도 흔들린 적 없고 결국 이뤄냈다는 건만으로도 드문 경우일 것 같다. 꿈이 현실이 된 후 달라진 것들도 많을 텐데. 
A. 일단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가장 좋았던 건 자아실현?(웃음) 가족들도 걱정을 하셨는데 내가 고집한 길로 직업을 가지게 되니까 자랑도 많이 하신다. 기쁘다. 한편으론 생각해보면 작가는 내 성향과 반대되는 직업이긴 하다. 나는 다수에게 노출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직업적인 특성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일이라 불안하고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런 불안을 친구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친구가 교교박이라는 작가명이 있으니까 자연인으로서의 너는 노출된다는 불안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격려해주었다. 그때 안정을 많이 찾았다.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온도 차도 있다. 그나마 나는 어시스트로 꽤 일을 해서 충격이 적은 편이긴 하다. 독자일 때는 만화를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되니 아무 걱정이 없다. 보고 느끼기만 하면 되니까. 아마추어일때는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지? 라는 멋모르는 자신감이 막연하게 있었다. 그런데 프로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자신감이 다 사라지고 걱정이 차올랐다. 내가 이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돈도 못 벌고 건강도 망치고 마는 게 아닐까? 라는 불안감이 있다. 자부심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서 불안감도 커진다.


Q. 그러고 보면 교교박 이라는 작가명도 특이한데, 어떤 의미가 있나.
A. 크게 의미부여한 이름은 아니다. 내 별명이 “꾜”다. 그걸 그대로 쓰면 지나치게 귀여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조금 늘려서 ‘교교’라고 만들었다. 가볍게 접근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든다.

Q. 아직 연재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 많은 경험이 새로울 것 같다. 그런 불안이 커질 땐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A. 내버려둔다.(웃음) 불안은 데뷔 전에도 있었다. 아마 평생 달고 가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에 흔들려 작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거다. 쉽게 긴장하는 경향이 있어서 멘탈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댓글을 읽되 지나치게 꼼꼼히 보진 않는다.(웃음) 독자들의 관심과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작품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댓글을 통해 매주 재확인 한다는 게 크다. 주위의 격려도 큰 힘이 된다. 잘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것만 믿고 가는 거다. 

Q. 2017년 당선이 된 후 2018년 정식 연재가 시작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A. 공모전에는 총 3화를 연재해야 하는 스케줄이었다. 공모전 이 후 는 4화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대략 7화까지 다시 짜면서 스토리라인과 콘티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사실 방황을 조금 했다. 막상 당선이 되니까 현실도피를 하게 되더라. 마음을 다잡는데 걸리는 시기였다.(웃음) 그 기간을 빼고도 세이브 원고를 만들어 두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 공모전은 기간이 길어서 준비기간이 있었던 반면 연재에 막상 들어가면 6개월 동안 시즌 끝날 때까지 연재 주기에 맞춰서 매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들어가기 전에 세이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놓고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그나마 공모전 때 했던 1,2,3화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시간이 덜 걸린 편이었다. 


Q.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공모전에 반해 데뷔 후엔 주간 단위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니 쉽지 않겠다.
A. 매일 작업이다. 진짜 엉덩이로 그린다.(웃음) 월요일에 콘티, 화요일에 밑그림 등 스케줄을 짜고 되도록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시즌 1의 스토리는 이미 다 짜여있어서 그나마 가능한 것 같다. 어째든 그린다는 행위를 지속한다. 작업도 너무 안 되면 같이 사는 고양이로 힐링을 한다. 가족들이랑 같이 살기 때문에 어머니 근처에서 어슬렁거려보기도 하고.(웃음)

Q. <굿바이 사돈>은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학원로맨스다. 최근에 나오는 드라마 <고백부부>나 <아는 와이프>도 연상이 된다.
A. 판타지가 더해진 현대물을 좋아한다. 타임루프에 관한 만화를 구성했는데 그 전에 나온 작품들이 이미 많았다. 내가 공모를 준비하던 당시에도 타임루프물이 드라마로 나오고 있어서 너무 흔한 선택이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지인 중 한 분이 많은 타임루프물 중 소재만 겹칠 뿐 스토리는 다 다를 수 있다고 해주셨다. 조연의 사랑을 막기 위해서 주연들이 고군분투하고 그러다 눈이 맞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차별화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원수였던 두 남녀가 각자 형제들이 사랑에 못 빠지게 감시하고 방해공작을 하면서 맞이하는 점도 다른 만화와 다르다.


Q. 타임루프가 익숙한 소재라고 하지만 한편으론 드라마, 영화 등 다른 매체로 각색하기 좋은 이야기란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효과적인 장치다. 개인적으론 <굿바이 사돈>이 대상을 수상한 것도 그런 폭넓은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A. 감사하다. 솔직히 드라마나 다른 콘텐츠에서 내 작품과 스토리가 겹칠까봐 걱정이 있었지만 그걸 피해가기 보다는 다른 점에 집중하고자 했다. 교통사고를 통한 타임루프나 다이어리를 시간이동의 매개로 삼은 건 흔히 할 수 있는 자연스런 연결이다. 중요한 건 언니와 형의 결혼을 막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믿고 있다. 

Q. 재미라고 말하니 확실히 개그풍의 그림들이 많다. 드라마 그림체와 개그 그림체를 구분해준 점이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순정만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일상툰의 분위기도 묻어난다. 
A. <굿바이 사돈!>을 보자마자 누구라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콘셉트가 바로 떠올랐으면 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장면에선 확실히 웃음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밝은 개그풍의 그림체와 일상적인 그림체를 나눠서 구상했다. 일부로 컷 수까지 계산하면서 배치한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독자들이 더 웃었으면, 즐거웠으면 하다보니 개그풍의 컷 비중이 늘어나 버렸다. 고백하자면 미형의 그림체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리기 너무 어려울 때 슬쩍 개그풍으로 넘어가기도 한다.(웃음) 독자일 때 만화는 내게 항상 즐거움을 주었다. 내 만화도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 한 발 먼저 내딛은 선배로서 만화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 번, 만화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나처럼 공모전으로 도전을 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고, 아마추어리그를 통해서 다른 플랫폼들에서 제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SNS에서 인기를 얻으면 다른 플랫폼에서 제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그러므로 만화가를 꿈꾼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만화를 어디든 내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만약 플랫폼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연재를 하게 된다면 체력 분배를 잘하시라는 것이다. 체력을 미리 만들어놓은 다음에 연재를 들어가는 게 좋다. 연재 중에는 체력을 기르기가 힘들다. 나도 지금 맹렬하게 반성 중이다.(웃음)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는 일주일 내내 작품에 매달려야 한 회가 완성이 되기 때문에 도무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벌써부터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렇게 머리를 식힌다고 조금만 쉬고 있으면 어느새 차기작은 뭐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웃음) 이 시간들을 하나씩 쌓아나가 언젠가 사람들이 교교박 신작을 궁금해야하고 나오면 일부로 수고를 들여 찾아보는, 그런 가치가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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