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만화경 작가 꼬, 민자, 아달리 (2)
만화경 작가들에게 들어보는 데뷔 방법
손주영 2021.07.26

(2)에서 이어집니다

만화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만화경 작가 꼬, 민자, 아달리 (1) (클릭)




Q. 데뷔 준비를 하실 때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아달리 : 책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투시나 원근법 책 같은 거요. 요즘에는 유튜브가 잘 되어있어서 유튜브도 보면서 많이 따라 한 것 같아요.

-꼬 : 저는 펜촉에 잉크 묻혀서 그리던 시절에 멈춰 있다가 다시 만화를 시작하려고 보니 전부 디지털로 바뀌어 있어서 프로그램을 익히는 게 먼저겠다 싶었어요. 책도 보고, 검색도 많이 했죠. 또 다른 작가님들 작품 보면서 분석도 많이 했어요. 요즘엔 그림 그리는 강좌도 많이 있어서 배우려고만 한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민자 : 저는 만화의 친척쯤 되는 애니메이션을 하긴 했지만 웹툰은 정말 다르더라구요. 페이지 만화랑도 완전히 다르고요. 정말 많이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핀터레스트 같은 곳에서 연출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도 많이 봤어요. 스토리 같은 경우는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같은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요. 


Q. 연재할 때는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드셨나요?
-민자 : 쉬는 시간이 없다는 거요. 마감이 끝나면 다음 마감이 다가와요. 또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쉬기가 힘들죠.

-꼬 : 욕심을 버리는 게 제일 필요하지만 제일 어려운 일 같아요. 만화경은 그나마 격주 연재여서 덜 하긴 하지만, 매번 조금만 더! 하면서 욕심을 내다보면 작업 시간이 늘어나 버려요. 마감은 점점 다가오는데요. 그나마 저는 전공 덕분에 자료 조사할 때 제가 필요한 자료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아니까 시간이 덜 걸리긴 해요.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해서 한 회차를 마무리 지었어도 다음 회차를 시작할 땐 다시 백지에서 시작하게 되잖아요. 그때 오는 스트레스나 답답함을 이겨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연재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걸 언제 마감하나’ 하는 생각을 항상 해요.


△ 매번 백지를 채워나가는 작품들 ⓒ만화경


Q. 육아나 겸업을 하시는 작가님들은 일정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민자 : 저는 열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을 때 작업을 해요. 또 아이를 재우고 난 다음부터 새벽까지 다시 일을 하죠.

-꼬 : 아이 있는 작가님들은 네 시면 휙 사라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네시렐라’라는 별명도있어요. (웃음)  

-아달리 : 지금은 연재를 쉬고 있지만, 연재할 때는 직장이랑 집이라 가까운 편이어서 퇴근하고 집에 가면 7시쯤 됐어요. 평일에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일하고, 또 주말에 일하고 그랬죠.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시기였어요. (웃음) 손목이 안 좋아져서 손목 보호대를 하고 자기도 했고요. 지금은 연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감이 없으니까 계속했다가 엎었다가 하면서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Q. 요즘은 웹툰 작가의 데뷔 루트를 이야기할 때 어떤 ‘왕도’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해요. 공모전 경쟁률이 엄청나잖아요. 작가님들은 이런 분위기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민자 : 제 주변 작가님들만 봐도 에이전시를 통해서 데뷔한 경우나, 다른 일 하시다가 데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왕도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일을 하다가 만화를 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만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하시는 분들에겐 어떤 ‘왕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어요.

-아달리 : 일반 대중들에겐 만화나 웹툰하면 딱 떠오르는 게 기안84같은 유명한 작가들이잖아요. 저만 해도 주변에 나 웹툰 작가라고 하니까 “그럼 너 이제 TV 나와?”라거나 “너 이제 건물 사는 거야?”라고 하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이런 것도 한몫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꼬 : 그쵸. 주변에 작가가 아닌 지인들에게 ‘만화경에서 연재한다’고 하면 ‘만화경’이 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긴 해요.


Q. 개인 창작은 조금씩 줄어들고 스튜디오 작품이나 웹소설 원작 웹툰이 늘어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꼬 : 어렵죠. 어릴 때 제가 봤던 만화는 대부분 개인 작가분들이 하셨던 작품인데, 지금은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거나 아예 회사가 기획해서 만드는 작품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내 작품을 하고 싶은 작가님들은 어떤 괴리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내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시는 거겠죠.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시대의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아달리 : 플랫폼이나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자체를 두고 꼬 작가님 말씀처럼 이렇다 저렇다를 말하긴 어려운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역시 돈 많이 버는 작품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해요. 솔직히 말하면 부럽기도 하고요. (웃음) 그래도 저는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게 좋아요. 

