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라스트 뉴스 (LAST NEWS)
만화규장각 2000.01.01
왜 우리는 예술을 보는 것일까. 왜 우리는 예술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터트릴까. 왜 우리는 예술을 예술이 아닌 것과 구별하고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예술에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생뚱맞아 보이는 질문이지만, 히로가네 겐지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솟구치기 일쑤다. 무엇 때문에 나는 이 ‘만화’를 보고 있을까. 내가 사회교과서를 보는 게 아니라, 만화를 보고 있다면, 만화를 보는 특별한 ‘무엇’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엇을 겐지의 만화에서 얻기란 도통 쉽지 않다. <라스트 뉴스>는 겐지의 비교적 일관된 관심이 투영된 만화다. <시마과장>이 샐러리맨을 내세워 기업 현실을 다루었고, <네츠미>가 사립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밑바닥 삶을 다루었으며, <정치9단>이 복잡다난한 정치현실을 다루었다면, <라스트 뉴스>는 사회현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매스미디어를 소재로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왜냐하면, 미디어란 세상을 비추는, 적어도 비추고 있다고 여겨지는, 창이기 때문이다. 해서 다른 만화보다, 좀더 노골적으로 칼을 댈 수 있는 무기를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정확히 썰고 있는지 따져봐야겠지만. <라스트 뉴스>의 무대는 ‘라스트 뉴스’. 방송을 마감하는 마지막 시간대 논란거리를 하나 골라내 5분 동안 짧고 굵게 현실의 이면을 폭로한다.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히노 PD, 그는 마치 ‘라스트 히어로’처럼 이 뉴스를 진행한다. 예민한 사건을 다룰 뿐만 아니라, 상부의 통제도 따르지 않고, 심지어 자사의 뉴스까지 서슴지 않고 뒤집을 정도니, 이렇게 저렇게 받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겐지나 시마와 마찬가지로, 히노는 ‘일점돌파’를 외쳤던 전공투세대, 굴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하지만 당연히 회사와 마찰은 수그러들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간다. 노골적으로 따돌리는 것은 물론이요, 어떤 때는 취재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회사에서 이 정도로 압력을 받게 되자, 히노는 암중모색 다른 길을 찾게 되고, 시마과장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여러 유능한 조력자를 배경으로, 독립 뉴스방송국을 개국하게 된다. 이렇듯 겐지의 이야기 구조는 전작 <시마과장>과 <정치9단>과 별로 다르지 않다. 냉정히 말해서, 진부할 정도로 되풀이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작가마다 ‘경향’은 존재하고,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다며,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정보’를 죽죽 나열만 하는 스타일은 솔직히 적잖이 심란하다. 과연 만화(예술)를 보고 있는지 기사(사실)을 읽고 있는지 헛갈릴 정도다. <정치9단>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여기서도 만화를 이끌고 있는 힘이 간혹 정보에 휘둘릴 때가 많다. 사회 현실을 정확히 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스타일을 고스하게 됐다고 강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는 예술이지 보고서가 아니다. 그리고 전작 <네츠미>에서 그처럼 딱딱하게 현실을 묘사하고 기술하지 않고서도 훌륭하게 그려내지 않았는가. 어쩐지 <라스트 뉴스>는 손쉽고 편하게 그리는 스타일로 정착하는 중간 다리처럼 여겨져, 못내 불편하고 아쉽다. “해석학 대신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이다.”(손탁) 겐지는 이 같은 태도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만화를 읽지 않고 즐기게 되지 않을까.
<라스트 뉴스 (LAS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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