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임꺽정
만화규장각 2000.01.01
이두호는 『임꺽정』으로 1995년 문화체육부가 선정한 “한국 만화 문화대상“을 수상했다. 21권 짜리 대하 역사 만화인 이 작품은 해방 전 조선 최고의 천재로 자타가 공인하던 벽초 홍명희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이두호가 1991년부터 꼬박 5년 2개월 동안 「스포츠 조선」에 연재한 것인데, 사실 워낙에 『임꺽정』이 유명한 원작(소설)인 까닭에 70년대엔 고우영에 의해, 80년대엔 방학기에 의해 만화화되는 등, 그가 그릴 수 있는 폭은 상당히 좁았던 작품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어려운 작업을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과 뚝심으로 밀어붙여서 탄탄한 구성과 방대한 스케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화적떼이자, 조선 명종 때의 실존 인물이었던 임꺽정이 “백정”이라는 신분상의 한계 때문에 개인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당시 양반 관료들의 수탈과 행패에 대항하기 위해 큰 도둑떼를 조직하여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고 이를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 홍명희의 원작 소설『林巨正』은, 마치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치는 “영웅 소설”의 대표작인 『홍길동전』을 연상시키는 긴박한 갈등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인데, 당시 사회의 최하층 계급인 “백정”이라는 신분과 그로 인한 주인공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는 『홍길동전』의 그것을 넘어서고, 또 역사의 기록에 비추어 이 작품의 사실성이 더욱 다가오는 까닭에 작품의 현실감 역시 오늘날에도 별 거부감 없이 독자들에게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은 영화, 드라마, 그리고 만화로도 계속해서 제작되며 이른바 “창작하는 사람들”의 샘솟는 듯한 창작욕으로 인한 도전을 해방 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두호는 이처럼 부담스러운 원작에 도전하여 『대동야승』과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 서적은 물론,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순 우리말의 맛깔스러움과 당시 시대상에 대한 생생한 고증을 작품 속에 담기 위해 『국어대사전』 『한국복식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무속사전』등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에 있어서 내용을 포함한 50% 정도는 날마다 12시간 가까이를 5년 이상이나 쏟아 부은 작가 이두호의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개성과 이야기의 짜임새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임꺽정” 외에도 도리깨질을 잘한다하여 이름 붙여진 “돌깨”, 그리고 돌팔매질의 명수 “조금맹” 등은 1999년 5월 정보통신부가 다섯 번째로 제작한 만화시리즈 우표에 등장했으며, 또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로서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두호의 작품과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통해서 우리 만화의 문화적 정체성의 일정한 범주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이 작품 『임꺽정』에선 부패한 집권층의 타락과 이에 따른 민심 이반에 대한 묘사를 통해 민초들의 삶과 한을 응축시켜 우리 민족의 역사로 승화되는 과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이두호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 어디에도 없는 임꺽정 사후(死後)의 이야기에 대해 속편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임꺽정의 아들 차손이, 서림, 차손의 이복누이 등이 등장해서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이 작품 역시 그의 투철한 작가 정신에 힘입어 명작의 대열에 합류하길 기대한다
<임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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