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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슈]최근 <혐일류>발표한 만화가 김성모
홍지연 2006.09.01

무대응은 대응이 아니니까요



“반응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만족 못하겠어요. 조금만 더 잘했으면 달랐을 텐데 하는 생각에 좀 아쉽습니다.”
만화가 김성모가 9월 초 <혐일류>를 발표했다. ‘아시아의 몽상가 일본에게 고함’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지난해 4월 일본에서 발간된 <혐한류>(야마노 샤린 작)에 대한 반격을 담고 있다.
취업을 앞둔 복학생 김한수를 주인공으로 한 <혐일류>는 걸핏하면 한번씩 터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유스칸 박물관에 담긴 일본의 진정한 의도를 들여다보는 한편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영토야욕을 짚고 있다. 또한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주도자가 되려는 일본의 야욕을 따끔하게 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관계에 있어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들을 다뤘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는 분노하고 있지만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가 이렇게 책까지 내면서 <혐한류>에 대응하려 한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해 7월 번역까지 해 구해본 <혐한류>는 그에게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고. “일본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날조된 엉터리책”에 처음에는 코웃음만 났다. “황국신민화 정책도 한국이 원해서였고, 자신들은 전혀 무력 없이 그저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을 뿐이라는 우익의 일방적인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에 과연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단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어차피 몇 퍼센트 되지 않는 일본 우익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책이 너무나 잘 팔려나간다는 데 있었죠. 일본 내에서만 지금까지 백만 부 가까이 팔려나간 이 책으로 일본 국민들은 과연 이 책에 그대로 세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방적으로 당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잘못이 아닐까. 그는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나 무턱대로 책을 내기보다는 만화가협회 등 각종 단체를 비롯해 선배 작가들의 움직임이 마땅히 있을 거라 믿고 조용히 기다렸다고.
“솔직히 ‘상업주의 작가’로 불리는 저로선 섣불리 시작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더군요. 관심도 없는 듯 보였고,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누가 안하나 눈치를 보던 차였죠. 그래서 내가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그쪽에도 논리나 근거가 없었으니 이쪽에도 똑같이 맞대응해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치 않았다. 감정적 대응 대신 논리와 근거로 조목조목 반박해주자고 생각하게 된 것은 사전답사 식으로 일본에 가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본 후였다. 유스칸 박물관에 울려 퍼지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벌였다”는 일본 정부의 방송이 그를 기가 차게 만들었다.

자못 엄숙한 소명의식마저 생겼다. 한국으로 돌아와 이전에 거의 완성된 원고를 접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일간의 관계에 대해, 역사에 대해 50권쯤의 책을 읽고 각종 기사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그 뒤로 일본에 두 번 더 찾아가 곳곳을 답사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익힌 내용들을 <혐일류>에 눌러 담았다.
신문연재와 기존 작업들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연재를 잘릴 뻔한 위기”를 숱하게 넘기며 과제를 이어갔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하루 한 페이지, 두 페이지씩 작품을 채워나갈 때면 작은 어감 하나, 작은 사실 하나가 모두 그에게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대사 하나와 토씨 하나로 틀어지는 말의 느낌에 어떤 때는 하루에 몇 줄의 말풍선밖에 못 만들고 넘어갈 때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에 결코 쉽지 않았다.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국내 학자와 교수들에게 자문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단다. 다른 이유도 아닌, “그것이 만화이므로 자문해줄 수 없다”는 것.
“그분들의 답은 하나였어요. 만화이니까 못해준다는 말. 자신은 엄숙한 학자이고 (만화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참 처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만화를 이렇게 보는구나라는 생각에 처참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김성모 작가에 대한 불신”이었다. “책 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네가 만들면 뭘 얼마나 만들겠냐는 식의 시선들이 괴롭죠. 그런데 또 힘이 되기도 하고.(웃음)”
시련 때문인지 그는 어느 정도 단련된 듯 보였다. 15년 그의 만화 인생에 이 작품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직 진행 중인 대상에 대해서는, 특히나 작가에 대해서는 속단해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말로 속내를 보였을 뿐이다.
“나는 이제껏 어느 한 쪽에 서 있지 않고 공격적, 창의적, 활동적으로 작품을 발표해왔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너무 쉽게 시류를 좇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진행의 차이, 혹은 진행상태를 보는 시선의 차이일 뿐이겠죠. <혐일류>가 제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임에는 사실입니다. 시사만화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진출하는 첫 시도이니까요.”
어차피 변신하지 못하는 작가는 신선함을 줄 수 없다. 그러니 변신하는 작가야말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란다. 그의 이번 신작에 붙은 바대로 ‘시사만화가’로서의 김성모의 새 이력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도 그는 말을 아꼈다.
지난 1년 4개월 간 쉬지 않은 노력 끝에 책이 세상에 나왔다. 욕심 탓인지 본래 광복절에 내려던 계획은 틀어졌고, 그사이 방경수 작가의 <혐일류>가 먼저 출간됐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싸워야 할 땐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혐일류>는 지금 두 곳의 일본 출판사가 10월 중에 정식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못 다한 말들은 2부, 3부로 계속해 이어질 예정이라고. 벌써 그는 2부 자료 조사에 착수했다. 위안부 문제와 차별받는 재일동포, 731부대가 중심이 된 이 책은 5~6월경에 선을 보일 계획이다.
또, <혐일류>를 내놓고 보니 동북아 정세에도 관심이 부쩍 많아진 그는 10~20년 가까운 미래 동북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유치한 짓에 대한 유치한 대응이라는 말, 참 말도 많이 들었죠. 그래도 독자 분들이 한 권이라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일본에 대해 한국에도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많이 팔리기보단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큽니다. 누군가 와서 툭 치고 갔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무대응은 대응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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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정보 vol. 31 _ 2006 9/10]
글_홍지연(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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