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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스토리 팀
최인선 2002.11.01

만화장터의 신명난 난장 굿. 만화스토리 팀 ‘난장’을 만나다.


몇 년 전 ‘쉬리’나 ‘JSA’의 성공에 고무된 한국 블록버스터의 영화들은 현재,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면서도 흥행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액션이나 스펙터클. 특수효과, 기술 등은 점점 더 발전되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설까? 혹시, 관객들은 그런 현란한 시각적 이미지보다 더 큰 무언가를 영화에서 원하기 때문은 아닐까?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상업성이냐 작품성이냐의 구분이나, 저예산이냐, 블록버스터냐의 기준이 아닌, 좀 더 ‘짜임새’ 있는 영화에 점수를 주고 있다.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 의미가 확실하고, 그것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어지는 것에 흡족해 한다. 다시 말해 영화의 기본은 ‘등장인물과 구성, 연출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스토리’의 완성도가 독자에게 어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문화 장르든 각각의 형식이 존재하고, 구성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 본질은 인간과 사회, 삶에 대한 진실성을 포괄하고 있다. 진실성과 개연성 있는 내용들이 새롭고 독창적인 기법과 결합해야만 작품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이다. 서사성을 기본요소로 하는 문화 장르에선 이러한 ‘스토리’가 중요하게 작품의 완성도를 차지하게 된다.

영화와 같은 시각예술이며 서사성을 갖는 만화 또한 마찬가지다. 만화의 기본요소인 글과 그림은, 이 둘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을 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만화가 허영만씨는 다양한 내용과 그림체로 변화를 주면서도 이 둘의 조화를 절묘하게 일치시키는 몇 안되는 작가이다. 이러한 그의 많은 작품들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유명한데, 원작의 그림이나 연출 또한 뛰어나지만, 그 안에 뒷받침 되어있는 튼튼한 스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다시 말해, 스토리작가인 박하나 김세영의 역량이 없었다면, 작품의 성공은 조금은 힘에 부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화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만화 스토리가 무엇인지, 작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러한 궁금점을 풀기 위해 전문 만화스토리 창작팀으로 활동중인 ‘난장’을 만나보기로 하였다.


[ 1 ] 만화비평: 팀원들 소개 좀 해주세요.

스토리 팀: 우선 팀장으로 있는 자향(필명)씨는 2000년도에 순정단행본 스토리 작가로 데뷔하여 현재까지 다양한 홍보만화 스토리를 쓰고 있고, 저(홍용훈)는 2000년도부터 학습만화스토리 작가로 데뷔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홍보, 학습만화 스토리를 쓰고 있어요. 김민정씨는 창작만화스토리 작품집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키워왔고, 시트콤 만화의 스토리를 쓴 경력이 있습니다.

[ 2 ] 만화비평: 다들 같은 또래인가 봐요?

팀: 만화의 늦깍이들이죠.. 저는(자향씨) 아직 20대고(엄청 강조했음). 용훈씨는 이제 막 30대에 들어섰고, 민정씨가 가장 연장자예요. 성격도 저는 활달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팀의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편이고, 용훈씬 저랑 티격태격하지만,(둘이 작품 논의하며 가장 호흡도 잘 맞지만 싸우기도 많이 싸운단다) 가장 냉철한 판단력을 가졌구요. 또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정책 등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많아요. 민정씨는 굉장히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글도 안정감 있고 장편에 강한 긴 호흡을 가지고 있죠.

[ 3 ] 만화비평: 팀명이 ‘난장’인 이유는?

팀: 국어 사전엔 ‘일정한 장날 외에 특별히 터놓은 장’이라고 나와 있어요. 보통 어떠한 형식이나 틀 없이 여럿이 신명을 푸는 자리라는 의미로 쓰이죠. 전통 공연(풍물 등)장에서 본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격식 없이 어우러지는 자리에서도 난장이란 말을 쓰곤 하잖아요? 저흰, 한국만화가 어떠한 부당한 검열이나, 열악한 문화인식 등에서 그 문이 닫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창작의 자유가 무한히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자신이 신명난 난장판을 벌이는 창작인이라는 의지와 마음가짐을 표현하기 뤼해 ‘난장’이라 지었어요.
(민정씨의 답변에 자향이 한마디 거들며:
‘난장 맞을 하면..’ 몹시 못마땅하여 저주하는 말이란 뜻도 있는데..그래도 좋게 써주세요. 제가 주장한거거든요. 취재 제목도 그런 식으로 써주시구요 ^ ^*
조금 당황한 고구마: 그건 제 영역인데요........그러죠, 뭐. -.-;; )

[ 4 ] 만화비평: 팀을 만든 동기와 시기는 ?

