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만화경 작가 꼬, 민자, 아달리 (1)
만화경 작가들에게 들어보는 데뷔 방법
손주영 2021.07.26

만화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만화경 작가 꼬, 민자, 아달리 (1)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우주 전체의 별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주의 대부분을 이루는 건 우리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 그곳에 존재하는 별들이지요. 만화가도 그렇습니다. 이름을 대면 모두가 알 만한 만화가는 전체 만화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아도, 크게 주목받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수많은 만화가들이 있습니다. 대형 플랫폼이 아니어도, 공모전에서 우승하지 않았어도 만화가로 데뷔하여 만화를 그리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만화경’에 연재하고 있는 꼬, 아달리, 민자 작가입니다.



*작가 소개 

-꼬 :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다가 진로를 틀어 웹툰 작가가 되었다. 만화경에서 현대인이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 <붉은 꽃 푸른 열매>를 연재 중이다. 

-민자 : 육아를 하며 원고를 하는 웹툰 작가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의 일상툰 <내남편은덕>을 연재했다. 만화경에서 만화가 음식이 되고 요리로 된 만화를 내어주는 신비한 가게를 다룬 <민자만화가게>로 데뷔해 연재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minjax3/)

-아달리 : 직장을 다니며 웹툰 작가 일을 병행 중이다. 블로그에서 혼자 연재하고 자가출판을 한 <알바회고록>, <영업의 기역>, <가끔 길치라면 좋겠다>, <펭귄 날다> 등이 있다. 만화경에서 데뷔해 요가 경험을 담은 단편 만화 <오늘의 요가 일기>, 취준생의 삶을 음식으로 풀어낸 단편 만화 <맛익다>를 완결했다. (https://m.blog.naver.com/ksm7058/)




Q.  세 분은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하고 계시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시죠. 서로의 첫인상과 작품에 대한 감상은 어떠셨나요?Q. 세 분은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하고 계시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시죠. 서로의 첫인상과 작품에 대한 감상은 어떠셨나요?

-민자 : 작가랑 작품 속 캐릭터가 닮는다고 하잖아요? 아달리 작가님의 <오늘의 요가 일기>에 나오는 요가 하는 펭귄이 정말 귀엽게 생겼는데 요가할 때 자세보면 되게 늘씬하거든요. 아달리 작가님이랑 닮았어요. (웃음) 꼬 작가님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라고 해야 하나? <붉은 꽃 푸른 열매>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발랄한 분이셔서 재밌었어요. 제가 역사물에 정말 약해서 작품 보면서 대단하시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 아달리 작가의 <오늘의 요가 일기> 中

-아달리 : 두 분 작품을 보면서 ‘와 진짜 연구 많이 하셨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꼬 작가님도 그렇고. 저는 일상물 그리기도 힘든데…(웃음) <민자만화가게>를 볼 때는 만화적인 효과나 연출에 감탄하면서 봤어요. 만화가 호로록 읽힌다고 해야 하나. 카레 에피소드를 볼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런 감정선을 어떻게 만들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 : 두 분 다 제가 잘 못하는 장르를 하고 계셔서 부럽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아달리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요가를 따라해봐야지! 했는데 제가 몸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웃음) 그 다음 작품인 <맛익다>에서는 주인공이 느끼는 것들에 많이 공감됐어요. 야심한 밤에 읽다가 센치해지는 작품이었다고 할까요. <민자만화가게>에 나오는 민자만화가게는 현실에 있으면 꼭 가서 맛보고 싶은, 단골이 되고 싶은 가게였어요. 특히 ‘이도준’ 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많이 공감됐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대중에 맞춰 작품을 만들 때 느끼는 회의감을 묘사한 에피소드였는데, 저도 그런 생각 한 적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역사를 다루다 보니까요.


Q. 세 분은 어떻게 정식연재를 하게 되셨나요?

-꼬 : 플랫폼들이나 제작사마다 주력 장르 같은 게 있잖아요. 제 작품은 드라마에 로맨스가 더해진 시대극이라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에 제한이 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만화경을 알게 되었는데 만화경이 초기에는 짧고 귀여운 일상툰 위주였지만 마침 스토리 있는 장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만화경에 투고를 했고, 다행히 PD님들께서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올해 1월에 연재를 시작했어요. 

-아달리 : 저는 블로그에 만화를 올릴 때 이걸로 데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자기만족을 위해 그린 것들이었거든요. 언젠가 작가로 불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냥 막연한 생각뿐이었어요. 혹시나 싶어 공모전에도 몇 번 내봤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요. 근데 블로그에 요가 에세이를 써둔 게 있었는데요. 다른 SNS에서 제 만화를 보신 PD님이 블로그로 오셔서 그 에세이를 보신 거예요. 그리고 ‘에세이로 만화를 만들어보실 생각 없으신가요?’하고 연락을 주셨죠. 처음에 연락이 왔을 때는 ‘이거 사기 아닌가?’하고 생각했어요. (웃음) 제 작품이 프로의 퀄리티가 아닌데 제의가 왔다고 생각했거든요. 언젠가는 작가가 되겠지, 하고 생각은 했었지만 갑자기 제의가 들어와서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민자 : 저는 SNS에 남자친구와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일상툰을 계속 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다른 플랫폼에서 한번 연락이 왔었어요. 플랫폼 쪽이랑 미팅도 했는데 플랫폼에서 요구한 각색 방향이랑 안 맞기도 했고, 당시에 다니던 회사에 겸업 금지 조항이 있어서 계약은 하지 않았어요. 그 뒤로는 계속 회사를 다녔고 결혼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일상툰도 연애 만화에서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만화가 되어가더라고요. 아이가 생기고 육아를 하기 위해 퇴사를 했어요.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공모전을 준비했는데, 마감이 없는데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1화가 안 나왔어요. 원고 디벨롭만 몇 달 동안 하면서 육아까지 하니까 도저히  안되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놔 버렸죠. 그리고 원래 하던 거 말고 좀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20세기 소년>의 팬 만화 같은 것을 그려서 올렸는데, 그 만화를 보고 만화경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만화경이 ‘만화, 음식, 서사’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딱이다 싶어서 바로 ‘하겠습니다!’고 해버렸어요. (웃음)

