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택은 섹스나 도박을 소재로 한 성인만화로 알려진 작가다. 하지만 작품 『열네살 영심이』는 100 청소년 만화인데, 단지 빨간딱지가 안붙어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청소년 세대의 문제로 거론되고 잇는 주제들을 집중해서 다루고 잇다는 의미다. 작품이 나왔던 90년대 초반은 우리사회에 한참 자유주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던 때였다. 정치적 변화에 때를 같이해서 교육정책과, 청소년 범죄, 성교육등 당시 경제적 호황에 힘입은 도시 청소년문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당시. 작품 『열네살 영심이』는 그러한 여러 가지 문제제기들 하나 하나에 대해 매편 시추에이션 방식으로 짚고 넘어가려는 시도를 보였으며, 여기에 작가적 역량으로 재미까지 덧붙여져 폭발적인 인기를 끈 성공작으로 부상했다. 『열네살 영심이』의 가장 특징적인 면모는 등장하는 인물의 보편성이다. 도시의 월급쟁이 중산층 가정. 자나깨나 딸네미들 성적과 탈선이 걱정인 좀스런 가부장. 가계부를 끼고 사는 뚱뚱한 어머니, 포르노잡지를 숨겨놓고 보는 여드름쟁이 수험생 오빠. 사춘기에 들어선 키 작고 순진한 (작가는 여기다 어리석은 면모까지 더해서 재미를 준다) 영심이. 언니,오빠보다 더 까진(?) 여동생 순심이. 그리고 한창 신혼인 언니부부. 영심이를 쫓아 다니는 키작고 못생긴 남중생 왕경태. 그외 새침내숭형 학교친구 안경숙. 이러한 극도로 평범한 등장인물 설정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는데, 장점은 그런 설정이 매편 제기되는 문제에 가장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태도로 풀어나가는데 편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정말 재미없어질 수 잇다는 점이다. 그러나 작가는 장점은 적극 활용하고 단점은 작가특유의 다소 과격한 유머와 반전으로 커버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하여 제기하는 문제들은 가령 영심이의 초경, 미팅, 반장선거, 부모님의 부부싸움, 스타에 대한 동경, 성적문제, 외모 콤플렉스,용돈, 10대 불량배, 귀찮은 심부름등등 정말 현실적인 것들이다. 이 현실적인 것들은 tv토론회에서 떠드는 문제들보다 훨씬 다가오면서 훨씬 의미심장한 것들이다. 생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생활속의 문제들로부터 tv나 교육전문가들이 어려운 단어로 이야기하는 주제를 원활히 연관시킨다. 성교육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또 다른 특징적인 면모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하나의 의견을 강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 영심이를 둘러싸고 잇는 여러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자 고유의 입장에서 전형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이런 여러 태도들 속에 영심이는 딱히 결론을 내지는 못하지만 여러 입장을 이해하고 끄덕이게 된다.읽어가는 독자 역시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게 된다. 결국 연재 당시에는 그러한 면모가 독자들과 공감대를 가져서 성공한 것이겠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이 10대 독자들과 그만큼의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것인가 질문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만큼 이 작품이 당시의 정서와 태도들에 일치했다는 뜻이 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