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토끼
만화규장각 2000.01.01
백성민을 이야기할 때 한국적인 그림체를 가진 작가라는 표현이 종종 밟히지만 그보다는 조선을 눈 앞에 펼쳐놓는 듯한 필력의 작가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그의 작품에는 조선시대의 그 모든 것들이 진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토끼』는 교과서를 통해 유명한 ‘홍경래의 난’을 만화로 풀어나간 작품이다. 역사 시간에 지루함을 극복하며 흘려 들어야 했던 그 이야기를, 백성민은 그 특유의 조선시대 민초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이해를 담아 그려내고 있다. 또한 평범한 민초들의 삶에서 보여지는 아픔과 기쁨을 구성지게 그려내던 그의 필력이 역사적으로 거대한 사건을 만나, 그 사건 속에서 반강제적으로 운명에 떠밀리는 민초의 삶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경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9세기 초 조선시대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은 여느 민중봉기가 그러하듯 단순하거나 물욕적인 욕망을 이기지 못해 일어난 폭동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사건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나 먼 곳으로 느껴지는 이북 지역은 옛부터 그 지리 특성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과 특산물 재배 등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던 곳이다. 그러나 교통과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당시 조선 사회는 정치적인 면에서 이북 지역을 무시하였고, 그로 인한 불평등대우는 이북 지역의 민초들의 마음을 조금씩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홍경래는 평민 출신으로서 유교와 풍수지리 등을 공부한 지식인이자 장사였다. 그는 그의 고향 지역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봉기를 결심하였고, 그 봉기를 위해 10여년 간을 팔도를 돌아다니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공부했다. 뜻이 맞는 젊은 역사들이 모여 봉기를 일으켰다. 비록 봉기는 진압되었지만 이 사건은 조선시대 민중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백성민은 평안도 지역의 삶과 문화, 그들의 습성 등을 고스란히 만화로 재현해내었다. 아니, 사실 그것을 비전문가가 이해하거나 동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선시대의 자료를, 그것도 지금의 우리에게 찾아보기 힘든 이북 땅의 자료를 모아 바로 눈 앞에 펼쳐진 이야기처럼 만들어낸다는 것은 일반적 범주의 자료수집이나 창작욕구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 결과믈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것 또한 힘든 일이다. 그러나 백성민은 끈덕진 노력과 의지로 민초의 삶을 그린 『토끼』를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게 그려냈다. 그의 작품을 단순히 한복 잘 그리고 조선시대 민초 특유의 초췌하고 피곤에 찌든 얼굴을 잘 그리는 그림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 그 때문이다. 왜 그들이 그 옷을 입고, 사발로 막걸리를 마시는지, 어찌 그리 힘든 표정을 하며 사는지에 대한 모든 해답을 찾아내고 그것을 만화로 표현해내기에 그의 만화를 볼 때는 손에 쥐어지는 느낌조차 무겁고 웅장한 것이다. 그런 노력과 의지가 담겼기에 이 작품은 1998년 대한민국 출판만화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상으로 작품으로 평가하기보다 작품으로 상을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척박한 만화환경 속에서 이 작품에게 수여된 상은 그 무게가 한결 듬직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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