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작품이 남도록, JQ코믹스 이종규 작가 인터뷰 (1)
손주영 2021.06.30
스튜디오가 늘어나면 개인 창작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2021년, 개인 창작자가 만든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튜디오, 조금 특이합니다. 스토리 작가 출신이 만들었다는 점이야 뭐 그리 독특하진 않지만, 들어와서 일하는 작가가 전부 스토리 작가입니다. 작품마다 그림 작가를 따로 구해서 작품을 만듭니다. 이종규 작가가 운영하는 JQ 코믹스 이야깁니다.



Q. 작가님 소개, 그리고 스튜디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스무 살에 만화를 시작했으니 이제 만화를 시작한 지 29년 차가 됐습니다. 스토리작가로 주로 활동하면서 잡지, 학습만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거쳐 웹툰까지 왔어요. 교수도 했다가 지금은 웹툰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JQ코믹스는 전신인 JQ스튜디오라는 곳을 거치고 만들게 됐습니다. JQ코믹스는 이제 2년된 신생 회사고요. 웹툰 기획사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랑 <질풍기획> 이현민 작가님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어요. 외부의 좋은 작가분들, 또는 신인분들과 같이 협엽해서 작품을 생산해내는 구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처음으로 스튜디오를 오픈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 만화 시장에 대해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에서 웹툰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모두 공감을 했어요. 이때가 2017~19년쯤인데, 웹툰 시장이 글로벌을 준비하고, 국내에서도 폭발적 성장을 이루고, 유료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던 시기죠.  웹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더 커졌지만, 당시에도 이미 ‘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시의 웹툰 시장은 프로패셔널하게 효율에 의거해 돌아가기보다는, 선의에 기댄 면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작가분들께 작품을 의뢰해서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길 마냥 기다리는 거죠. 좋은 작품이 나오면 감사하지만 안 나오면 어쩔 수 없는 식으로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플랫폼 입장에선 일정 이상의 수익률을 채울 수 있는 작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하게 될 게 뻔하잖아요. 이건 이전의 소위 ‘대본소’ 만화들이나 대여점 시절을 거칠 때도 똑같았으니까요. 시장이 활성화되면 요즘 말하는 ‘스튜디오’ 같은 집단 창작 개념이 생겨나고, 작품 공급량을 빠르게 늘려나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이렇게 가면 앞으로는 분명 스튜디오가 만들어질거다'라고 생각한거죠.


Q. 29년이란 시간 동안 만화를 해오셨는데, 개인 창작자로 활동하다가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나니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집단 창작’이라는 점이에요. 만화는 전통적으로 개인 창작이잖아요. 그게 스튜디오를 차리니 집단 창작으로 바뀐거죠.  저희 작품은 개인 창작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와 기획이 맞물린 작품들이거든요. 저희 작품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요. 제일 처음에 ‘어떤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기획을 하고,  기획이 되면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고,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구체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에 맞춰서 어떤 그림 작가님이 좋을지 맞춰보고, 그림 작가분의 장점에 따라 스토리를 다시 조율하고, 작품 제작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기존의 글-그림작가 협업보다 훨씬 더 세분화된 공정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서로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가 제일 복잡해요. 


Q. 소위 ‘한국 만화 암흑기’라고 불리는 시간을 거치셨는데,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당시 생각을 안 하셨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러 대립과 갈등을 지켜보신 입장에서 스튜디오를 만드신다는 게.

저는 문하생 출신이기도 하고, 대본소 시스템을 경험했던 마지막 작가 세대이기도 해요. 그래서 '도제식'으로 불리는 시스템이 있던 시절도 알고 있고, 흔히 말하는 ‘B팀’이 도입되던 시기도 경험했죠. 제가 스토리작가로 작품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그 시절의 단점들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제가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는 옛날과는 또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그래서 이왕 만드는 거 좋은 시스템으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반을 잘 닦아두면 업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물론 결과적으로 잘 되진 않았는데…(웃음). 당시에는 저희 모델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셨어요. 지금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이 스튜디오 차릴 준비 하면서 오셔서 물어보신 적도 많았고요. 오시면 저야 가감 없이 말씀을 드렸죠. 


