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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슈]조삼모사를 통해 본 만화같은 현실
김성훈 2006.07.01

‘조삼모사’를 통해 본 만화 같은 현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던 어느 날, 우리는 인터넷에서 하나의 ‘현상’을 만났다. 한 만화가의 2칸 짜리 만화를 이용해 네티즌들이 올린 패러디 만화가 인터넷 세상을 휩쓸고 다니고 있던 것. 곧이어 원작이 되는 ‘조삼모사’ 만화는 다양한 시선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에게 의해 그야말로 다채롭게 개작되면서 일련의 ‘시리즈’를 낳았고, 급기야 신문과 방송에서도 이 현상을 분석하게 되었다.
일단 원전을 살펴보자. 조련사로 보이는 인물이 “먹이가 부족하니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밝힌다. 이에 원숭이들이 분노하니 조련사는 “싫음 강 굶든가”라고 고개를 돌리며 나가려고 한다. 분노하던 원숭이들은 이내 웃는 얼굴로 “예전부터 꼭 그렇게 먹어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원래 ‘조삼모사’대로라면, 조련사가 분노하던 원숭이들을 달래기 위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다시 한 번 제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병규식 ‘조삼모사’에는 두 번은 없다. 한번 제안해서 안 되면 ‘걍 때려치워!’다. 그렇게 기회는 한번 뿐. 세상 참 각박해졌다. 그러니 원숭이들, 어쩔 수 없이 조련사가 사라지기 전에 재빨리 동의의 멘트를 날려야 한다. 나아가 먹이 주는 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적절히 웃음을 지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선택사항. 고사성어의 경우처럼 멍청해서 농락당하며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젠 살기 위해 맞장구를 쳐야 하는 셈이다. 어째 고사성어 속의 원숭이들보다 머리는 좋아졌지만, 살기는 더 팍팍해진 것 같다.

몸부림 속에 희망은 있다

이처럼 고병규의 ‘조삼모사’ 원작에는 세상살이의 비애가 담겨 있다. 사표를 던지며 폼 나게 회사를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상관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샐러리맨의 모습이 ‘조삼모사’ 속 원숭이들과 오버랩 되며, 선거 때면 찍을 후보 없어 투표 못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나마’ 괜찮을 것이라고 여겨 뽑아놓은 뒤 다시 속게 되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선택의 경계는 무너지고 사실상 ‘하거나 말거나’의 강요만 남은 세상살이. 거기에 ‘조삼모사’식 현실이 존재한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모두 2컷 안에서 분노하다가 슬며시 웃음을 지어야만 하는 원숭이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조련사의 어깨 죽지를 잡고 자신의 의지를 굽혀야만 하는 저 손은 분명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열망도 담겨 있다. 단순히 저녁과 아침을 뒤바꾸는 것으로 농락을 당했던 과거에 비해, 이젠 모르고서 당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적어도 뭐가 모순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식하고 있는 것, 그것이 ‘조삼모사’ 속에 숨은 또 다른 메시지다.
중요한 것은 반전이며, 희망이다. 오늘은 비굴하게 먹이 주는 이들에게 비위를 맞추어야 하지만 내일은 분명 나을 것이라는 마지막 반전을 위해 희망은 버리지 않는 마음 말이다.

빨라지는 매체환경, 빨라지는 독자들의 기호

때문에 다양한 조건 속에서 다양한 비굴함이 표현되는 조삼모사 시리즈의 바탕에는 저마다의 사정과 저마다의 희망이 담겨져 있다. 그러한 메시지 속에서는 풍자와 해학을 바탕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했던 만화 본래의 기능이 내재되고 있음을 물론이다. 과거 풍자화에서 보여주던 모습이 ‘조삼모사’에 이르러 변화한 것이 있다면 의사소통의 속도가 몇 배는 빨라진 것.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재빨리 알 수 있던 시대는 어느 덧 한참 전으로 느껴지게 된 것은 인터넷이 보여주는 ‘실시간’ 현실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신문이 나오기까지 하루저녁을 넘겨야 할 일도 없고, 공중파 뉴스시간을 통해서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시대도 지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웹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전 지구촌의 소식을 접할 수 있으며, 한 주먹밖에 안 되는 핸드폰을 통해 어디서라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다. 아마 부처님 손바닥 안에도 이제는 손오공 대신 핸드폰이 들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세상은 내 손바닥 안에 있게 된 것이다.
만화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 전통적으로 만평이 한 컷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던 반면, 4칸 만화는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4칸 만화는 전통적인 내러티브 방식을 고수해왔던 표현방식이다. 여기에 ‘조삼모사’를 혁신을 시도했다. 바로 기-결로 호흡이 빨라진 만화를 보여준 것이다. 그만큼 소통은 빨라졌으며, 이는 ‘빨리빨리’에 단련되어 있는 인터넷 독자들의 기호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고병규작가의 미니홈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만화 속에 우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것은 즐겁고도 유쾌한 일이다. 게다가 그것이 ‘조삼모사’처럼 재기발랄함으로 표현될 수 있으니 어찌 만화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아가 시리즈로 파급될 정도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활력소가 될 만한 하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과 힘겨운 현실이 가끔 우리를 힘에 부치게도 만들지만, 반대로 이 같은 만화가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다음엔 어떤 게 나올까, 궁금하지 않는가.

* ‘조삼모사’의 원작자 고병규 작가와의 일문일답 *

1. 최근 ‘조삼모사’를 패러디한 만화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원작자로서 기분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알려진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가 의도했던 현상이 아니라서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하다.
2. ‘조삼모사’가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3. 여러 곳에서 패러디 되고 있다. 다들 허락을 맡은 것인가
많이 문의들 주시는데, 일일이 답해드리기에도 사실은 버겁다.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특별히 그 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함부로 쓰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웃음)
4. 사용문의가 들어와 고 작가가 허락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포털 사이트 다음의 ‘블로그 기자단’과 모 게임회사 광고에 사용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5. 혹, 경제적 효과(?!)는 있었는가
(웃음) 몇 건 이야기가 오간 경우는 있었지만, 사실화 된 것은 없다.
6. 작품 활동을 접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만화에 대한 계획은 없는가
준비가 되면 역시 만화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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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정보 vol. 30 _ 2006 7/8]
글_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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