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
만화규장각 2000.01.01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는 시로 마사무네가 89년부터 90년 사이, ‘3개월에 한번’씩 고단샤의 ‘영 매거진 「카우조쿠반」’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단행본으로는 단 2권 분량에 지나지 않으나 이 작품으로 시로 마사무네는 『아키라』의 오토모 카츠히로와 함께 SF만화의 최고봉이라는 명칭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 작품은 2029년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전세계는 초고속의 광대한 정보 네트워크로 연결되었지만 국가나 민족이 사라져 버릴 정도로는 정보화되지 않은, 그러한 변혁의 시기. 인간은 사이보그화된 기계육체, 즉 ‘의체 shell"를 이용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게 되었고, 네트워크와 사이버네틱스를 이용한 각종 범죄가 성행하고 있었다. 정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떠오르게 되었고, 이 정보의 소유와 조작을 위해 고스트 해킹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게 되었다. (배경이 되는 국가의) 외무성은 프로그램 2501을 개발하여 각국의 네트를 통해 전뇌(전자두뇌)로 침입, 고스트 해킹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인형사)이 자의식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을 요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와 융합하게 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공각기동대』에는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세가지 용어가 등장한다. A.I.와 전뇌, 그리고 고스트가 그것이다. A.I.는 현재의 컴퓨터나 전자기기에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정밀한 사고와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말하며, 전뇌는 인간의 오감과 감정 모두를 포용하는 능력을 지닌 두뇌를 말한다. 이에 반해 고스트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어떤 것, A.I.나 전뇌와는 다르게 프로그램화되지 않은 영혼을 가리킨다. 『공각기동대』를 이끌어가는 사건의 핵심에 존재하는 ‘인형사’는 A.I.이면서 고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말하자면 자신은 프로그램 자체이지만 프로그램화되지 않은 존재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계화된 시대에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워하는, 싸구려 SF는 아니다. 인형사와 융합한 쿠사나기가 마지막 장면에서 “네트는 거대하니까”라고 읊조리면서 내려다보는 미래의 도시는 아름답다. 작가는 문명이전의 원시를 그리워하는 대신 정보와 과학이 발달한 시기를 살아가는 생명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거대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긴 했지만 몇가지 단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 표현의 선정성은 대중만화라는 특성을 고려해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일반 대중을 묘사하는 방식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사건을 이끌고 있는 정부 요원들을 제외한 일반대중은 우매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SF물에 흔히 등장하는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은 정부요원들에게 우습게 살해된다. 결국 작가는 정보의 집중과 그 정보를 통제하는 소수 엘리트층의 지배라는 비전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잘 알려져있다시피 마사무네의 2권짜리 『공각기동대』는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의해 85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되었다. 이 작품은 원작을 이루고 있는 11개 파트에서 3개의 파트만을 뽑아내어 ‘거대 정보 네트워크 시대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80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의 제작은 반다이 비쥬얼, 망가 엔터테인먼트와 원작 출판사인 고단샤가 공동으로 맡았다. 한국에서는 몇몇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을뿐 정식 개봉되지는 않았다. 시로우 마사무네의 원작은 98년 도서출판 대원에서 라이센스로 번역, 출판하였다. 한편 97년에는 『공각기동대』의 플레이 스테이션용 게임이 출시되기도 하였다. 시로우 마사무네는 『공각기동대 2부』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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