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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의 화두, 인터넷 만화
편집부 2000.09.01

만화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①커다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돈벌이 수단 ②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사고방식이다. 만화를 새로운 시대의 전망있는 사업으로 판단하며 투자를 장려하는 목소리나 IMF의 언저리에 만화 대여점을 차리면 월수 200만원을 보장한다는 체인본사의 목소리는 비록 질적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인식은 만화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두 번째 경우는 수십년 동안을 지배해온 만화에 대한 관습적인 사고방식이다. 만화는 글과 그림이 조화된 저급한 매체이며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아동들에게 적당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이다. 만화를 읽으면 독서를 하지 못한다는 우려 역시 이러한 사고방식과 연관이 있다.

만화에 대해 여러 담론이 생산되지만 근본적인 인식에 대한 문제는 여전하다.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근본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만화와 같은 영상 이미지 언어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오해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리스 혼은 "그 안에 완성된 하나의 생각을 갖고 있는 그림은 어떤 것이라도 만화라 불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만화는 이미지 언어를 이용한 화상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아프리카 타시리 나제르에서 발견된 BC 4,000년경의 동굴벽화. 이야기가 있는 움직임의 형상을 잡아낸 작품이다. 만화는 이처럼 이야기와 약호(Icon)로 구성되어있는,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미의식이다

만화에 대한 관심은 세기말에 일어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억압되어 왔던 예술의 근본원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부활이다. 인간의 예술은 실용적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원시시대 동굴벽화는 사냥에 앞서 두려움을 쫓아 주는 역할을, 사당이나 무덤에 그려진 벽화는 죽은 사람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초기 예술은 문자(文字)와 회화(繪畵)가 통합된 형태로 존재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은 BC 5천년 경 나일강변 히에라콘폴리스(Hierakonpolis, 사원이나 무덤으로 추정됨)의 벽면에 그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에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몇몇 동물과 동물과 싸우는 사람, 그리고 자기들끼리 다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히에라콘폴리스의 벽화를 통해 무언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했다. 우리가 만화를 그리는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자신이 접하는 세계를 경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단순화시키고 과장시켜 그것을 대표하는 도상(icon)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만화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형상화 원리이기도 하다. 만화는 현실을 그대로 복제(複製)하지 않는다. 현실을 가능한 한 그대로 세밀하게 옮길 경우 독자는 만화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자유로운 해석이 불가능해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래서 가능한한 상징화된 이미지를 이용해 현실을 재현(再現)한다. 그래야만 독자는 능동적으로 만화에 몰입한다. 독자가 작가에 의해 재현된 현실을 받아들여 자기 식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만화가 많은 사람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만화의 기본적 형상화 원리가 기호(記號)의 다의성(多義性)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익숙하게 우리가 받아들이는 이러한 사유의 구조 속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만화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다. 만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또한 어린이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에 걸쳐 보편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근원적인 원리가 여기에 있다. 단순화와 과정을 통해 사람이 접하는 세계를 보다 경제적으로 보여주며 그 안에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작가에 의해 강제되지 않고 수용자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고, 전달자에 객관화된 소통이 아니라 수화자가 자유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만화는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만화는 지배계급에게 배척당하고 비주류로 밀려났다.

인류의 소통형태(communication system)는 고도로 개념화된 문자언어(文字言語)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문자언어는 서구문명의 이성중심주의(理性中心主義)와 맥을 같이 하면서, 소유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기장록의 필요성에 따라 문자 중심주의 문명을 강화,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영상 이미지는 기호의 다의성에 의해 획일적인 해석과 통제에 적절하지 않아 억압되게 되는 역사적 과정을 거쳤다(주1). 지배자들은 영상 이미지를 불온시했다. 영상 이미지는 지배자들에게 후원을 받는 회화와 같은 예술적 영역으로 제한되어 발전했다. 영상 이미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었다. 그러나 대중시대가 도래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영상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대량생산소비의 시대가 되었다. 영상 이미지는 빠르게 자본에 발탁되어 현재 미디어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보다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영상언어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만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영상언어의 부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21세기의 만화는 문화산업의 핵심 컨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우일의 <도날드닭>
이우일은 90년대 중반 언더그라운드 만화라는 독특한 실험을 감행한 네모라미에 속해있던 작가다. 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이우일은 <동아일보>에 <도날드닭>을 연재하며 공식적인 매체에 데뷔했다

만화는 예술의 오랜 전통 속에서 탄생했지만 근대화 과정을 통해 비주류예술로 정착했다. 예술사 속에서 주류 예술로 편입해간 다른 장르들과 달리 만화는 오랫동안 여러 장르의 특성을 동시에 담고 있었고 서구의 강력한 이성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 반하는 영상 이미지의 힘을 소유한 장르였기 때문이다.

만화는 비주류 예술로 존재하며 문화적 경쟁력이 없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한 만화는 제대로 된 자신의 문화를 소유하지 못한 그들의 표현 욕구, 예술적 성취 욕구를 해결해 주며 그들과 함께 독특한 게토(getto)의 문화를 건설했다.


만화의 여러 형식 중 한 칸을 이용한 만화는 주로 신문의 시사만화에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신문의 시사만화는 만화적인 재미보다는 갓쓰고 훈계하는 류의 만화가 주로 많았다. <한겨레신문> 초기에 연재되기 시작한 박재동의 <한겨레그림판>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신문 시사만화의 스타일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 칸의 시사만화에서도 재미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림은 장봉군의 작품

만화는 공식화된 주류 예술에 비해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지금도 수많은 실험이 행해지고 있고 다양한 표현 방법, 형상화 방법이 만화라는 거대한 틀 안에 아우러지고 있다. 만화(漫畵)의 만(漫)은 "넓고 넓어서 끝이 없는 모습, 또는 긴장감이 없고 붙들어 매지 않은 모습"으로 해석된다(주2). 만화라는 용어가 캐리커쳐에서 카툰, 시사만화, 4칸 만화, 연재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등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는 이유도 만화가 고정화된 형식적 규율 없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만화는 미래 첨단 산업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 만화의 상업적인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생산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그야말로 생산적 논의가 되기 위해서 만화의 근본적인 원리와 그 가치의 인식이 선행되어져야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먼저 조성되어야한다. 만화의 비밀은 무궁무진하며 그 비밀에 접근할수록 만화의 세계는 아름답다. 만화의 비밀, 만화가 보여주는 무한의 세계를 바라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만화는 열린 예술이기 때문이다. 만화에 대한 불완전한 인식은 만화의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만 인정하는 불완전한 인식이 드러난다. 만화는 다른 주류 예술(매체)처럼 경직화되어있지 않다. 만화의 힘은 비주류의 자리에서 꽃피워낸 건강한 비판정신과 생명력, 그리고 자유로움이다.

(주1)윤선희, <한국애니메이션의 창작기반 공고화를 위한 12가지 제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98가을 공개 심포지엄 발제문
(주2)오시로 요시타케, <만화의 문화기호론>, 김이랑 역, 1996, 눈빛,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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