Q. 과거에는 개인 창작자로 작품을 하시다가 이제는 회사를 차려서 작품을 하시잖아요. 자유로운 창작에 대한 열망과 '팔리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사이의 고민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지금도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도 매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요(웃음). 저 혼자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있어요. 그런데 어쨌든 스튜디오를 하기로 했고, 저를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 그러니까 저희 직원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러니 책임감이 생기고 회사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죠.

그럼에도 개인 작가로서의 욕망은 항상 존재하고요. 언젠가는 개인 작가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창작자다 보니 팀 작업으로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성취가 동일할 수는 없죠.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 개인적인 작품 세계, 이런 것들에 대한 걸 지금은 좀 눌러놓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스튜디오를 차리실 당시가 ‘주간 마감은 개인 작가에게는 너무 무리한 일정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였는데, 스튜디오를 차리신 게 이거랑도 관련이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당시에 저는 학교에서 졸업과 취업을 담당하는 교수로 있어서 신인들을 데뷔시키는 위치에 있었어요. 많은 작가들이 데뷔를 하고 좋은 작품을 하면 축하해주지만, 주간 마감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보통은 노동량이 과도하는 식으로 문제 접근을 하지만, 실제로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크거든요. 노동량이 많은 것도 물론 사실이지만요.  

웹툰 작가는 굉장히 혹독한 정서적 데미지를 받게 되는 직업이에요. 매 주마다 수많은 불특정 다수 앞에 내 작품이 노출되고, 실시간으로 평가받잖아요. 거기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정말 적지 않아요. 제 경험상으로는 단순히 노동량만으로 몸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 정서적인 데미지가 더해져서 몸이 망가지는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도 녹아 있었죠. 스튜디오 같은 시스템은 그런 정서적인 데미지를 대신 받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학생들한테 항상 얘기해요. 에이전시를 나쁘게만 바라볼 건 아니다, 마케팅이나 문제 생겼을 때 처리하는 거 맡기는 등 에이전시를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으면 괜찮다, 에이전시에 수수료를 주어서 내가 흔들리지 않고 작품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거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좋은 스튜디오들이 생겨서 잘 정착한다면 스튜디오 생태계가 형성될 거에요. 그러면 각자 색깔이 있는 스튜디오들이 만들어지겠죠. 그럼 작가 입장에선 자기 스타일에 맞는 장르나 작품을 하는 스튜디오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또는 스튜디오가 개인 작가를 하기 전에 회사에 들어가서 월급 받으며 경험을 쌓는 선택지도 될 수 있어요. 어쨌건 창작자들에겐 여러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진행 중이지만 이런 문화가 잘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현재 웹툰 시장에서 개인 창작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스튜디오를 만든 개인 창작자로서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이것도 과도기라 겪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가 만들어내는 작품과 개인 창작자의 작품이 다 대형 플랫폼 안에서 경쟁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이게 시간이 지나면 취향 중심으로 분화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플랫폼 내부에서 ‘섹션’ 형식으로 분화가 될지, 아니면 독립된 플랫폼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양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시스템은 쉽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대형 플랫폼들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그러면 개인 창작자들은 본인의 작품이 취향인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일단 플랫폼 안에 죄다 끼워 넣는 상태인데, 이게 오래 가긴 어렵다고 봐요. 대형 플랫폼은 다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소위 ‘수익성 위주’ 작품은 작품 제작할 때 상대적으로 대형 자본이 들어가게 되어 있고, 그렇다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장르, 독자가 많은 곳을 선택하게 되어있어요. 그럼 거기는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거예요. 말하자면 블록버스터의 각축전이죠. 안정성을 높여야 하니까 신선함보단 클리셰를 잘 다루는 곳들이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 과도기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모두가 똑같은 장르를 하는 건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봐요. 지금은 수익률에 집중하고 있지만, 거기서 자기 색깔을 가지고 만들어나가는 곳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어디는 뭐가 특장점이 있고, 어디는 뭐를 잘하고, 하는 식으로 갈라지겠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스튜디오들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 즉 메인 장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될 겁니다. 또 한편에서는 개인 작가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신선한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게 되는 거고요. 저는 이상적으로 발전하는 게 이런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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