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못말리는 간호사
만화규장각 2000.01.01
96년 서울지역 여대생 4백69명의 체중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7.9%가 정상이거나 미달(55.9%)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의 81%가 “살을 더 빼야 한다”고 답했으며, 체중미달자의 94.7%가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실제로는 ‘영양실조’ 상태이면서도 ‘뚱뚱하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례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여성들이 이처럼 건강을 해쳐가면서, 때로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살을 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아름다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지만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당위만은 변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늘날의 매스컴에서는 말라비틀어진 몸매를 찬양한다. 비계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몸은 존재 자체가 죄악이다. 현대인들의 ‘날씬함’에 대한 집착은 집단 노이로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는 이러한 미에 대한 강박관념의 허를 찔러서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뚱뚱하고 추한 외모 때문에 ‘칸나균’이라고 불리며 손가락질 당해온 칸나즈키 칸나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코스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백만 엔을 들여 전신성형을 감행한다. 그 결과 얼굴은 물론이고 몸매까지 쭉쭉빵빵한 미녀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정도로 바뀌었으면 인생까지 180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22년간 배어 있던 ‘뚱녀 근성’ 때문에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다.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미녀와 뚱녀(혹은 촌닭)에게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계속해서 비교해 보여준다. 몸은 미녀이고 마음은 뚱녀인 칸나는 그러한 간극 사이에서 정신없이 헤매며 좌충우돌한다. 독자들은 뼛속까지 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칸나의 유치한 발상과 연속되는 실수에 무안함을 느끼는 한편 폭소를 터뜨린다. 그렇게 으하하 웃다 보면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결국 칸나는 소원이던 코스케의 사랑을 얻는다. 그리고 덤으로 천연미인 나나코, 자신을 미녀라고 착각하는 뚱녀 하마코와 친구가 된다. 지금까지 혼자였던 칸나에게 함께 할 이들이 생긴 것이다. 이것이 단지 성형수술의 효과일까? 내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따금 보여지는 칸나의 순수하고 순박한 표정이 무척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버려진 강아지(잡종)가 불쌍해서 눈물을 글썽이다가도 “너같이 더러운 개한테 정을 주는 건 촌닭들이나 하는 짓이란 말야. 미인은 냉정한 거야”라고 외면하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와서 눈물을 왈칵 쏟으며 사과하는 그 표정… 어쩔 수 없는 ‘촌닭 기질’이 너무 사랑스럽다. 코스케도 그러한 마음씨에 반한 게 아닐까? (아니, 마지막 장면에서 성형수술 전 칸나의 얼굴을 그대로 빼다 박은 아이를 보고 ‘이, 이 정도였었다니!’라며 눈이 튀어나오게 경악하는 걸 보면, 역시 성형수술의 ‘약발’이 주효했던가 싶기도 하다.)
<못말리는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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