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아름다운 그대에게
만화규장각 2000.01.01
사랑만큼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없던 힘도 솟아나고 어떤 장애에도 끄덕 않는 불굴의 정신, 게다가 전에 없던 배려와 헌신도 가득 생겨난다. 아마도 인류 최대의 잠재력이 아닐까한다.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남자가 되는 것도 마다 않고 바다를 건너온 열혈 소녀의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던 미즈키는 좋아하는 높이뛰기 선수 사노를 동경해서 일본의 같은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문제는 기숙사제도가 있는 남학교라는 것. 남학생으로 변장한 미즈키는 사노와 같은 반,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된다. 미즈키를 귀찮게 생각하던 사노는 점차 호감을 갖게 되고 우연히 알게 된 미즈키의 비밀을 모른 척 해준다. 미즈키는 남학생으로 사노와 친해지고 여러 친구들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사노에게 여자로서 다가갈 수 없다는 것에 늘 안타까워한다. 작품에서 매력 포인트는 바로 복장전환에 있다. 긴 머리를 자르고 가슴을 동여매고 바지를 입음으로써 주인공은 남학생으로 변한다. 때문에 사노에 대한 동경과 사랑은 정상적임에도 야릇한 분위기를 풍긴다. 남학교, 게다가 기숙사라는 공간설정도 긴장감을 더한다. 겹겹이 남자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미즈키는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어야 한다. 작가는 이러한 아슬아슬함을 밑바탕에 깔면서 덤으로 소년들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 화려한 학교 이벤트로 눈길을 끈다. 물론 철저하게 순정 만화 관점에서 미화되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여주인공의 홍조만큼이나 이야기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변복(變服)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코드이다. 특히 여자의 남장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들이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종종 표현된다. 여성성에 기대기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남자들과 경쟁하는 강인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만화에서는 대개 로맨스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물론 만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절박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 꿈을 이루기 위해 (『허쉬』,『W줄리엣』), 호기심이나 연애의 방법으로(『소년별곡』『K2』) 혹은 가족과 집단의 존속, 명예를 위해(『바사라』) 이들은 복장을 바꾼다. 하지만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이다. 그들은 자신의 본래 성을 지키면서 변복을 통해 획득된 성에 익숙해져야 한다. 때문에 그들은 항상 두 갈래 길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다. 즉 복장전환은 인물의 화려함을 더하지만 그만큼 갈등도 증폭시킨다.『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미즈키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본래 여성성을 잃어버려서도 안되고 획득한 남성성에 너무 익숙해져도 안된다는 묘한 균형감 속에서 최종 선택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서 여주인공의 남장은 유쾌한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엇갈린 사랑의 화살표도 제자리를 찾는다. 『아름다운 그대에게』도 그 결말은 충분히 예상된다. 하지만 역시 연애담의 묘미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오는 과정에 있지 않겠는가. 이들의 청춘찬가를 좀더 기대해본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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