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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아파트」vs 영화「아파트」
이혁진(산왕) 2006.08.01

만화 아파트 표지와 영화 아파트 포스터
만화 아파트 표지와 영화 아파트 포스터

소설이든 만화든 게임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원작의 팬들은 다른 매체로 만들어져 나온 작품이 원작과 얼마나 비슷한가(같으면 가장 좋겠고)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원작 만화 「아파트」의 팬들 역시 그런 기준을 가지고 영화를 감상했을 테고 당연히(?) 영화 아파트가 개봉한 후 원작을 망쳐 놨다는 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난 후 한 팬이 ‘강풀씨가 울겠다!’며 울분을 토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인기 있는 원작을 가진 작품의 숙명인 동시에 반드시 거치게 되는 관문으로 영화와 만화 「아파트」 가 그만큼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텐데요. 왜, 어떤 부분에서 달랐던 것일까요?

- 등장인물이 바뀌었다 -
몇 개월에 걸쳐 연재한 원작 만화에서는 각 등장인물의 시점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식의 구성을 보여주는데, 좋은 시도였고 각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90여분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영화를(특히나 공포영화를) 그렇게 구성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공포영화가 아니라도 다중시점을 보여주는 영화는 드문 편입니다.
영화에서는 시점을 주인공 한명으로 통일하고 등장인물도 딱 반(6→3)으로 줄였습니다. 원작 팬들의 비난을 받는 부분이지만 공포영화라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줄이는 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왼쪽: 만화 아파트 주인공/ 오른쪽: 영화 아파트 주인공
왼쪽: 만화 아파트 주인공/ 오른쪽: 영화 아파트 주인공

주인공의 성별이나 처한 상황도 바뀌었는데, 원작의 주인공은 20대 후반의 백수청년으로 건너편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늘 같은 시간에 몇 군데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것)을 발견하며 사건에 끼어들게 됩니다만 영화에서는 혼자 사는 캐리어우먼이 주인공입니다. 이 부분은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여성인 경우가 공포감을 유발하기 쉽다는 이유로 바뀌었다죠.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만큼 주인공이 건너편 아파트의 이상한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 동기가 되는 사건과 경험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 원한의 질과 양이 바뀌었다. -
원작에서는 고독과 소외감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 이웃들을 찾아가는 것으로 표현됩니다만 영화에서는 그저 고독해서 이웃들을 찾아갔더니 심장마비로 죽더라는 식으로는 공포라는 말초적 감정을 유발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인지 이웃들을 끔찍하게 살해(네. 영화에서는 갖가지 끔찍한 형태로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귀신이 살아있을 때 그녀를 괴롭히던 사람들이 괴롭힌 방식과 비슷한 방식으로(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죽어나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더군요. 원작에서 한을 풀어주던 저승사자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기에 영화 아파트는 원한이 풀리지 않은 채로 비극이 계속될 것을 암시히며 끝납니다.

- 주제가 바뀌었다 -
관객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 목적인 공포영화답게 원작에서 제시하는 소외의 문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극중 정신병의 일종으로 언급되는 히키코모리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데 아무런 비중 없이 히키코모리=위험인물, 비약하자면 정신병자=위험인물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정신병 병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범죄. 특히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낮습니다)
이외에도 배경이 낡은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바뀌었다든가 하는 등의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터이고 (처음에 언급한 대로) 그런 차이들에 대해 원작팬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안병기 감독이 영화 미스터리심리썰렁물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고 공포영화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한 이상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왼쪽: 만화 아파트 중에서 / 오른쪽: 영화 아파트 중에서
왼쪽: 만화 아파트 중에서 / 오른쪽: 영화 아파트 중에서
















- 장르의 문제, 매체의 문제. -

원작 만화는 미스터리심리썰렁물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포물이 아닙니다(만화에서의 공포물에 대해서는 41호에서 논한 바 있습니다). 공포와 유머를 적당히 섞어 현대사회의 소외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작품으로 극중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지만 희망은 남기는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영화 「아파트」는 공포영화로서 원작에서 소재만을 차용해 만든 작품입니다. 공포물이 장르로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로 만들어진 만큼 공포영화의 클리셰― 클리셰(Cliche) : 판에 박은 문장,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문학용어였으나 지금은 다양한 문화장르에서 진부한 표현, 소위 공식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들을 충실히 따르는 한 편으로 검증된 재미있는(무서운) 공포영화들의 장면, 내용에서 차용해 온 부분도 여기저기 엿보입니다. 공포영화의 가장 큰 무기인 음악도 잘 사용되고 있어 재미있게(무섭게) 영화를 본 원작 팬들은 음악 때문에 무서웠다는 변명을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원작 「미심썰」의 팬이 아닌 여름이면 찾아오는 공포영화를 보려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은 공포영화 팬이라면 적당히 재미있게 보고 큰 불만 없이 자리를 뜰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에서의 질문에 제가 스스로 대답하는 셈이 됩니다만, 원작과(and)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물론 영화 「아파트」가 처음부터 수백만 팬을 가지고 있는(?) 만화의 영화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화와 원작만화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선전하는 등 원작의 팬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 부분에서 원작과 동떨어진 한 작품으로서의 균형을 스스로 깼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균형은 소비자에게도 필요합니다. 「아파트」를 비난하려면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공포영화로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내야 합니다.
원작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했는가 하는 부분은 작품의 성격을 결정짓는 요소이지 작품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닐 것입니다.

(결론 부분에서 마치 영화 아파트를 옹호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보다는 각종 게임, 드라마,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들이 부당하게 낮은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생각하던 바를 반대 방향으로 적어본 것입니다)


2006년 8월 vol. 42호
* 이 글은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http://mahn.co.kr)과의 공동 기획입니다
글 : 이혁진(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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