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보통 학교
만화규장각 2000.01.01
근래의 순정만화의 인기 있는 소재는 동성애다. 특히 남자들간의 동성애를 다룬 만화들이 유행이다.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주제로 한 만화는 그리 많지 않지만 동성애적 분위기를 풍기는 만화나 동성애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들은 자주 볼 수 있다. 이유정의 『보통학교』 역시 간접적인 방식으로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 만화다. 『보통학교』는 이유정의 만화가 가지는 특징들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이유정의 작품들은 동성애 자체를 소재로 삼고 있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동성애를 보여준다. 이유정의 대표작인 『위저드』에서는 마녀의 저주에 걸린 두 남자들의 우정을 공주를 통해 관찰하고 있고, 『WOW!!』에서는 뱀파이어 아기를 중심으로 일곱 남자들만의 일종의 공동체가족을 보여주었다. 『보통학교』 역시 학원소재만화라는 외양을 띠고 있으면서도 남자학교 기숙사라는 폐쇄된 공동체 속에서 남성들의 은밀한 세계를 훔쳐보고 있다. 이 작품의 초반 설정 자체는 황당하다. 세계의 최고 재벌인 코코콜라에서 엘리트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고등학교를 설립한다. 이름은 역설적으로 보통학교.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인 금타래는 세계정복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보통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다. 쌍둥이 누나인 금나래는 동생으로 위장하고 학교에 입학한다. 문제는 이 학교가 남학생만을 받는 곳이고, 기숙사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 따라서 이후의 내용은 금나래가 남자기숙사에서 겪는 상황들을 훔쳐보기만 하면 된다. 초반의 황당한 설정은 아직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의미를 띠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설립한 코코콜라의 부사장의 정체가 밝혀진 것도 아니고, 학교설립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금나래가 학교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에 있고, 그녀가 느끼는 미소년 캐릭터에 대한 황홀감은 여성독자의 욕망을 만족시킨다. 금나래의 룸메이트인 미소년 레오의 외모,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보 게르하르트, 부드러운 성격의 학생회 부회장 민별, 길다란 금발머리를 자랑하는 아이리스 프레네로 이어지는 꽃미남들과 금나래와 관계는 우정이나 후배에 대한 애정을 넘어 동성애적 모양을 띤다. 재미있는 점은 여자로 있을 때의 금나래는 싸움도 잘하고 쾌활한 외향적인 성격의 인물로서 남학생보다는 오히려 여학생들의 인기를 받은 반면에 남자행세를 하는 금나래는 수줍고 여성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남학생들에게 미소년으로 인기를 얻는다는 점이다. 이성보다는 동성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금나래의 변화된 모습은 사회적 성정체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결국 금나래가 육체적으로 남자가 아니며 결국 남성들에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기존의 순응적인 여성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동성애에 성정체성의 거부라는 급진적 성격을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로이트의 남근선망(penis envy) 이론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여성의 억압된 욕망의 관음증적 대리충족에 가까운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보통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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