팀: 각 자 현장에서 활동을 하면서 교류와 친목을 다져왔고, 만화시장에 대한 연구와 함께 스토리 팀에 대한 논의와 구상을 해 왔었어요. 어느 정도 자기실력에 대한 검증과 확신을 가지고 올 해 본격적으로 스토리 팀을 구성하는데 합의를 봤죠. 팀을 이룬 동기는 아무래도 혼자서 일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 정보량, 기술적인 면 등등이 함께 했을 때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겠죠. 그동안 짧은 만화 작품의 의뢰가 들어왔을 때, 각각의 포지션을 나눠 작업을 함께 해본 결과, 효율성이나 완성도면에서 월등히 났다고 검증이 된 사항이구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함께 해 볼 수 있다(팀으로서)는 자신감이 생겼고 가능성도 타진해 보았습니다.

[ 5 ] 만화비평: 주로 어떤 일들을 하나? 또한 지금 하고 있는 스토리는?


팀: 순수창작 스토리는 지금 비공개적으로 하고 있고, 학습만화도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이 있습니다. 아직 출판 전이라 이 부분도 공개할 순 없지만, 대략 30권 분량을 목표로 진행 중이죠. 홍용훈씨가 메인 작가로 집필을 하고, 다른 둘은 서포트를 해주고 있어요. 우리 둘은 현재 다른 작업들이 걸려서 아직은 본격적으로 함께 집필하진 못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집필을 함께 할 예정입니다. 또 하난 만화매니지먼트 및 기획을 하고 있는 분과 연계돼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다양한 각도에서 함께 작품을 연구하고 구상하고 있는 중이죠. 만화작가와 우리 스토리 팀이 섭외된 상탠데, 지면 (신문매체와 출판 단행본)에 계약이 확정되는 대로 작업에 들어갈 것입니다. 아마 연말 안에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6 ] 만화비평: 팀으로 작업하다보면 힘든 부분도 있을텐데..어떤 부분인가? 또 특별한 해결방법이 있다면?

팀: 제일 중요한 건 팀웍이예요. 각자 장.단점이 있는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질책을 아끼지 않고 있죠. 예를 들어, 구성은 뛰어난데 대사가 약하다던지....기획(발상)은 좋은데 필력이 약하다던지...장점은 십분 발휘되도록 포지션을 잡고, 단점은 보완해주면서 나아지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합니다. 물론 하다보면, 일치되지 않은 점이 당근^ ^발생하죠. 이땐 치열하게 싸워요. 그러다 보면 작품을 쓸 시간이 지연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뭐 더 나은 방향을 추구하려는데 이의가 없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아, 팀작업을 할 땐 ‘자기 독선’을 버려야 해요. 다른 두 사람의 객관적인 평가에 동의하고 따르는 겸허함. 겸손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 7 ] 만화비평: 작업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팀: 기획안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요. 필요할 자료는 수집해서 서로 공유하고... 기본적인 아웃라인 (인물, 줄거리, 구성방식 등)은 대략 맞춘 후, 각 자 충분히 생각을 해서 각자가 안을 만들어와 브리핑을 한 후, 최상의 아웃라인을 맞춘 다음, 구체적인 구성을 잡습니다. 그리고 집필은 한사람이 하고, 어느 정도 분량의 집필 후엔 그에 대한 보정(구성, 연출, 대사, 인물의 성격 등)의 세부적인 부분을 둘이 서포트 해주면, 집필자가 최종 마무리를 짓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원칙적인 방식이고, 짧은 만화(정보만화라던지..)등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하진 않아요. 아이디어와 수정부분에서 도움을 좀 얻고, 나머진 알아서 잘들 하는 편이예요.

[ 8 ] 만화비평: 지분(원고료) 등도 각각 다른가?

팀: 당근( )이죠. 아무래도 집필자가 더 많이 갖는 편이고....대부분 비슷하게 나눠 갖아요. 일부 돈은 팀 적립금으로 남겨두고.. 합의는 잘되는 편이에요. 합리적으로.. 뭐, 아직은 큰돈을 못 만져봐서 서로 싸우지 않는 건지도...^ ^
(이 때 자향씨..돈맛을 들이면 사람이 확~변할 수 있겠지. 이 중 한 명 누군가는 분명 그럴 것이다...라고 용훈씨를 보며 얘기하다.......한 대 맞았다.)

[ 9 ] 만화비평: 본인들의 차별성이 있다면?

팀: 우리말고도 만화스토리 팀이 분명 있겠죠. 시중에 알려진 부분이 ‘공장체계’ 들만 있어 씁쓸해요. 공장체계는 작가로서 개성과 작품성향 등등을 고려하거나 실력이 키워지기보단. 일회적인 상품 개발에 치우쳐져 있거든요. 앞서도 밝혔듯이 우린 그들과 분명 다른 체계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요. 만화의 분업구조, 시스템과도 분명 다른 개념인 거죠.