  


△ 민자 작가의 인스타그램 캡처

Q. 세 분은 만화를 전공하진 않으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결국 만화로 오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또 연재를 시작할 때 걱정하신 부분은 없었나요?

-아달리 : 원래 학창 시절에 그림이랑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부모님께 애니고에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냉정하게 안 된다고 하셨어요. 미술은 돈이 많이 드는데 너에게 그 정도 재능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그래서 고등학교, 대학교는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녔는데, 취업 준비를 할 때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취업 준비 기간 동안 꾸준히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데뷔를 하고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는 ‘이게 제 자리가 맞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성급하게 달려 나가는 건 아닌가 하고. 그전에는 그냥 자기만족용으로 만화를 그렸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만화를 그려야 하잖아요. 만화계는 독자분들의 작품을 보는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고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서 ‘내가 과연 그걸 잘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죠. 나중에는 ‘욕 먹으면 먹지 뭐’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웃음)

-꼬 : 저도 어릴 때부터 만화를 계속 그렸어요. 저도 애니고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말도 못 꺼냈어요. 대신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만화 동아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죠. 그래서 대학 갈 때는 용기 내서 부모님께 만화 쪽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역시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결국 만화 외에 다른 관심사였던 역사를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대학원 진학도 하고 전공도 살려서 박물관에서 일하게 됐죠. 20대 내내 쉬지 않고 달리면서 만화는 놓아버렸어요. 

△ 꼬 작가의 <붉은 꽃 푸른 열매> 中

그러다가 계기가 있었어요. 박물관 전시에 배치되는 설명판에 그림 자료가 들어갈 때가 있어요. 거기에 들어갈 삽화가 필요한데 삽화가를 새로 섭외하기에는 일정이 빠듯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리게 됐는데 한 번 하니까 여러 번 맡게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니까 묻어뒀던 만화에 대한 생각이 다시 몽글몽글 피어났어요. 그래서 퇴근하고 조금씩 만화를 그리면서 도전만화에도 올려보고 했는데 점점 할수록 둘 다 하다간 둘 다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큰마음을 먹고 아예 만화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그때는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시고 잘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쭉 해오던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에 뛰어든 것, 그리고 언제나 ‘차기작을 할 수 있을까?’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불안한 것 같아요. 

-아달리 : 저도 그 생각 많이 해요. 이 작품이 마지막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요. <맛익다> 연재할 당시에 일하던 곳에 업무가 많아져서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 만화를 그렸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하기로 한 것을 잘 해내지 않으면 다음 연재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악물고 버텨낸 것 같아요. 저도 그때 겸업을 그만두고 전업을 해야 할 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민자 : ‘어떻게 만화를 그리게 됐냐’가 아니라 ‘어쩌다 만화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됐느냐’가 더 적합한 질문인 것 같아요. 만화하시는 분들은 다 공감하실 텐데, 종이와 연필이 있으면 그냥 그리는 거예요. 그리는 게 재밌고, 그리면 그려지니까요. 저는 욕심을 부려서 예고에 진학했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예고에 도저히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래서 결국 1학기만 다니고 일반고로 전학을 갔는데, 전학 오고 나서 제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된 거예요. 약간 넋 나간 것처럼. 부모님이 그걸 보시고 결국엔 제 뜻에 따라 다시 예고로 전학을 시켜주셨죠. 그때 ‘아 나는 좋아하는 게 아니면 안 되구나’하는 걸 느꼈어요. 


△ 민자 작가의 <민자만화가게> 中

대학에 가서는 애니메이션 전공을 하고,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됐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한 달에 70만 원 밖에 안 주는 거예요. 방세, 공과금, 관리비 뭐 이런 거 다 빼면 1주일에 딱 12000원 쓸 수 있었어요. 근데 그렇게 일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마냥 좋았어요. 그렇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너 게임회사 안 올래?’하고 연락이 왔어요. 애니메이션 쪽은 박봉이니까 애니과 졸업하면 많이들 게임회사로 가는데 저는 그게 싫었거든요. 돈 보고 가는 것 같아서. 옛날 같으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텐데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니면서 현실을 맛보고 나니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고민 끝에 면접을 보러 갔고 합격을 해서 다니게 됐는데 전 여전히 애니메이션이 좋았어요. 그래도 게임회사에서도 애니메이팅을 할 수 있었는데, 게임 업계가 점차 다 2D에서 3D로 넘어가면서 그마저도 힘들어지더라고요. 나중엔 원화가로 일하게 됐는데 너무 안 맞아서 힘들었어요. 그렇게 육아도 하게 되면서 결국 퇴사를 하고 혼자서 만화를 그려서 SNS에 올리게 된 거죠.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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