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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돌아보기
서찬휘 2006.09.01



* 바뀐 일정이 불러온 효과 *
무엇보다 이번 BICOF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예년과 달리 ‘여름방학 기간’에 열렸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9~10월에 열어 일반인, 특히 학생들의 참가가 쉽지 않았던 단점을 일정 변경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제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행사장 스케치
제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행사장 스케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5월로 일정을 옮기자 재빠르게 대응한 것도 있지만, 그 덕에 행사의 주관객층이 만화계 사람이나 팬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로 한층 넓어진 인상이었다. 물론 방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건 다름 아닌 중고교?대학생들이었다. 어린 층이 체험행사에 많이 눈을 돌린 반면 학생들은 전시행사와 30 할인 판매를 감행한 도서 판매전 쪽에 몰려들었다. 일정이 방학 쪽으로 오면서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크게 는 것도 행사 운영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 지역 행사로서의 BICOF, 부천 시민들에게 뿌리내리다 *
BICOF의 가장 큰 한계이자 가장 큰 특성이기도 한 것, 그것은 바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는 지역행사―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의 SICAF 또한 규모가 클 뿐 정부 차원이 아닌 서울시 예산을 쓰는 서울시 행사지만 ―라는 점이다. 그간 BICOF는 문화행사이자 지역행사라는 특색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 왔지만 일정 문제도 있고 해서 상당 부분 ‘만화계 행사’라는 틀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춘 인상이 강했다.

길거리탐험점 부스
길거리탐험점 부스(사진: http://www.mahn.co.kr)
올 행사는 일정과 함께 그러한 특성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였다. 좁디좁은 행사장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1호선 송내역에서 행사장에까지 가는 거리 사이사이에 길거리 탐험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배치해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안배해 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들이 내건 걸개들의 효과가 있었던 덕인지, 만화 팬이나 업계 사람이 아니라도 보통 아저씨 아줌마들도 길을 묻는 외지인에게 대뜸 만화 “아아, 그 행사 하는 데 말이냐”며 안내를 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에 없이 눈에 많이 띄었던 선생님과 함께 모여 온 초등학생들, 편한 옷차림으로 엄마 아빠 손 붙잡고 온 아이들이 어디 멀리서 견학하러 온 게 아닐 것임을 감안하면 BICOF가 일정의 도움을 얻어 부천 시민들 사이에 자기 지역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이다. 이들을 소화하기 위해 재빠르게 여타 부천시내 문화 시설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한 운영 측의 준비도 제법 재치 있는 발상이었다 하겠다.

* 만화계, ‘자기 행사’로 인식하다 *
개막행사장 모습
개막행사장 모습
BICOF는 ‘부천국제만화축제’라는 정식 명칭에서 볼 수 있듯 ‘만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9년간 견지해온 이 정체성이 어느덧 만화계 사람들에겐 BICOF를 ‘작지만, 여긴 분명 우리 자리다’라는 인식을 품게 했던 듯싶다. 이번 9회 행사 개막식과 리셉션에선 이러한 부분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먼저 어디 높으신 분들보다 만화계 원로들이 행사장을 대거 찾아 눈길을 끌었다. 행사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원로 만화가 김동화 선생이었던 것도 있지만 행사 자체로도 개막식과 리셉션 내내 시종일관 내빈을 비롯해 만화계 사람들을 깍듯이 대접하려 노력하는 인상이 역력해 여타 행사들과 비교할 때 만화가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게 사실.

부천 만화상과 만화 스토리 공모전 시상식을 겸한 개막식에선 「다세포 소녀」의 ‘B급달궁’ 채정택 작가에게 일반만화상을 수여함으로써 형식과 무게감, 그도 아니면 산업적 성과를 강조하게 마련인 관제행사류의 아집을 깨고 ‘지금 만화계’를 오롯이 반영하는 젊은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상 수상작인 유시진 씨의 「그린빌에서 만나요」 보다도 화제에 올랐다. 지난해 부천만화상의 대상 수상자(올 행사에선 강풀이 그 주인공)를 주인공으로 하는 특별전시를 연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현재를 반영하는 노력을 다각도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님

* 한계, 문제점 혹은 아쉬운 점 *
BICOF가 열리는 장소는 ‘복사골문화센터’라는 곳이다. 아트홀, 소극장,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지만 만 단위 인원이 몰리는 큰 규모의 대회, 축제를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3층에 걸쳐 치르는데다 각 층마다의 공간도 넓질 못해 도서 전시나 판매는 좋은 기획 의도에 비해 책을 진득하니 구경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없지 않았고, 본행사가 자리한 2층까지는 그래도 많이들 올라갔지만 온라인 만화와 해외 관련 전시가 자리한 3층은 분위기가 1, 2층에 비해 한산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올 행사에서 방문객수가 지난 행사들에 비해 제법 늘어나며 이러한 부분이 한층 더 두드러졌다.

게다가 일정을 8월로 옮기면서 한여름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건물사정으로 말미암아 냉방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었다. 근처에 사는 부천 시민들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만 먼 길을 전철을 타고 이동해 이들은 뙤약볕에서 흘린 비지땀을 채 식히지도 못한 채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그나마 시설 문제는 오는 2008년에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건물이 부천 원미구 상동에 들어서고 그 옆에 지하철 7호선이 닿을 예정이어서 ― 내후년이므로 행사 자체는 복사골 문화센터에서 한 회 더 치러야 할 터이지만 ―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복사골 문화센터 외부에서 열리는 전시의 경우 행사장까지 가는 길목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의도와는 별개로 관리 부분에 다소 문제를 드러냈다.

일례로 길거리 탐험전과 더불어 열린 한국카툰협회의 ‘카툰시티’ 전시가 전시 시작 하루 만에 새벽녘 어느 몹쓸 취객의 난동으로 모두 망가지는 대형 사고가 나고 말았던 것이다. 주요 전시 가운데 하나였고 카툰 작가들도 열심히 준비해 온 만큼 전시 소품을 밤사이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끔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보다 자세히 제9회부천국제만화축제를 보시고 싶으시면
2006BBICOF 데일리뉴스(http://www.komacon.kr/popup/200608/bicof_today.htm)를 참고하세요. 행사기간의 다양한 모습과 행사장을 방문하셨던 작가분들 인터뷰등를 비롯해 자원봉사자들의 후기까지 다양한 소식이 있습니다. (편집자 주)


2006년 9월 vol. 43호
글. 서찬휘(seochnh@manhw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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