[ 10 ] 만화비평: 지금의 구성원은 소규모인 것 같은데(3인임) 앞으로 인원을 확대할 계획은?

팀: 당분간은 별로...아직은 실험적인 단계라,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니까요. 비 상시적인 인원은 포함될 수 있죠. 아까 얘기한 기획자도 그런 차원인데...앞으로 작업량이 많아진다든지,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더 전문적인 분야를 파야할 때 등등...작업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3인을 기본으로 비 상시 인원의 보급 등의 공조체계를 갖고 갈 것 같아요.

[ 11 ] 만화비평: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성을 밝힌다면? (지향점. 목표 등)

팀: 우선, 민정씨와 자향씨는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고, 저(용훈)만 따로 있어요. 내년엔 작업실(사무실)을 통합할거예요. 방향성이라면 뭐...성공하는 창작팀으로 선례를 남길 만큼 잘 운영을 해야죠. 만화 스토리작가로서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게 되거나, 얼굴 안보고 살아야 할 정도로 틀어지지 않는 한 팀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고, 전문 스토리 창작 팀으로서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뭔가 더 멋있는 게 있으면 좋을 듯한데..일본의 클램프하곤 다르겠지만, 원래 저 같은 경우, 그림을 먼저 했고, 그림작가로 데뷔하는게 목표니까...그러면 그림작가와 글 작가가 한 팀으로 구성될 듯도 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 12 ] 만화비평: 다음 질문들은. ‘국내 만화 스토리 작가’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사항들이다. 입문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나?

팀: 그림 작가랑 다를 게 없어요.
괜찮다고 생각되는 기획이나 스토리를 들고 출판사에 직접 찾아가거나 공모전을 통해서 데뷔하는 방법, 마음이 맞는 그림작가를 만나 같이 움직이는 방법 등이 있으며, 그림작가가 스토리 작가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공모전의 경우 스토리 부분은 요 몇 년 동안 당선자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고, 출판사에 따라서는 스토리 부분이 아예 빠진 곳도 적지 않습니다.

[ 13 ] 만화비평: 고료는 어느 정도 되나?

팀; 고료는 작가나 연재 지면마다 차이가 있어 얼마라고 꼬집어 얘기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국내 스토리 작가들이 받고 있는 평균 고료는 작품의 30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 작가의 지명도에 따라 조금 더 많이 받기도 하구요.

[ 14 ] 만화비평: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화스토리 작가는 어느 정도인가?

팀; 정확하게 파악된 수치가 없어요. 작년에 잡지 등을 통해 비율을 따져보니 그림작가: 스토리 작가의 비율이 10:3 정도더라구요. 이것도 소년만화에 해당되는 경우고, 순정 쪽 잡지 작가들은 거의 1인(그림작가)체제구요. 단행본은 좀 더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 작가들이 많이 부족한 편이죠.

[ 15 ] 만화비평: 스토리작가의 위상과 역할은 어떤가?

팀; 아..그런 어려운 질문을..?!
요즘 스토리 작가 지망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현실은 조금 전에 얘기했다시피 스토리 작가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죠. 전반적으로 출판 만화 산업이 위축된 이유도 있겠지만, 만화작가들이 스토리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방식을 아직까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 스토리작가의 인원이 증원되지 못 하는데도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스토리작가와의 공동 작업이나 스토리의 전문화는 만화의 질적인 부분을 높이고, 만화의 빠른 생산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 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지고, 자기분야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는데...안타깝죠.

[ 16 ] 만화비평: 만화스토리 작가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팀: 만화는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스토리의 경우, 콘티나 시나리오만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보기 힘든 아쉬운 점이 있어요.. 가장 가깝게는 그림작가를 만족시켜야 하고 크게는 독자와 출판사, 즉 상업성과 대중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토리 작가가 필요한 작품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구요. 스토리 작가와 작업한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차별성이 없다면 스토리 작가의 필요성에 회의적일 것이기 때문이죠. 충실한 자료조사나 전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타 작품과의 차별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언젠가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의 연구 저서에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만화의 가장 부족한 점을 꼽는 항목이 있었다. 여기에 ‘스토리의 부재’가 일순위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또한 일본만화에 잠식되어 버린 한국만화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만화 산업은 마케팅, 기획, 창작의 3요소가 철저히 전문화되고 분업화 된 시스템 구조다. 한국만화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 그것은 일차적으로 작품성을 높이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만화스토리의 역할과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설익은 감이 있지만, 오늘의 젊은 스토리 창작 팀 ‘난장’이 그 이름처럼 각각의 개성이 한데 어울려 올곳이 영글어 열매 맺길 기대해본다. 또한 한국만화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줌과 함께 좋은 선례를 남기길 바라며, 더 나아가 한국만화를 책임진다는 의식과 자부심을 안고 열심히 정진해주기를 거듭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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