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장난감들의 꿈
김지현 2002.02.14
꿈꾸는 소녀. 꿈 많던 소녀 시절. ‘꿈’이라는 단어와 ‘소녀’라는 단어는 어딘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미지를 느끼게 해준다. 아름다운 것들로만 이루어진 동화 같은 세계. 소녀들은 마음속 깊은 곳 어디선가 항상 그런 세계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야치 에미코의『장난감들의 꿈』은 그런 소녀의 꿈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오빠와 단둘이서 살아온 유키에게는 무엇보다도 오빠의 행복이 소중했다. 자기가 오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택한 자립의 길. 방송작가인 스자키 모토무의 조수일을 맡게 되면서, 유키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대학에 와서까지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던 소녀는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사랑을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방송계와 그 주변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심지어 주인공 유키의 오빠는 게이바에서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화려한 세계와, 평범과는 거리가 먼 특이한 세계. 하지만, 이 작품 속에 그려지는 인물들은 과대포장으로 치장된 그런 모습은 결코 아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차별의 눈으로 바라봐지는 게이바의 식구들 역시 유키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다. 어린 유키를 데리고 고생하던 그녀의 오빠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지금까지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소중한 사람들. 여동생의 결혼식에조차 초청받지 못했던 게이바의 키요미라는 캐릭터는 당연히 자기 결혼식 때도 와서 축하를 해주는 게 아니냐는 유키의 말에 눈물을 흘린다. “There"s no place like home” 오즈의 나라에서 도로시가 외운 마법의 주문. 따뜻한 불빛이 비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키가 어린 시절부터 꾸어온 꿈이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유키는 열심히 앞을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유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유메 선생님, 방송작가인 스자키 모토무다. 어린 소녀들에게 있어서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멋진 성인 남성과의 로맨스는 동경의 대상이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성장 단계에 있는 동년배의 소년들에 비해 무슨 일이든 알아서 처리해줄 듯한 성인 남성 쪽이 ‘왕자님’의 모습에 더 가깝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스자키 모토무는 그런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캐릭터다. 인기 방송작가라는 직책과 근사한 외모, 언제나 여유롭게 유키를 지켜주는 모습은 소녀들의 꿈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이 작품은 단순히 멋진 남자와의 연애를 그린 러브 스토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 유키가 바라보는 세계는 동경이나 허상에 가득 찬 그런 곳이 아니라 친숙하고 따스한 ‘자신이 돌아갈 집’과 같은 세계다. 모든 등장인물들을 따사로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한편의 동화 같은 세계. 그런 작품의 분위기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장난감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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