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오! 한강
만화규장각 2000.01.01
1947년. 작가 “허영만”은 시기적으로 8.15 해방과 6.25 사변까지의 혼란기에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는 “이향원” 등의 문하를 거쳐 만화계에 입문했으며, 1974년 한국일보 부설 소년한국도서가 주최한 만화공모전에서 『집을 찾아서』가 당선됨으로서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1987년 6월부터 「만화광장」에 연재된 『오! 한강』은, 같은 시기 발표된 그의 작품들 『고독한 기타맨』이나 『변칙 복서』와는 달리 한국의 현대사와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 만화로, 비록 해방을 맞이하였으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혼란스런 사회상과 그로 인해 한 개인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 그리고 기대에 대한 파격적인 묘사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작가 허영만의 두 번째 작품인 『빛 좋은 개살구』부터 등장해서 그의 여느 다른 작품들에도 볼 수 있는, 그래서 작가 허영만의 이름과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언급되는 “이강토”인데, 분단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적 상황과 해방 이후 50여 년이 지난 후에야 극복하게 되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상징하는 단어로 이 보다 더 적절하게 선택된 말이 없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주인공과 그 가족들의 삶은 우리 민족의 영욕으로 점철된 수난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이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역사와 현실, 정치와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이념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깊이 있게 파헤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결과 이 작품은 주인공인 이강토와 그의 아들인 이석주가 삶과 사랑, 예술과 이념, 정치와 정당성의 문제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창 민주화의 바람이 불던 연재 당시의 정치적 상황 하에서 그 소재의 파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점에서(정부 모처의 의뢰로 기획), 이 만화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평가는 “좌익 공산주의자의 변절 과정을 미화했다”는 것부터 “역사와 현실의 모순을 적절하게 포착했다”는 것까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한편, 전문 스토리 작가인 “김세영”에 의해 구성되어 만화 스토리 작가의 위상을 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격변기인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장면을 전환시키는 작가 허영만의 연출 능력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킨 본보기적인 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로 인해 한 개인이 느끼는 감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서 화가 또는 미술학도인 주인공의 작품으로 그것을 표출하는 기법은 TV나 영화 기타 다른 매체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이 만화는 다른 대작들과 더불어 독자들로부터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택받아왔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념적 투쟁에 대한 귀결을 다시금 “분단 상황의 극복”이라는 과제로 도치시킴으로써 험난한 주인공의 삶 이상으로 풀리지 않은 통일의 숙제를 독자들에게 다시 던지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그것이 그만큼 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진 고난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은 바로 그것을 느끼는 독자들의 것이기도 하며, 이 무거운 짐은 이 작품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이미 한 세대를 뛰어넘어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등장인물들과 동시대를 공유한 독자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전달받은 다음 세대의 독자들을 통해서도 그 강인한 생명력과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오!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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