-민자 : 저도 금전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솔직히 부럽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서. 저도 아달리 작가님처럼 내가 하고 싶은 걸 소소하게 하는 게 더 좋아요.


Q.개인 창작자로 작품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꼬 : 일단 시작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저도 그랬지만 계획만 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는 게 겁이 날 때가 있거든요. 그렇지만 일단 시도를 하는 게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아요. 조금만 용기를 내면 본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아달리 : 저도 동감하는데, 저는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그 반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뭔가를 이뤄내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 주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예전 작품을 지금 보면 부끄럽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민자 : 두 작가님들 말씀대로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끝을 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완결된 무언가를 해 본 것은 데뷔하고 나서 그려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자꾸 해보면 경험치가 쌓이고, 그게 지금의 나에게 남는 것 같아요.




△ 아달리 작가의 <맛익다>



작가님들 인터뷰 자리에 PD님들도 나오셨습니다. 작가님들의 인터뷰가 모두 끝나고, PD분들의 이야기도 짧게 들어봤습니다. ‘만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숨은 노력을 하는 분들께, PD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 물었습니다.



△ 만화경 편집부의 일상을 담은 만화 <만화경 편집부는 9층입니다>

Q. 세 PD님은 어떻게 PD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PD : 저는 해외 플랫폼에서 일하고 에이전시에서 일하다가 만화경으로 오게 됐어요.

-B PD : 저는 출판사에서 중국 작품을 현지화와 국내 웹툰을 수출을 담당하는 IP 관리자로 일하다가 만화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C PD : 저는 마케터로 일하다가 콘텐츠 신사업을 한다는 말에 지원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많이 보고, 듣고, 업계 동향도 배우고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작품을 선정할 때 중점적으로 보시는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PD 각자의 주관이나 취향에 따라 작품에 대한 기준점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공통으로 합의된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특정 인물, 세대 등을 비하하는 작품이나,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그걸로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하는 작품은 공통적으로 배제합니다. 독자분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보고, 거기서 추가적인 논의를 거치죠. 


Q. 웹툰 PD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뭐라고 생각하세요? 

A. PD는 결국 ‘작가가 작업을 잘 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에만 집중해서 작가가 재미있게 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PD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어떤 때에는 동기부여나 칭찬도 잘할 줄 알아야 하고, 때로는 조심스럽지만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죠.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해요. 


Q. 그러니까 작품을 보는 눈보다 작가 케어가 훨씬 더 중요한 느낌이네요. 
A. 결국 작품을 만드는 건 PD가 아니라 작가니까요. 작품을 보는 눈보단 작가를 보는 눈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아무리 초반부가 재밌고 신선하고 에너지가 폭발한다 한들, 연재가 끝나기도 전에 그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버리면 용두사미가 되어버리잖아요. 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원석 같은 작가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렇지만 PD로서 작가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려면 PD에게 신뢰할 만한 ‘눈’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건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요?
A. 그래서 PD라는 직업이 MD, 영업, CS가 다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해요. 영업 직군처럼 상품을 어필하는 능력도 중요하고, MD처럼 상품을 잘 찾아내는 능력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작가님들을 케어하는 CS 능력도 중요하죠. 만약 작가님이 PD에게 작품 보는 눈이 없다고 판단하고 PD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 신뢰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많이 보는 수밖에 없고, 계속 논의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PD에겐 열려 있는 태도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PD는 어느 학과를 나온다고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안 갔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 같은 걸 볼 수도 없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정답이 있다’고 알려줄 수 있는 직종도 아닌 거 같아요. 정말 작가님마다, 케이스마다 다른 상황이 펼쳐지니까 정형화할 수도 없구요. 그래서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열린 태도가 중요한 거고요.


PD 직군으로 일을 시작한 분, 관련 직군이지만 PD는 아니었던 분, 아예 다른 직군이었지만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분. 다양한 캐릭터가 모여 있는 것도 웹툰 PD의 특징 중 하나죠. 우리가 보는 작품을 뒤에서 준비하는 PD분들에 대한 숏터뷰를 마칩니다.




까마득히 높은 탑의 꼭대기를 바라보면 세상에는 탑의 꼭대기 층만 보입니다. 저곳에 오르는 모든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뒤처지지 않았나 걱정하게 되고, 세상이 오로지 그 탑 하나만으로 이뤄져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평선을 물들이는 노을, 아침 이슬로 반짝이는 푸른 잎, 바닥에 쌓인 눈 같은 소소한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세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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