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신명주 2002.02.14
나예리의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는 전형적인 청소년물, 혹은 성장물이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전형적인 문법’을 따라간다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별로 없는 법.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고맙게도 나예리는 꽤 능숙한 요리사다. 그리고 제목에 등장하는 “...50가지”라는 설정은 그 설정에 맞춰 항목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중간 중간에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보조도구로서 이런 설정을 잘 활용해서 작품에 개성을 불어넣은 것은 만화가로서 나예리의 능력이다. 착한 모범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10대에 꼭 해야 할 여러 가지를 제시해준다는, 얼핏 보면 지나치게 설교적이거나 밋밋할 수도 있는 기본 설정을 보충하기 위해 나예리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배치한다. 일단 주인공 미루와 마루를 이란성 남녀 쌍둥이로 설정하고, 마루의 친구이자 미루의 남자친구인 창수가 댄스가수로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으로 연예계 이야기를, 미루의 언니인 나루를 만화가로 설정함으로써 만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만화가 연재중인 「이슈」의 주 독자층인 요즘 10대들의 취향을 나예리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미루는 스스로는 자신이 별 재주 없는 아주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해외출장으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집안일을 도맡고 아버지와 공부는 잘하지만 말썽꾼인 마루, 어린 동생 다로를 모두 챙기면서 가끔 언니 나루의 마감까지 도와주는 살림꾼이다. 그런 미루와 마루, 다로, 주변의 친구들인 창수, 지은, 수지 등이 10대에 겪는 여러 가지 감정과 사건을 작가는 담담하고 유머있게 그려낸다.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중에는 물론 사랑과 관련된 것도 있고(MISSION. 26: FALLING SOMEONE), 우정과 관련된 것(MISSION. 7: 새 친구 사귀기), 가족과 관련된 것(MISSION. 2: 부모님의 약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 장래와 관련된 것(MISSION. 28: WHAT SHALL I BE?) 등 다양하다. 10대가 아름다운 것은 결국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꿈과 가능성 때문이다. 꿈을 꾸고, 배우고, 좌절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사랑하고, 잃고, 눈물 흘리고, 다시 일어서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나예리는 단행본 5권까지에서 서른 한 가지의 미션을 제시했다. 미루와 마루, 창수, 지은, 수지 등이 앞으로 남은 열 아홉 가지 미션을 작가의 말대로 “클리어”해가는 과정에서 또 얼마나 자라고 성장할지 기대된다.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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